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트업계 “표준계약서 도입 의무화 필요” 호소
플랜트업계 “표준계약서 도입 의무화 필요” 호소
  • 김주영 기자
  • 승인 2018.08.30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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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설비산업연구원·기계설비건설협회, 30일 ‘플랜트 현장 공정거래 질서 확립 위한 정책 간담회’ 개최

▲ 3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플랜트건설산업 공정 거래 질서 확립을 위한 정책 간담회'가 열렸다. 사진은 (앞줄 네번째부터)김성태 의원, 박순자 국토교통위원장, 백종윤 기계설비건설협회장, 심재철 의원 등 참석자들의 기념촬영.

[국토일보 김주영 기자] 플랜트산업계가 국회에서 한목소리로 “표준하도급계약서 사용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업계의 고충이 가중되는 요인이 ‘불공정 관행’에서 기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플랜트건설산업 공정거래질서 확립을 위한 정책간담회’가 열렸다. 간담회에는 업계 관계자 200여명이 참석해 업계의 절박함을 나타냈다. 또 국회융합혁신포럼 대표 김성태 의원, 국토교통위원회 박순자 의원을 비롯해 김성찬·문진국·심재철 의원 등도 참석했다.

이날 기계설비산업연구원 상민경 연구원은 “공정개라위원회가 2017년 처리한 전체 불공정거래행위 가운데 원도급자의 거래상 지위 남용이 전체의 45.4%를 차지했다”며 “이러한 거래 관행은 산업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공정위는 지난해 782건의 불공정거래행위를 적발, 이 중 172건이 건설산업에서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10년간 일어난 하도급법 관련 사건도 평균 33.7%로 나타났다. 다행히 2013년 8월 하도급법에 부당한 특약을 금지하는 규정이 도입돼 건설분야 사건 수는 감소했다.

그럼에도 불공정 거래가 사라지지 않은 원인으로는 ‘건설산업기본법’과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의 실효성 미비가 지목됐다. ‘건설공사 표준 하도급 계약서’의 서면 교부가 이뤄져야 하지만 정작 권장 수준에 그치고, 심지어 수급자업자가 요청해야 되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상 연구원은 “전 사업 단계에 걸쳐 발생하는 여러 인과관계에 따라 다수의 법령을 위반하는 복합적 하도급 불공정거래가 발생하고 있다”며 “최소한 계약서의 서면교부가 이뤄진다면 비용 과소 지급 문제나 분쟁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분쟁, 갑질을 줄이기 위해 ‘표준 계약서’ 사용 의무화가 필요하다. 또 부당특약 적발 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플랜트설비공사현장의 공정거래 질서 확립을 위한 정책간담회가 3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사진은 톤론회 참석자들.

기계설비산업연구원 김미리 연구원은 인건비 비중이 큰 플랜트산업의 안전 확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연구원은 ”대표적 수주산업인 건설업종은 수직적 구조로 이뤄졌다. 도급단계를 거치면서 각종 비용이 줄어든다“며 ”줄어드는 비용만큼 안전에 투자하는 산업안전보건관리비도 덩달아 감소한다“고 꼬집었다.

지난 1988년 도입된 안전보건관리제도는 건설재해 감소에 상당한 효과를 불러 왔다. 건설산업 재해율은 도입 당시 2.06에서 2007년 0.64로 대폭 줄었다. 재해 예방 등에 투입된 ‘산업안전보건비’가 실제 현장에서 본연의 역할을 수행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최근 재해율이 다시 늘고 있는 추세로 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김 연구원은 ”중대형 현장의 비중이 높은 플랜트건설현장은 산업안전보건비가 부족하다“며 ”2013년 계상 기준이 개선됐지만, 5억원 미만 공사 요율만 크게 상승한 반면 5억 이상 공사에 적용하는 요율은 소폭 상승에 그쳤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관급자재가 많은 플랜트 현장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올해 3월 입법예고된 계상 방법에 대한 문제도 언급했다. 산업안전보건관리비를 공사 낙착률에서 배제함으로써 직접 공사비가 줄어드는 부작용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공사 규모가 커질수록 산업안전보건관리비는 확보할 수 있지만 순수 공사비는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에 품질 저하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는 점을 우려했다.

