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건설산업] 국내 공사비, 美.日 절반도 안 된다
[벼랑 끝 건설산업] 국내 공사비, 美.日 절반도 안 된다
  • 김주영 기자
  • 승인 2018.06.0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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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공사는 홍콩.싱가폴의 14% 수준 불과 ...헐값 발주 방식 개선돼야

▲ 31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전국 건설인 7,000여명이 모여 적정 공사비 지급을 한목소리로 호소했다.

[국토일보 김주영 기자] 건설업계가 적정 공사비 지급을 한목소리로 주장하고 있다. 헐값 발주로 국민 안전을 위협할 뿐 아니라 건설업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건단연에 따르면, 국내 ㎡당 공사비는 163만원으로 미국 433만원, 일본 369만원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 절반에도 못미치는 상황이다. 심지어 지하철 공사비의 경우에는 홍콩, 싱가포르의 1/7 수준에 불과하다.

헐값으로 건설한 시설물은 결국 국민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지관리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건설비용과 유지관리비용을 보면, 유지관리비는 최초 건설 공사비용 감소에 반비례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

예를 들어30년짜리 수명인 건물의 경우, 시공비가 100원이라면 유지관리비용이 대략 500원을 차지한다. 만약 시공비를 80원으로 절감하면, 사업 초기에는 부담이 줄어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 유지관리비는 100원이 늘어나 최종적인 부담은 증가한다.

실제로 ‘싸게 빨리’ 건설한 경부고속도로는 준공 이후 10년간 유지보수비용이 건설비용을 초과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 건설업계는 공사비 부족으로 인해 건설현장 재해가 증가해 국민 불안도 덩달아 증폭됐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지난해 전체산업과 건설업의 재해율을 비교하면 건설업은 0.84%로 전체의 2배 가까이 이른다.

이는 공사비를 적게 지급한데서 기인한 현상이라는 것이 건설업계의 분석이다. 공사금액에 맞는 자재를 사용하고, 공기단축을 우선시하게 돼 견실시공이 힘들다는 의미다.

대표적 사례 준공 15년 만에 붕괴한 ‘성수대교’를 들 수 있다. 성수대교의 낙찰률은 66.55%에 불과했다. 시중 실제노임의 60%수준에 불과한 정부 노임을 적용하던 시절의 덤핑수주가 부실시공을 초래한 셈이다.

건설업계는 공사비 부족으로 폐업이 늘고, 투자 동력도 상실하고 있다 지적했다. 미래시대에 먹거리 확보는 먼나라 이야기인 셈이다.

건설협회에 따르면, 2008년부터 최근 10년간 공공공사를 주로 수행하는 건설업체 1,500개사가 폐업해 4만 5,000여개의 일자리가 줄어든 것으로 추정됐다.

또한 공사비 부족으로 인해 시공기술 개발 등 R&D 투자축소 등으로 건설인재 양성 등도 어려운 실정이다.

건설업계의 R&D 투자비율은 지난 2002년 1.00%에서 2015년 0.49%로 주저 앉았다. 참고로 제조업의 R&D 투자 비율이 3.74%임을 감안할 때 미래 대비가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건설업계의 경영지표가 뒷받침해준다.건설업 영업이익률은 2005년 5.9%에서 10년만에 1/10수준인 0.6%로 급감했다. 심지어공공공사 10건 중 4건은 적자를 기록했다. 공공공사만 수행하는 건설사의 2016년 평균 영업이익률은 –24.6%로 조사됐다.

이는 모두 헐값 발주에서 기인했다. 현행 공사비는 발주기관이 작성한 예정가격에 낙찰률을 곱해 산정된다.

지난 15년간 추이를 보면 정부의 삭감위주 공사비 정책으로 인해 100원이었던 예정가격이 현재 최저 74원으로 감소했다.

예정가격이 하락하면 낙찰률이 올라야 공사비가 보전돼야 하지만, 현실은 300억원 미만 공사의 경우 17년간 최저 80%로 고정됐다. 300억원 이상 공사에 적용되는 종합심사낙찰제 낙찰률 역시 77%로 낮아져 최저가제 수준에 근접한 실정이다.

건설협회 관계자는 “저가 낙찰로 인해 건설업체의 수익성 악화 및 고용여건 악화 등으로 산업기반 붕괴에 대한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며 "적정 공사비 지급으로 건설업계의 고충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