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X 人터뷰] 최초 LX여성리더 – 오애리 제주지역본부장
[LX 人터뷰] 최초 LX여성리더 – 오애리 제주지역본부장
  • 김주영 기자
  • 승인 2018.09.17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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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향한 시선 변화 체감···후배 이끌 모범 리더될 터”

[국토일보 김주영 기자] 한국국토정보공사(LX, 사장 최창학)가 창사 이래 최초로 여성 지역본부장을 배출했다. 오애리(56, 사진) 신임 제주지역본부장이 그 주인공이다.

이번 인사는 여성의 사회 참여를 독려하고 공정경쟁을 통한 인사혁신 일환으로 단행됐다. 특히 공사를 이끌 최초의 여성 리더이자 20여년을 측량 현장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현장 출신’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그는 1985년 공사 본사 전산실에 입사했다. 11년 본사 근무 이후  1996년 경기 김포·부천·광명·고양지사 등에서 15년 간 측량기술자로 현장에서 다양한 측량업무를 처리하며 실력을 쌓았다. 갈고 닦은 실력을 바탕으로 본사 홍보담당, CS, 측량민원담당, 경기지역본부 김포지사 수석팀장, 여성 최초 김포지사장, 본사 고객지원처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치며 기술과 행정을 두루 거쳤다.

이달 18일자로 제주지역본부에 부임하는 오애리 본부장(56)을 만났다. 그는 일단 부딪치고 보는 패기, 사람들과 어울리기 좋아하는 쾌활함, 도전하길 좋아하는 성향…. 여걸(女傑)이었다. 

- ‘최초’ 타이틀을 얻으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소감은.
▲ 입사 당시부터 ‘최초’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습니다. 지적학을 전공한 여성이 많지 않았거든요. 다행스럽게도 ‘최초’라는 걸 의식하고 살았으면 중압감 때문에 힘들었을 텐데, 그럴 겨를도 없이 계속 바빴어요. 아이 둘도 키워야 하고, 직장 일도 해야 하고(웃음). 

사실 현장업무에서 힘들 때가 많았어요. 못 견딜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면 ‘아이 낳는 고통보다는 이게 더 낫지‘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마음이 한결 편해졌어요. 이렇게 매 순간 고비를 넘기며 주어진 일에 긍정적인 마음으로 집중했던 것 같습니다.
  
- LX공사는 여성이 높이 올라가기 어려운 조직이라는 평가가 있었습니다. 조직 내 달라진 위상을 실감하시는지. 
▲ 최창학 사장님께서는 취임 이후부터 ‘공정성과 신뢰성을 갖춘 인사시스템을 운영하겠다’라고 공언하셨습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승진에서 제외되는 경우와 같이 불합리한 장벽을 없애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기존 인사의 관행을 탈피하고 지역본부장 공모를 통해 (저를) 발탁한 것 같습니다. 

물론 예전에는 남성 중심의 현장업무로 지적 분야가 여성들이 쉽게 진출하기 힘든 영역이기도 했어요. 하지만 이젠 환경도 많이 좋아졌고 또 여성을 대하는 시각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실제로 LX공사가 2006년부터 20% 양성평등 채용목표제를 운영해 최근 5년 연속 20% 이상 여성을 채용해왔고, 2014년부터 10% 양성평등 승진목표제를 운영하는 등 긍정적인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습니다. ‘1호’ 여성 지역본부장 탄생에 이어 ‘2호’도 준비하고 있으니 지금처럼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겠죠.”

- 현장에 있을 땐 어땠나요. 
▲ 본사에서 근무하다 일선 현장에 발령받았을 때 적응하기가 정말 힘들었습니다. 신입사원 때 현장 경험을 쌓아야 하는데, 뒤늦게 현장에 나갔으니···. 

주변에서 많이 도와주고 저도 노력한 결과, 측량팀장 승진도 하고 현장에서 최고 명예로운 업무실적 우수상, 신기술이 도입되며 토탈측량경진대회 최우수상도 수상하기에 이르렀죠. 

요즘 핫한 ‘술 잘 사주는 예쁜 누나’도 하고 직원들과 현장을 다니면서 소통하며 즐겁게 다녔어요. 늘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일들이 벌어지는 현장. 고객들과도 끊임없이 소통하는 팀장 역할을 해야 하니까 지루할 틈이 없었어요. 

처음엔 힘들었지만 오랜 시간 현장서 근무하며 스스로 현장 체질로 바꾸려고 노력한 시간이었습니다.

-기억에 남는 현장이 있다면.
▲ 경기지역본부가 본래 직원도 많고, 업무량도 민원도 많은 곳이에요. 수석팀장은 민원이 발생하면 출장나가 문제를 해결하는데 한번은 큰 민원이 발생했습니다. 

뾰족한 해결 방법이 없어 고심하던 중 그동안 쌓아온 업무 경력을 발휘해 양쪽이 만족할 수 있도록 무난하게 해결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덕분에 발탁돼 본사에서 민원담당을 하게 됐습니다. 

사실 억지 민원도 많았어요. 오랜 기간 담당자를 곤혹스럽게 하는 민원인이 한 분 계셨어요. 하루가 멀다 하고 본사를 찾아오셨죠. 

측량 결과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도 ‘40m이상 잘못됐다‘고 말씀하시는 거예요. 오셔선 고소하겠다고 으름장을 어찌나 놓으시던지. 오실 때마다 관심을 갖고 열심히 들어드렸어요. 1시간이고 2시간이고 오실 때마다 전담 마크했습니다. 그랬더니 일주일 만에 민원을 스스로 취소하시더라고요. 그때 깨달았습니다. 민원은 충분히 잘 들어드리는 것만으로도 해결될 수 있다는 걸요.  
   
-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성과를 꼽는다면. 
▲ 저희 조직은 순환 보직이 많아요. 그렇기 때문에 늘 새로운 곳에 가면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야 합니다. 관리자로 새로운 지사에 가면 자기 사람을 심는 경우가 왕왕 있죠. 물론 내 편이 되는 사람이 조직에 있으면 든든하고 좋아요. 그런데 관리자가 떠나면 그 사람이 피해를 보는 경우가 생길 때가 있어요. 

이건 아니다 싶었습니다. 그냥 열심히 일한 사람이 보상받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자신 있게 지켜왔던 부분 중 하나가 학연과 지연에 얽매이지 않았고, 직원과 소통하며 바라는 것을 들어주고 노력하는 직원에겐 승진이란 선물을 받을 수 있도록 균형과 형평성을 가지려 노력했다는 겁니다. 

-훗날 후배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 지금은 한 세대에서 새로운 세대로 넘어가는 전환기 같습니다. 우리 LX공사만 해도 569명(13.7%)이 여직원이고, 여성 관리자가 65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어요. 게다가 아이를 낳고 키우는 환경도 점차 개선되고 있고요. 더 많은 여성 직원들이 도전해서 업무의 벽, 사회의 벽을 넘어섰다는 데 자부심을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어느 선배가 ‘자기에게 주어진 일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여기저기 기웃거리지 마라. 성실하게 임하고 있으면 누군가 그 노력을 지켜 봐주고 이끌어 준다.’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어요. 이 조언처럼 후배들이 꿈을 꾸고 노력하고 보상받을 수 있도록 저 역시도 더욱 노력을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