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적정화는 외면… 일자리 창출만 강요하는 혁신(?) 입찰制
공사비 적정화는 외면… 일자리 창출만 강요하는 혁신(?) 입찰制
  • 김광년 기자
  • 승인 2018.06.18 16: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8 건설의 날 특집] 한국건설 현주소 | 김광년 本報 편집국장

국토부, ‘건설혁신위원회’ 인적구성부터 타 분야 전문가 견해 절대적
산업계, 업역조정 등 현안 산재… 상호 양보와 배려 앞서야 실현 가능

밥상 차려주지 말고 산업계 스스로 상 차려 먹도록 제도화 유도할 때
15년 전 추진했던 경험 기억해야… 살벌(?)한 로비 사전차단이 중요

 

1962년 6월18일 내무부 토목국 건설시험소로 출발한 건설의 날이 올해로 만 56주년을 맞는다. 고속성장의 궤도속에서 국내 건설은 경제성장을 주도하며 쉴 틈 없이 5고개 정상을 넘어왔다.

중동의 기적을 바탕으로 현대건설을 비롯한 국내 주요 건설기업들은 열사의 땅에서부터 동남아, 아프리카, 남극에 이르기까지 대한의 건설능력을 드높이며 지구촌을 누벼온 것이다.

그야말로 국가경제 발전의 효자산업으로 한 때 해외건설 수주 연 660억불이라는 기록도 달성하면서 현대건설이 해외 첫 진출 50년만에 수주 총누계 7,000억불을 돌파, 건설부국의 면모를 과시해 왔음 또한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건설은 이미 태생부터 고질적인 특유의 한국병에 걸려 있음을 알고도 그냥 지나쳤다. 그 동안 해외건설 잘 나갔고 문제 삼을 분위기가 아니었던 이유도 있었다.

이제 더 이상 머뭇거려선 안 될 위기의 시점에 봉착해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

무엇보다 철저한 칸막이 구조다. 겹겹이 완벽한 보호망(?)으로 네 밥그릇 내 밥그릇 금기의 선이 그어져 있는 꼴이다.

“한국건설은 이미 70년 이상 태생적으로 원하도급 구조체계에서 성장해 왔기에 매우 충격적인 상황이 오지 않고선 현재의 틀을 타파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 얘기는 건설시장에 몸 담고 있는 사람들이 고질적인 국내 건설시장 구조적 문제에 대해 아예 포기하는 듯 현실을 인정하고 싶은 공공연한 현실이다. 아니 기자 뿐 아니라 국내 건설산업계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소주 한잔 걸치고 취기가 오를 때 쯤 건설산업 구조조정 얘기 나오면 금방 튀어 나올 수 있는 말일 게다.

감히 그 어느 용기있는 자가 총대를 메고 건설혁신을 주도할 것인가!

돌이켜보자. 국내 건설산업은 지난 1996년 건설산업기본계획을 수립하고 구조조정을 하려 했으나 불행하게도 98년 외환위가 터지면서 중단, 2001년 이후 ‘건설산업 경쟁력 강화’ 라는 명분 아래 ‘건설선진화기획단’이란 조직을 구성하고 규제방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기억한다.

2000년 초반만 해도 국내 건설투자는 110조원이 훌쩍 넘는 규모로 국가 GDP의 18%, 건설 취업자수도 약 200여만명에 달하는 수준이었다.

이렇듯 그 당시 양호한 국내 건설환경 속에서도 선진화기획단에서는 경직된 업역 구조와 운찰제도 등은 건설산업 발전에 큰 걸림돌이라는 결론을 짓고 건설백년대계를 위한 액션플랜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즉 일반 전문 간 겸업, 영업범위 제한, 건설업계의 건축설계업 제한, 설계·시공·감리(사업관리) 분리발주 의무화 등 지나친 칸막이를 없애고 생산체계를 수평적 구조로 개선을 모색하기 위한 역사적인 출발을 시작한 셈이다.

특히 그 동안 시공위주로 발전해 온 국내 건설산업은 글로벌 트렌드에 발맞추어 EC화를 통한 건설사업관리(CM) 능력을 배양한다는데 정책의 핵심을 뒀다.