예를 들어 현행대로 1,000억원 규모의 공사를 800억에 수주한 원도급사는 0.1%인 8,000만원을 산업안전보건관리비로 책정하면 되지만, 낙찰률을 배제하면 1,000억원의 0.1%인 1억원을 확보해야 돼 공사비 2,000만원이 줄어든다.

여기에 하도급자의 경우, 별도 계상 요율이 없어 원도급자가 책정한 비용만 받을 수 있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됐다. 그는 ”업계 관계자가 ‘원도급사는 안전모 전체를 살 수 있지만, 하도급사는 안전끈만 살 수 있다’고 언급했다“며 ”하도급업체에게 산업안전보건관리비는 사실상 거의 없는 돈과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인건비 비중이 높고, 공기 연장, 돌관 공사 등이 빈번한 중대형 플랜트건설현장의 특성을 감안해 요율 상향 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낙찰제도의 개선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적용계약금액을 결정하는 기준은 ‘산업안전보건관리비를 계약금액에 합산하는 방식’이 합리적이라고 주장이다.

이어진 토론회에서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김용담 자문역은 ”건산법, 하도급법은 너무나도 잘 만들어진 법이지만, 실제 현장에서 적용하지 않고, 또 안 지켜지고 있다“며 ”과징금 등 벌칙 규정이 너무 미약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건산법과 하도급법이 ‘상치’된 법적 오류가 있음을 꼬집었다. 하도급법상 계약 내용이 변경되면 원수급자는 수급자업자에게 관련 계약서를 발급해야 한다고 명시됐지만, 건산법에는 수급사업자가 원사업자에게 요구하도록 규정돼 두 법이 충돌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법적 제도적 시스템을 구축하는 기존의 틀을 깨는 새로운 혁신을 이끌어 내 공정하고, 정의롭고 분쟁 없는 건설현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진철 중앙대 교수는 ”EPC로 동시다발적으로 발주되고, 설계 변경 시 추가 비용이 따르기 때문에 유기적 협력이 필요하지만, 이게 잘 안 되는 상황이 지속돼 하도급 문제와 계약 문제가 제대로 안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플랜트현장 산재도 공사 금액과 상관없이 발생하는데, 주먹구구식으로 산재 대책을 수립하고, 현장에서 안전 의식도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건설현장에서 요율 산정이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산업안전보건관리비 요율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적극 공감한다“고 덧붙였다.

윤성철 법무법인 정진 대표변호사는 소송사건을 맡은 실사례를 언급, 이목을 집중 시켰다.

그는 ”발전회사의 사업을 수주한 대형 종합건설업체가 공기 지연에 따른 비용을 플랜트건설업체에게 전가해 소송을 당했지만, 소송기간 동안 대금지급보증서 발급이 막혀 추가 수주가 불가능해진 하도급사가 벼랑 끝에 내몰린 끝에 소송을 포기하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서면으로 계약서를 받아야 하지만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수직적 구조인 건설현장에서 현행 법으로는 서면 계약서를 받는 다는 것이 쉽지 않아, 피해를 일방적으로 하도급사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하도급법과 건산법을 일치, 법의 잣대를 객관적으로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산업안전과 관련돼 현재 원청사에게만 적용되도록 해석될 소지가 있는 조항에는 ‘(하도급 포함)’을 명시해 의미를 보다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홍성호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강력한 단속과 처벌이 필요하다. 그 일환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라고 말했다. 그는 ”제도가 도입돼도 하도급업체는 여전히 거래 관계 등을 고민할 수 밖에 없다“며 ”소송기간, 승소 가능성, 법적 분쟁에 앞서 사전 상담 등 지원책을 마련해 시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어 ”부당특약을 막기 위해 정부 실태조사, 현장조사가 광범위하고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무엇보다 생생협력적 관계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처벌식이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제값을 주고 일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행사는 국회융합혁신포럼(대표 김성태 의원), 대한기계설비협회(회장 백종윤), 대한기계설비산업연구원,이 공동주최로 마련된 자리로, 정책 대안을 발굴하기 위해 현장과 국회가 공동으로 준비한 점에서 의미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