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리뷰] ESS 늘려도 여전히 좁은 전력망

2025-05-22     조성구 기자

[국토일보 조성구 기자]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소는 늘고 있지만 이를 실어 나를 송전망은 제자리걸음이다.

20년간 발전 설비는 2.5배 이상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송전망은 26% 늘어나는 데 그쳤다는 분석도 있다.

전기는 생산되지만 수요지로 보내지지 못하는 '계통 병목'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특히 재생에너지의 빠른 보급은 이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태양광, 풍력 발전은 출력이 일정치 않아 수급 조절이 까다롭고 주로 전력 수요가 적은 지역에 설치돼 송전망 의존도도 높다.

실제로 호남과 강원 등은 송전망 용량이 한계에 달하며 신규 계통 연계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수도권은 수요는 폭증하는데 외부 전력 유입이 제한되며 전력 수급 압박에 시달리는 이중구조다.

정부는 이에 대한 대응으로 에너지저장장치(ESS)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2일 육지와 제주지역을 대상으로 총 540MW 규모의 ESS 도입 입찰을 개시했다.

이는 지난해 제주지역에 도입한 65MW보다 8배 이상 확대된 규모다. 저장용량 기준으로는 육지 3,000MWh, 제주 240MWh에 달한다.

ESS는 재생에너지가 과잉 생산되는 시간대에 전기를 저장했다가 수요가 몰리는 시간대에 방전함으로써 계통의 안정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다.

출력제어로 인해 버려지던 재생에너지 전기를 일부 보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단기적 완충장치로는 유용하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 같은 ESS 도입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태생적으로 저장 가능한 전력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송전망 인프라 자체의 물리적 확충 없이는 전력망 안정 문제 해결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A 관계자는 "ESS는 일종의 완충지대일 뿐 근본적 문제는 수도권 중심의 전력 수요와 지역 간 발전 불균형에 있다"고 설명했다.

또 "송전선로와 변전소 확충, 계통 해석 능력 고도화 등 전력망 체계 전반에 대한 투자가 적극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부도 전력망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전력망 특별법'을 제정, 인허가 간소화 및 주민 수용성 제고 등을 추진 중이다.

한전의 동서울변전소 증설, 동해안~수도권 HVDC 건설, 수도권 남서부망 구축 등 다수의 대형 프로젝트도 계획돼 있지만 인허가 지연과 주민 반발로 속도도 더디다.

결국 ESS는 '급한 불을 끄는 도구'일 뿐 전력망이라는 큰 물길을 넓히지 않으면 원전, 재생에너지 확대와 첨단산업 전력 수요 증가를 감당하긴 어렵다.

지금 필요한 건 '보이지 않는' 산업 인프라인 전력망에 대한 전방위적이고 장기적인 투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