그러나 그것은 현실이 되지 못하고 좌절됐다.

그 후로 15년이 흐른 지금 이 시간….

정부는 지난 4월 앞서 전제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는 내용으로 민관 합동의 ‘건설산업혁신위원회’라는 조직을 결성하고 반세기 이상 찌들어 있는 구조적 모순을 타파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에 돌입했다. 만시지탄은 있으나 이제라도 이러한 발상을 했다니 참으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주지하듯이 현재 국내 건설산업은 사면초가에 몰려 있다.

안으로는 우물 안개구리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제도가 난무하고 밖으로는 기술력, 자금력 등에서 중국 등 유수 건설강국들과의 경쟁력에서 뒤지고 있으니 말이다.

국내 시장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 연습을 할 수 있는 토양을 조성해 나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한국적 특유의 구조적 모순에 한 발도 앞으로 전진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루가 급하다. 서둘러야 한다. 이 시점에서 이런 지적은 하고 싶지 않은데 할 말은 해야겠다. 이번 혁신위원회를 명단을 보니 진정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모두가 건설산업에 있는 관계자들로 구성돼 있잖은가? 결국 어떻게 끝날 줄 뻔히 보이기 때문이다.

개혁을 할 것이라면 타 분야에 있는 전문가들 그리고 유사 케이스를 직접 체험해 본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해당분야 경험과 건설산업 특수성을 융합해서 바람직한 미래 발전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이번 위원들은 모두가 현 구조에서 밥을 먹고 살아가는 건설인이 대부분이다. 더욱이 구조조정 직접 대상인 관련 단체들이 대거 참여한다. 글쎄… 과연 계획대로 실현 가능하겠는가?

우리는 여기서 영국의 리컨스트럭션 운동을 모델로 삼아야 한다.

영국은 건설경쟁력 상실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자 급기야 건설산업 혁신카드를 꺼내 들었는데 이 때 건설산업에 몸 담고 있는 관계자들은 일절 배제하고 타 산업계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해 영국 건설이 새롭게 도약하는데 성공한 것으로 알고 있다.

따라서 국내 건설산업 생산주체들은 각 자의 위치에서 통 큰 양보와 배려를 병행하며 고통분담을 나눠 가져야 할 것이다.

내 밥그릇 깨질까봐 목소리 높이고, 남 밥그릇 깨지는 것은 남의 일이라 치부한다면 이번 건설산업 혁신도 강 건너 불 보듯 뻔하다. 너 죽고 나 죽는 가장 어리석은 행위일 뿐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타 산업의 구조혁신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방안도 고려해 보는 것이 바람직한 방안이 아닐까 판단된다.

더불어 작금 또 하나의 큰 우려는 바로 정치적으로 산업이 움직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당시부터 ‘일자리 창출’을 최대 키워드로 삼고 정권이 핵심 정책으로 추진하면서 기획재정부는 공공조달 혁신방안 일환으로 ‘혁신형 입찰제도’를 운용할 계획이다.

이른바 고용 많이 하는 기업에게 사회적 가점을 기존 1점에서 2점으로 100% 상향조정한다는 것이다. 이는 또 무슨 시츄에이션인가 의아할 뿐이다. 심각한 상항에 놓여 있는 공사비 적정성 문제는 외면하고 일자리 창출만 강요하는 식의 입찰제도라니 웃지도 울지도 못할 현실이다.

국내 건설산업은 그야말로 매우 힘들고 어려운 극히 난해한 구조적 모순을 안고 있다. 첫 단추부터 잘못 꼬여진 형국이다. 그러나 누군가는 잘못된 제도를 정상화시킬 책임과 의무가 있다.

‘언젠가 할 일이라면 지금 하고 누군가 해야 할 일이라면 내가 한다’라는 명언이 생각난다.

2018년 건설의 날! 30년 건설 전문기자의 눈에 비친 대한민국 건설산업 현실을 가감없이 털어놨으나 마음은 편치 못하다.

한국건설, 건설부국으로 우뚝 서는 날 기자도 노트북을 접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