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정상화"
국토부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정상화"
  • 김주영 기자
  • 승인 2018.02.20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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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조사에 공공기관 참여···안전진단 실시 여부 결정 전문성 확보
구조안전성 평가 가중치 대폭 확대···사회적 자원 낭비 방지 기대

▲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개선 전후 안전진단 절차도.

[국토일보 김주영 기자]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이 사실상 강화돼 구조안전성에 문제가 없을 경우 재건축 추진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지속된 규제 완화로 인한 부작용을 방지하고 안전진단 제도가 본래 취지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정상화한다는 방침이다.

국토교통부는 재건축 사업이 구조안전성 확보, 주거환경 개선 등 본래의 제도 취지에 맞게 진행될 수 있도록 안전진단 기준을 개선키로 하였다고 20일 밝혔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금까지 재건축 사업 추진을 결정하는 첫 단추인 안전진단의 절차와 기준이 지속적으로 완화됐다. 이로 인해 현재 안전진단은 사업 추진 필요성을 결정하는 본래의 기능이 훼손되고, 형식적인 절차로서만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란 지적이다.

더욱이 최근 시장 과열과 맞물려 재건축 사업이 본래 취지와 다르게 추진돼 사회적 자원 낭비 심화와 사업에 동의하지 않은 주민들의 재산권 침해 등 부작용이 나타난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됐다.

국토부가 밝힌 안전진단 정상화를 위한 주요 개선 내용은 ▲안전진단에 공공기관 참여 ▲평가항목별 가중치가 조정 ▲조건부 재건축 판정 시 공공기관의 적정성 검토 등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안전진단 실시여부를 결정하는 첫 단계인 현지조사단계부터 전문성 있는 공공기관인 한국시설안전공단 및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는 시장‧군수가 현지조사를 통해 안전진단 실시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그러나 구조체 노후화․균열상태 등 전문성이 요구되는 구조안전성 분야에 대한 조사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 국토부의 판단이다.

이에 시장‧군수가 현지조사를 공공기관에 의뢰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현지조사의 전문성․객관성이 담보되도록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안전진단 전(前)단계에서 불필요한 안전진단을 걸러내 안전진단 필요성을 사전에 검증하게 된다”며 “불필요한 안전진단에 드는 매몰비용을 줄여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안전진단 종합판정을 위한 평가항목별 가중치도 조정된다.

현재 구조적 안전보다는 주거의 편리성과 쾌적성에 중점을 둔 주거환경중심평가를 통해 재건축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항목별 가중치는 구조안전성 20%, 주거환경 40%, 시설노후도 30%, 비용분석 10%이다.

국토부는 이로 인해 구조적으로 안전함에도 불구하고 재건축사업이 추진돼 사회적 낭비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부작용을 근절하기 하고 구조안전성 확보라는 재건축사업의 본래 취지대로 제도가 운영될 수 있도록 구조안전성 비중을 50%까지 상향 조정키로 했다. 주거환경/시설노후도는 각각 15%와 25%로 낮추게 된다.

다만 주거환경이 극히 열악한 경우 구조안전성 등 다른 평가 없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현 규정을 유지함으로써, 열악한 주거환경에 대한 고려도 충분히 이뤄지도록 했다고 국토부는 설명했다. 따라서 주거환경 평가결과 E 등급 시 다른 평가 없이 바로 재건축으로 판정된다.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정상화 대책에 따라 앞으로 안전진단 종합판정 결과,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은 경우 안전진단 결과보고서에 대한 공공기관의 적정성 검토를 거쳐 재건축사업 추진 여부가 결정된다.

현재는 안전진단 실시 결과 구조 안전성에 큰 결함이 없는 경우 재건축 시기를 조정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조건부 재건축’이라는 판정 유형이 설정돼 있다.

그러나 실무적으로 대부분의 단지가 시기조정 없이 바로 재건축사업을 추진하는 등 ‘재건축’ 판정과 동일하게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안전진단 결과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은 경우, 공공기관의 적정성 검토를 의무적으로 거친 후 재건축을 추진하도록 하여 민간의 진단결과에 대한 검증이 강화되도록 했다.

다만 공공기관이 안전진단을 실시해 이미 공적 판단을 받은 경우에는 추가적인 적정성 검토 없이 재건축 사업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이밖에 최근 포항 지진 발생 등을 감안해 안전상의 문제가 이미 확인된 건축물은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 추진이 가능하도록 예외 규정도 마련했다.

현재는 법률 별로 안전진단 절차를 별도로 운영함에 따라,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른 안전진단 결과 D등급 이하로 분류돼 안전상 문제가 지적된 경우에도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도시정비법상 안전진단 절차를 다시 거쳐야 하는 문제점이 지적됐다.

이에 시특법에 따른 안전진단 결과 D등급 이하로 분류될 경우에는 도시정비법상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사업의 추진이 가능하도록 개선했다. 따라서 지진 등 재난에 취약한 건축물을 재건축하는 경우 개별 법률의 요구에 따른 중복절차를 거치지 않고 신속하게 재건축이 추진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개정 안전진단 기준은 개정안 시행일 이후 최초로 안전진단 기관에 안전진단을 의뢰하는 분부터 적용하게 된다"며 "현지조사를 통해 안전진단 실시가 결정된 경우라 하더라도 새로운 기준 시행일에 실제로 안전진단 기관에 안전진단 의뢰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개정 기준이 적용된다"고 말했다.

한편 국토부는 제도 개선을 위해 도시정비법 시행령 및 안전진단 기준 개정안을 내일(21일)부터 입법예고와 행정예고를 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