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사상(中道思想)
중도사상(中道思想)
  • 국토일보
  • 승인 2009.12.14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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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환의 세상만사] (주)삼미 대표이사 / 공학박사 / APEC 공인컨설턴트 / 기계기술사

매년 그렇듯이 연말연시가 되면 어수선한 사회분위기가 반복되곤 한다. 그런데 올해에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굵직한 사안들이 유난히 많은 것 같다.

전 정부에서 강력히 추진해오던 세종시에 대한 정당간의 논리도 그렇고 철도 및 공무원 노조의 주장도 무언가 깔끔하게 풀리지 않는 양상이다.

그러나 정부도 야당도 노조도 모두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는 대의명분을 앞세우고 날을 세운다.

법치국가에서 국민의 대표기관인 정부의 계획과 판단을 반대하는 것은 일견 옮지 않은 것 같으면서도 정부가 하는 일에 대해 무조건 옳다고 인정하는 것 또한 민주주의 제도에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특히 대부분 국민들의 생각은 어느 쪽이 옳고 그르다는 판단을 내리기가 어정쩡한 것 같다. 이런 경우 옳고 그름을 가릴 수 있는 잣대는 없을까?

중도사상(中道思想)이란 것이 있다.

석가모니가 깨달음을 이루고 부처가 되어 최초로 설법한 것을 초전법륜(初轉法輪)이라고 하는데, 이 초전법륜의 기초를 이루고 있는 것이 중도사상이다.

이는 불교의 근본 원리로 양극단에 치우치지 않는 중정(中正)의 도를 말한다.

장 기본적인 형태는 즐거움과 괴로움, 있음과 없음, 생함과 멸함, 단견(斷見)과 상견(常見) 등 상대적인 어떤 양 극단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중도의 입장에서 세계를 보면 일체법(一切法)은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다.

쉽게 이야기해보면 문제점이 내포된 사안이 있을 때 양극단에서 해결점을 찾으려는 것이 아니라 중간에서 답을 얻으려는 것으로 생각된다.

종교적이라기보다는 현실적인 접근을 생각해본 것인데, 그렇게 하면 분명히 합의되는 점이 나올 것 같다.

다른 사례를 하나 들러볼까 한다. 불교경전 잡아함경에 나오는 내용이다.

처님 제자 소나라는 비구가 있었다. 그는 항상 밤에도 자지 않고 열심히 정진했으나 깨치지 못하자 비관하게 되었다. 어느 날 부처님은 그의 심중을 살펴 아시고 소나를 불렀다.

“네가 세속에 있을 때 혹시 거문고를 타 본 일이 있느냐?” 소나는 타 보았다고 대답한다. “그럼, 그 줄을 너무 세게 죄면 소리가 어떻더냐?” “소리가 끊어집니다.” “너무 늦추면”. “그 때는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줄을 알맞게 골라야 소리가 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렇다. 정진도 그와 같이 해야 한다. 너무 조급히 하면 들떠 병나기 쉽고, 너무 느리면 게을러빠지게 된다. 그러므로 너무 집착하지도 말고 게으르지도 말며 꾸준히 힘써 닦도록 하여라.”

소나는 이와 같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이날부터 거문고 줄을 고르듯이 정진하여 마침내 깨우침을 얻게 됐다.

이제 국민위에 무조건 군림하려는 정부는 안된다. 열린 문으로 소수이건 다수이건 국민의 의견을 겸허히 받아들여 무엇이 백년대계를 위한 일인지를 숙고해야 한다.

또한 국민을 담보로 사욕을 채우려는 단체는 마땅히 응징돼야 한다. 많은 이해관계는 거문고의 줄을 조이는 이치와 같다.

알맞게 조절하여 아름다운 소리가 나듯 올 연말에는 조용하며 그 아름다운 소리가 울려 퍼지는 연말연시가 되기를 간절히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