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리뷰] 전시회는 넘치는데 '성과'는 어디에

2025-06-13     조성구 기자

[국토일보 조성구 기자] 국내 에너지·환경 산업 전시회가 봇물처럼 이어지고 있다.

탄소중립, 자원순환, 청정에너지 등 주요 이슈를 중심으로 다양한 형태의 전시회, 엑스포, 박람회 등이 열리며 기술 교류의 장이 마련되는 모양새다.

하지만 전시회의 양적 확대에 비해 성과의 질적 축적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특히 스타트업과 강소기업을 위한 실질적 비즈니스 지원은 아직 체계화되지 않았고 관(官) 의전과 홍보 위주의 행정형 전시회가 반복되며 현장의 목소리는 갈수록 멀어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EU 비즈니스 허브(EU Business Hub)가 개최한 '녹색 저탄소 기술 코리아 2025'가 전시회의 모범 사례를 제시했다.

이 전시회는 유럽 각국에서 엄선된 40여 개 스타트업·중소기업이 한국 기업들과 1:1 매칭을 통해 기술 교류, 협업 논의를 집중적으로 진행한 자리였다.

'불필요한 의전은 없다'는 취지 아래 진행된 전시회는 오직 기술과 파트너십에 집중했다.

사전에 등록된 한국 기업들과 유럽 기술기업 간의 상담은 기업 실무진 중심으로 구성됐고 실제 공동사업화 가능성까지 논의되는 '실속 있는 장'이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국내에서 개최되는 다수의 전시회는 여전히 의전 중심의 운영이 남아 있고, 비즈니스 후속 연계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투입되는 예산이나 시간, 노력 등의 상당 부분이 개막식, 홍보 영상, 장관급 테이프 커팅 등의 의례적 절차에 집중되다 보니, 정작 기업 간 기술 교류나 투자 유치, 실증 지원은 부수적 기능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또 일부 전시회는 지방자치단체 주도 행사로 조직되면서 기업 참여가 자발성이 아닌 '관계 유지' 차원으로 이뤄지고 있는 현실도 있다.

전시회를 통해 진행된 기술 상담이 사업화나 투자로 이어지는 구조가 부재하다는 점도 문제다. 매칭 상담은 많지만 후속 연계는 기업 자체에 맡겨져 있어 성과 측정조차 어려운 구조다.

결국 전시회는 '참여 실적'과 '언론 보도'로 끝나고, 기업들의 기술은 사라진다. 이런 상황에서는 스타트업이나 강소기업이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실질적 생태계가 만들어지기는 어렵다.

전시회나 엑스포가 '형식'보다 '성과'를 중심으로 체질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지는 오래다. 

이를 위해 단순한 이벤트성 운영에서 벗어나, 상담, 실증, 사업화, 투자 유치까지 이어지는 후속 지원 프로세스를 제도화해야 한다.

현장 중심, 기술 중심, 후속 성과 중심의 구조가 자리 잡을 때 비로소 전시회는 '산업 생태계의 무대'로 기능할 수 있다.

'얼마나 많은 기술 협업이 시작됐는가'가 전시회 성공 여부의 기준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