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시설 내진보강 키워드는 ‘2029년 조기 완료’다. 교육부는 지진으로부터 학생들을 지키기 위해 내진성능 ‘조기확보’를 앞세웠다. 학부모의 불안 심리도 해소하겠다는 구상이다.
교육당국은 지난해 내진보강매뉴얼을 제작하고 내진설계기준을 만드는 등 분주한 한 해를 보냈지만, 중장기 추진 계획은 세우지 못했다. 이에 기자는 그동안 취재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시급히 개선해야 할 네 가지 문제점을 진단했다.
첫째 학교시설 내진보강과 관련된 데이터가 없다. 내진보강 현황은 각 지역 교육청의 담당자만 잠정 추정할 뿐 공식 자료가 없다. 관계자들은 ‘학교시설통합정보시스템’을 통해 현황 관리를 기록한다지만 국민이 확인할 수 있는 자료는 전자관보를 통한 ‘기존 공공시설물 내진보강대책 추진결과 공시(행정안전부)’ 정도다. 관련 자료에는 학교시설 한 해 내진보강 동수와 전체 내진율 확보(2017년 기준 24.9% 확보 중, 4월말 업데이트)에 불과하다.
데이터가 없어 벌어진 해프닝도 있다. 지난해 3월 교육부가 포항지역 학교시설 내진보강을 2018년까지 완료한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한 적 있다. 확인결과 ‘보강’ 완료가 아니라 ‘성능평가’ 완료였지만 따로 설명이 없었다. 이처럼 무엇을 어떻게 진행 중인지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다. 당국이 내진보강 데이터를 감추기에만 급급, 자신감이 전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행안부는 행안부대로 종합 데이터를 분석하고, 교육부는 교육부대로 학교시설 현황을 국민이 확인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공개해야 한다.
둘째 학교시설 내진보강에는 특수공법 국가공인인증기관이 없다. 일반보강공법으로 적용할 수 없는 경우 특허 받은 공법을 활용할 수 있으나 발주자가 신뢰하지 않는다.
과거만 하더라도 짧은 방학시기를 고려한 특수공법의 공기단축 홍보 전략이 효과가 있었지만, 제진댐퍼 공법으로 시공한 일부 학교에서 부실시공이 적발되자 발주자가 선뜻 공법 선정을 못하고 있다.
제3자 검토를 통해 성능검증보고서를 제출해야 특수공법을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됐음에도 발주자는 국가공인인증기관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정부는 학교시설 내진보강이 관계부처간 이원화 시스템으로 인해 인증기관을 개설하기 어렵다 해도 최소한 문제인식을 갖고 방안 모색에 나서야 한다.
셋째 학교시설 내진보강에는 비구조재 발주가 없다. 비구조재는 조적벽, 칸막이벽, 천장재, 배관, 기계·전기 등을 포함한다.
비구조재의 파괴로 생겨난 결과가 얼마나 위험천만한지는 이미 경주·포항을 통해 증명된 바 있다. 특히 포항의 경우 벽돌 추락, 유리창 파손, 천장재 낙하 등 73%나 비구조재에 따른 지진피해가 발생해 그 위력을 실감케 했다.
비구조재에 대한 매뉴얼이 없는 것도 아닌데, 중앙부처나 발주처는 발주는커녕 보강을 해야 한다는 인식 자체가 없어 보인다. 지금부터라도 위험요소가 보이는 학교시설 비구조재 내진보강에 대한 발주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넷째 학교시설 내진보강에는 사후관리가 없다. 학교시설 내진보강사업 발주는 내진성능평가, 내진보강설계, 내진보강공사 3단계에 걸쳐 진행하고 있다. 2년 전 부실시공 사태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내진보강 사후관리에 대한 논의는 공식적으로 언급된 적이 없어 이에 대한 대책 마련도 절실하다.
얼마 전 포항지진이 인재(人災)로 판명됐다. 내진보강 역시 강진에 의한 피해보다 인간의 착오로 피해를 겪을 확률이 높다.
지금이라도 학교시설 내진보강의 키워드를 ‘속도’에 맞출 것이 아니라 ‘시스템 구축’에 맞출 수 있도록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 작은 관심이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큰 재앙을 예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