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일보 이경옥 기자] 화재안전성능시험을 두고 말이 많다.
화재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단열재의 성능을 강화한다는 취지는 매우 환영할 일이지만, 시행과 관련한 현실적인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우선 시험비용이 비싸다. 취재 결과 중소기업은 매출보다 시험비용이 더 많이 드는 곳도 상당수다. 시험 한번 보려면 회당 3천만원 정도의 비용을 내야한다.
시험기간도 마찬가지다. 화재안전성능시험을 의무적으로 통과해야하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시험을 신청하고도, 실제 시험을 받기까지 2년 정도를 기다려야 한다.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시험 성적서가 필요한 일은 손 놓고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시험을 진행하는 기관도 거의 없다. 그나마 최근 업체 개별로 복합자재 품질인정 취득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대비해 한시적으로 건축자재 품질인정제도 표준모델 인정 제도를 시행한다. 복합자재 표준모델의 범위 내에서 내화건축자재협회의 사용인증을 받으면 된다.
시험 변별력이 없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3면을 밀폐된 상태에서 시험을 하는데 이럴 경우 굴뚝을 막고 군불을 떼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가연성 자재도 시험만 받으면 불연성으로 둔갑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자칫 화재안전성능시험 통과 자재를 적용한 후에도 대형화재가 발생한다면 시험무용론이 나올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화재안전성능시험은 개방된 상태에서 시행해야하고 단열재만 붙인 채로 진행하든지 방법을 바꿀 필요가 있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시험은 가연성도 모두 합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비용은 비용대로 들고, 시험 변별력은 없다고 하고, 현장에서는 혼선만 빚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시공 현장에서도 시행과 관련해 정확한 정보를 알지 못해 갈팡질팡하고 있다. 담당 부서로 통화조차 잘 안된다며 관련 기사를 쓴 기자에게 문의가 계속 오고 있는 정도다.
현장에서는 어떤 자재를 사용해야 할지도 모르는 경우도 허다했다.
법 시행 이전에 건축허가를 받았지만 공사가 미뤄져 올 봄 착공을 하는 A현장 관계자는 “샌드위치패널 건물을 지어야하는데 이번 법 시행으로 기존 자재를 그대로 사용해도 되는지, 시험성적서가 만료된 경우에는 어떤 자재를 선택해야하는지 혼란스럽다. 당초 책정한 공사비의 두 배 이상을 더 들여야 하는 상황인데다 적합한 자재로 어떤 걸 써야할지도 잘 모르겠고, 막막하다”고 전했다.
이경옥 기자 kolee@ikl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