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세 시대를 위한 건강 지혜
■ 정신병을 만드는 사람들(1)
미국, 2010년 전체 성인의 11% 항우울제 복용
정신장애 진단 남발… 정신병자 양산 ‘우려’
미국에서 20년간 DSM(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진단통계편람)을 주기적으로 update 하는 일에 관여했던 Allen Frances가 정신병을 확대하는 추세에 반대해 발간한 일종의 ‘양심 선언적’ 책자의 제목이다.
그는 최근 개정 작업 중이던 DSM-5에 새로운 진단명을 추가하려는 움직임에 반발했다. 예방적 치료를 한다는 명분은 있지만, 남용 우려가 있고, 새로운 기준에 따르면 정신병자가 양산(量産)될 우려가 크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 맛있는 새우와 게를 게걸스럽게 먹는 것은 DSM-5의 ‘폭식(暴食) 장애’ 이고, 사람들의 이름과 얼굴을 잊는 것은 ‘약한 인지 장애’에 해당되고, 일상생활 중 느끼는 걱정과 슬픔은 ‘혼합성 불안/우울 장애’이며, 지나치게 활동적이고 산만하면 ‘성인 주의력 결핍 장애’로 진단될 수 있다. 또한 일란성 쌍둥이 손자들이 짜증을 내면 ‘분노 조절 곤란’으로 진단될 수 있다.
그동안 진단 인플레이션 때문에 미국 인구의 지나치게 많은 비율이 항우울제, 항불안제, 수면제, 진통제에 의존하게 되었다. 미국 성인 5명 중 1명은 정신 의학적 문제로 적어도 한 가지 약을 먹고 있다.
2010년에 전체 성인의 11%가 항우울제를 먹었다. 어린이의 약 4%가 정신자극제를 복용하며, 양로원 거주자의 25%는 향정신병약을 받는다. 2005년 이래 미국의 현역 군인들에 대한 향정신성 의약품 처방이 무려 8배로 늘었으며, 과다 복용 사고로 죽는 수가 매년 수백 명이다. 캐나다에서는 2005년~2009년 사이에 대표적인 항우울제 방식인 SSRI(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bitor,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 약물 사용이 44%나 늘었다.
향정신성 의약품은 제약회사들의 제일가는 수입원이다. 2011년에 향정신성약의 매출은 180억$(전체 의약품 매출액의 6%), 항우울제는 110억$, 주의력 결핍 장애 약은 약 80억$이 됐다.
1988~2008년 사이에 항우울제 사용은 거의 4배로 뛰었다. 그리고 엉뚱한 의사들이 약을 나눠 주고 있다. 처방전의 80% 는 1차 진료의가 발급한다. 그들은 향정신성 의약품을 적절히 사용하는 방법을 거의 배우지 못했고, 제약 회사 영업 사원들과 오도(誤導)된 환자들로부터 극심한 압력을 받으며, 고작 7분 의 면담으로 서둘러 처방을 쓰고는 체계적인 감사도 받지 않는다.
미국에서 진단 인플레를 부추기는 요인 중 하나는 의료보험 회사들의 관행이다. 의사들은 보험 회사가 승인하는 진단을 내려야만 수당을 받을 수 있다. 원래는 환자들이 툭하면 의사를 찾는 일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였지만 뜻밖에도 반대의 결과를 낳았다. 의사가 보험수당을 받을 수 있는 정신 장애 진단을 성급히 내리는 바람에 가만히 놔두면 저절로 사라질 문제에 대해서까지 불필요하고, 부작용 때문에 해로울지도 모르는 치료가 적용된다. 이러한 일은 우리나라에도 유사하게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