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하게 사는 생활법률 상식]<88>혼인의 취소
[똑똑하게 사는 생활법률 상식]<88>혼인의 취소
  • 국토일보
  • 승인 2018.02.05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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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신호 변호사 / I&D법률사무소

 

똑똑하게 사는 생활법률 상식

결혼, 부동산 거래, 금전대차 등 우리의 일상생활은 모두 법률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고 법을 잘 모르면 살아가면서 손해를 보기 쉽습니다. 이에 本報는 알아두면 많은 도움이 되는 법률상식들을 담은 ‘똑똑하게 사는 생활법률 상식’ 코너를 신설, 게재합니다.
칼럼니스트 박신호 변호사는 상속전문변호사이자 가사법(이혼, 재산분할 관련법률)전문변호사로 상속, 이혼, 부동산 등 다양한 생활법률문제에 대한 전문가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박신호 변호사 / I&D법률사무소 / legallife@naver.com

■ 혼인의 취소

취소사유있는 혼인도 취소판결 나오기 전까지는 ‘유효’
혼인 취소는 소급효가 없어 취소판결 이전 사안에 영향 ‘無’

결혼한 부부 사이에 혼인관계를 청산하는 방법은 대표적인 것이 이혼이지만, 이외에도 혼인무효와 혼인취소라는 제도가 있다. 혼인무효와 혼인취소는 이혼과는 요건 및 효과 면에서 차이가 있는데, 이번에는 혼인취소에 대해서 살펴보고 다음 편에서 혼인무효에 대해서 살펴보기로 한다.

민법에 규정된 혼인취소 가능사유는 제816조에 규정된 6가지로 한정된다. ① 만18세의 혼인적령 위반 ② 미성년자나 피성년후견인처럼 혼인에 동의가 필요한 자의 동의 없는 혼인 ③ 6촌 이내의 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6촌 이내의 혈족, 배우자의 4촌 이내의 혈족의 배우자인 인척이거나 이러한 인척이었던 자, 6촌 이내의 양부모계의 혈족이었던 자와 4촌 이내의 양부모계의 인척이었던 자와의 혼인 ④ 중혼(배우자 있는 자의 혼인) ⑤ 혼인 당시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악질 기타 중대사유 있음을 알지 못한 경우 ⑥ 사기나 강박에 의하여 혼인의 의사표시를 한 경우가 그것이다.

또한 취소사유가 있다 하더라도 취소권을 행사할 수 있는 당사자가 취소하지 않는 한 유효한 혼인이며 취소사유에 따라 그 혼인취소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시효의 제한이 있다(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악질 기타 중대사유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6월 이내, 사기를 안 날 또는 강박을 면한 날로부터 3개월 이내, 당사자가 만19세가 된 후 또는 성년후견종료의 심판이 있은 후 3개월 이내).

혼인취소의 효과는 소급하지 않고 그간의 혼인생활을 유효하다고 보기 때문에 혼인기간 동안의 재산관계를 정리하는 방법은 이혼과 동일하며, 부부 사이의 자녀는 혼인이 취소되더라도 혼외자가 되지 않고 혼인 중의 출생자로 취급받게 된다. 또한 혼인취소 사유가 있는 배우자의 상대방은 혼인 취소로 인한 재산상, 정신상 손해의 배상청구가 가능하다.

혼인취소의 사유 중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사기·강박에 의한 혼인’인데, 사기 또는 강박으로 인해 혼인신고를 한 때에는 사기를 당한 것을 안 날 또는 강박을 벗어난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혼인취소의 청구를 할 수 있다.

여기서 사기란 혼인의사를 결정시킬 의도로 혼인당사자 중의 일방 또는 쌍방에게 허위의 사실을 고지해 이들을 착오에 빠뜨려 혼인의사를 결정하게 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러한 사기는 혼인의 상대방이 행할 수도 있고 제3자가 행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이 제3자에 의해서 사기가 행해진 경우 이를 상대방 당사자가 알고 있었는지 여부는 요건이 되지 않는다. 흔히 중매인이 중간에서 혼인당사자의 재산관계나 가족관계, 혼인관계, 건강상태 등을 속이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그런데, 사기를 이유로 해 혼인이 취소되기 위해서는 사기로 인하여 생기는 착오가 결혼을 결심하는데 있어 결정적인 요소로 볼 수 있을 정도로 혼인생활에 영향이 큰 부분이어야 하고, 당사자가 이러한 사실을 알았더라면 혼인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인정되는 정도여야 한다. 이러한 ‘사기’에는 혼인의 당사자 일방 또는 제3자가 적극적으로 허위의 사실을 고지한 경우뿐만 아니라 소극적으로 고지를 하지 아니하거나 침묵한 경우도 포함된다. 그러나 불고지 또는 침묵의 경우에는 법령, 계약, 관습 또는 조리상 사전에 사정을 고지할 의무가 인정되어야 위법한 기망행위로 볼 수 있다. 관습 또는 조리상 고지의무가 인정되는지는 당사자들의 연령, 초혼인지 여부, 혼인에 이르게 된 경위와 그때까지 형성된 생활관계의 내용, 당해 사항이 혼인의 의사결정에 미친 영향의 정도, 이에 대한 당사자 또는 제3자의 인식 여부, 당해 사항이 부부가 애정과 신뢰를 형성하는 데 불가결한 것인지, 또는 당사자의 명예 또는 사생활 비밀의 영역에 해당하는지, 상대방이 당해 사항에 관련된 질문을 한 적이 있는지, 상대방이 당사자 또는 제3자에게서 고지 받았거나 알고 있었던 사정의 내용 및 당해 사항과의 관계 등의 구체적·개별적 사정과 더불어 혼인에 대한 사회일반의 인식과 가치관, 혼인의 풍속과 관습, 사회의 도덕관·윤리관 및 전통문화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6.2.18. 선고, 2015므654,661 판결).

혼인취소는 혼인무효의 경우와는 달리 다른 소송에서 전제문제로 주장할 수는 없다. 소급효가 없어서 실제로 취소판결이 나기 전에는 유효한 결혼으로 취급이 되기 때문이다. 이와는 달리 이혼의 취소는 소급효가 있어서 이혼취소판결이 확정되기 전에 새로운 혼인을 했는데 나중에 이혼이 취소가 되면 새로운 혼인은 중혼이 돼 취소대상이 된다는 점도 참고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