[기자리뷰] 한 끗 차이
[기자리뷰] 한 끗 차이
  • 조성구 기자
  • 승인 2023.08.08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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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일보 조성구 기자] 전북 부안군 새만금에서 개최 중인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를 두고 '새만금 카르텔'이란 말이 등장했다.

부실한 준비와 운영으로 국제적 망신을 당하자, 지원된 예산 1000억원이 정작 대회 운영에 적절하게 사용되지 않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여당의 한 의원은 전북 스카우트 일부 대원들이 성범죄 부실 대응을 이유로 조기 퇴소를 결정하자 "反(반) 대한민국 카르텔의 개입 가능성이 있다"며 정치적 배후 의혹도 제기했다. 여야는 서로 '당신 탓' 공방을 벌이고 있고 관련 정부기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은 '외유성 출장'으로 논란을 자초했다.

최근 많이 접하는 단어는 '카르텔'이다. 정치·산업·사회 등등에서 벌어지는 부조리를 지적할 때 자주 거론된다. 경제 용어인 이 말은 기업이 동종 산업에서 시장을 통제하고 이윤을 독점하기 위해 몇몇이 모여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행태를 말한다. 대통령이 국정과제로 '反(반) 카르텔', '카르텔 혁파'를 제시한 이후, 정부 개혁 동력을 일컫는 대명사가 됐다.

최근 같은 장소인 새만금이 '이차전지 특화단지'로 선정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국가첨단전략산업위원회를 개최해 새만금·포항·울산·청주를 이차전지 산업의 토대로 삼았다. 배터리 광물 가공·소재·셀·재활용으로 이어진 이차전지 밸류체인에서 새만금은 광물가공과 재활용 분야를 담당한다. 특화단지로 지정되면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국가산단 지정 특례, 분담금 감면, 인·허가 타임아웃제 등 각종 혜택이 주어진다. 최근 새만금은 동서 남북 십자형 도로가 개설되고 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정부도 새만금 특화단지 활성화에 방점을 찍고 각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대통령도 휴가 중임에도 새만금 이차전지 투자협약식에 참석해 투자기업을 격려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대통령실은 새정부 출범 이후 새만금에 투자한 기업은 30개에 달하고 금액도 6조600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특화단지는 일종의 클러스터다. 클러스터는 비슷한 업종이지만 서로 다른 業(업)을 하는 기업과 정부기관들이 특정 지역에 모인 군집체다. 가까이 모여 있어 정보 공유를 통해 산업 발전의 시너지를 내기 좋다. 기업뿐만 아니라 대학, 연구소도 참여해 첨단 산업이 태동할 수 있는 시작점이 되기도 한다.

한발 비켜서 생각하면 카르텔과 클러스터. 어쩌면 한 끗 차이다. 참여하는 자의 의지와 청렴도에 따라 시장 교란행위의 원흉이 될 지, 新(신) 산업을 살리는 발판이 될 지 판가름 난다.

잼버리 참가자들이 서울로 이동해 스카우트 활동을 이어간다고 한다. 이차전지 협약식에 참석한 모 그룹 회장은 "새만금이 시작된 지 30년이 지났는데 이번 정부 들어 지원이 확실하다. 인근 부동산 가격도 오르고 있다"고 자평했다. 일의 성사는 사람에게 달린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