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시, KTX광명역 볼모 안양시에 '갑질'
광명시, KTX광명역 볼모 안양시에 '갑질'
  • 김주영 기자
  • 승인 2018.08.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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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택시업계 보호 이유로 공동사업구역 지정 부정적 입장 견지

안양시·택시·시민 “지역 이기주의 극치···공공성 역행”
광명시 ”경기도 전역 공동사업구역 지정 선행“ 몽니

[국토일보 김주영 기자] “광명시의 지역 이기주의로 인해 KTX를 이용하는 안양시민들만 피해를 보는 겁니다. 고속철도역을 볼모로 시민 불편을 가중시킨다면, 극단적 방법으로 KTX를 안양역에도 정차시키라고 국토부에 요구하는 편이 백번 나을겁니다.” 안양에서 택시영업을 하고 있는 기사 A씨의 성토다.

KTX광명역은 경기 광명시 일직동에 위치했다. 안양시계와의 거리는 불과 500미터(m)에 불과하다. 광명역을 놓고 안양시와 광명시가 양측 택시업계 입장을 대리해 싸우고 있다. 갈등의 골은 상상 그 이상이다. 그 사이에 시민 불편만 가중되고 있다.

본보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KTX광명역을 이용한 승객은 849만 3,000여명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안양권역(안양, 과천, 군포, 의왕) 시민은 전체의 45%가량으로 추정됐다. 전체 이용객 가운데 가장 많다. 광명권역은 14%에 불과했다.

역사 명칭은 ‘광명역’이지만, 이용객 비율로만 본다면 ‘KTX안양역’이라 명명돼도 어색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안양권역 시민의 이용비율이 높은 요인은 인구가 광명보다 3배 이상 많고,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고속철도역이란 점에서 비롯됐다.

문제는 행정구역에 묶여 안양권역 택시가 지역주민을 태울 수 없다는 것. 인근 시와 인접했지만 광명시가 고속철도역을 ‘공동사업구역’으로 지정하는 일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최근 교통환경개선 등을 통해 광명택시 승차장을 전면부에 확충하기까지 했다. 사실상 광명시가 앞장 서 공공성이 최우선시 되어야 할 고속철도역사를 지역택시의 사적 이익을 독점하는 합법적인 수단 확보에 앞장섰다.

택시 사업구역 지정은 ‘영업권’을 보호하는 일종의 장치다. 하지만 영업권이 ‘공공성’보다 우선시 될 경우 이로 인해 공공성을 지닌 고속철도역을 특정지역택시가 독점하는 일이 합법적으로 용인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토교통부는 ‘운수사업법’을 개정했다. 고속철도역사를 국토부장관이 공동사업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운수사업법이 개정돼 갈등을 빚고 있는 광명역, 천안아산역을 공동사업구역으로 원칙적으로는 지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업구역심의위원회의 개최 여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교통당국의 소극적 태도로 인해 광명역과 천안아산역을 이용하는 타 지역민들은 할증요금을 내고 택시를 이용하고 있다. 광명역의 경우, 할증 비율은 최대 40%에 이른다. 고속철도역 독점으로 인해 인접 지역민들만 비싼 요금을 지불하고 역차별을 받는 상황이다.

택시업계의 갈등은 비용 낭비만을 초래한다. 승객은 할증 요금을 지불하고, 택시는 귀로 영업을 하지 못해 빈차로 돌아오기 일쑤다.

사실 안양지역 택시업계는 광명역행에 거부감이 없다. 현장에서 귀로영업을 못하더라도 2~3분 만에 안양시로 복귀, 영업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광명지역 택시업계는 시외행에 불만의 목소리를 낸다. 2~3분만에 타 사업구역에 진입, 멀리 갈수록 빈차로 돌아와야 하는 거리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공동사업구역 지정은 ‘절대 안된다’며 몽니를 부리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 광명시는 시외 승차거부 시 행정처분할 수 있도록 조례를 개정했지만, 현장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안양시는 광명시가 ‘철도 공공성’을 감안해 대승적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속철도역사가 광명시만의 소유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광명시는 KTX광명역 뿐 아니라 경기도 전역을 공동사업구역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실현 불가능한 주장으로 지역 이기주의를 방어하고 있는 속셈으로 풀이된다.

안양시는 임시방편으로 안양권역 시민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광명역에서 가장 가까운 새물공원에 택시승차대를 마련,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택시 호출서비스를 받지 않는 이상 무용지물에 가깝다.

안양시 관계자는 “시민 불편을 최소화할 방안을 지속 마련하고 있다”며 “광명역에서 카카오택시 앱을 이용해 안양택시를 호출할 경우 신속하게 택시 배차가 가능하다. 다만 광명시가 역사 가장 인접 도로를 광명택시승강장으로 운영, 안양지역 택시의 영업을 단속하는 만큼 가장 외곽 인도에서 택시를 탑승해 달라”고 당부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사업구역 지정 등의 문제를 놓고 상당한 노력을 취했지만, 양측간 협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공동사업구역 지정 등을 도에서 임의로 지정할 수 있지 않은 상황인 만큼 양측이 합의해 중재를 요청할 경우 조정에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