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합리적인 선택을 하지 못한다. 우리가 합리적이 되고자 노력해도 능력에 제약이 있어 합리적 결정을 하지 못한다.”
행동과학적 조직론의 창시자 허버트 사이먼의 말이다. 그는 인간이 해결하는 문제는 광범위해서 선택의 자유를 의도적으로 제한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선택을 가장 많이 해야 하는 직업인 대통령이 최근 기업인과의 간담회에서 신한울 원전 3·4호기의 공사 재개는 없다며 탈원전정책(에너지전환정책)을 고수했다. 사이먼의 말대로라면 선택은 정해졌으니 대통령을 대변하는 여당 세력도 이를 지지해야 한다. 그러나 균형이 깨졌다.
최근 원자력학회 신년인사회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이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검토”를 주장했다. 같은 당 최운열 의원도 “3·4호기만큼은 짓는 게 상식”이라고 거들었다. 야당의원들은 용기 있는 주장을 펼친 이들을 폭발적으로 지지했다.
정책을 밀어붙이기 위해 선택의 폭을 좁히고자 했던 에너지전환정책이 기회와 맞물려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것이다.
에너지전환정책은 백년대계다. 신한울 3·4호기는 이미 시설설계와 부지를 확보하고 공사 착공 직전까지 간 사안이다. 대통령이 막무가내로 밀어붙일 사안이 아니다. 5년짜리 정부가 수 십년짜리 불확실성 미래정책을 발표한다면 관계 전문가들과의 충분한 논의와 국민여론 수렴이 진행돼야 한다.
입장을 바꿔본다. 정부가 태양광을 밀어준다고 해서 과감히 초기 비용을 투자하려 해도, 혹시 정권이 바뀌면 낙동강 오리알이 되는 건 아닐까 우려하는 국민들이 있다. 신한울 3·4호기 원전 관계자들이 공중에 붕 떴듯, 추후 정책 변동으로 사업을 맡겼던 태양광 업체가 도산할 경우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염려한 거다.
우습게 들을 이야기가 아니다. 국민 입장에서는 에너지전환정책이 ‘올바른 정책’ 보다는 그저 ‘취향타기’ 선택밖에 되지 않는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현재 탈월전 반대 및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위한 범국민 서명운동이 30만명을 돌파하는 등 탈원전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이쯤 되면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공론화를 재검토해 봐야할 분위기다.
정부가 지향하는 재생에너지가 그렇게 대단하고, 세계의 흐름대로 미래시대를 좌우할 핵심 에너지라면 정부가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국민에게 물어봐야 한다. 정책이 일관성을 가지려면 국민투표로 원전과 재생에너지에 대한 의견 수렴을 절차를 거쳐야만 향후 일어날 변수에 대응할 수 있다.
미세먼지가 대한민국을 집어삼키는 가운데 최근 방한한 대만 탈원전법 폐지 1등 공신 예쭝광 대만 칭화대 교수의 원자를 활용해 환경을 보호한다는 ‘이핵양록(以核養綠·Go Green with nuclear)’을 기억해야 할 때다.
세간에는 현 정부의 재생에너지 정책이 ‘재앙생산에너지’라는 지적이 팽배하다. 대한민국 미래 세대를 위한 현명한 결단이 촉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