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명주택 '유명무실’···3년간 인증 단 '1건'
장수명주택 '유명무실’···3년간 인증 단 '1건'
  • 김주영 기자
  • 승인 2018.01.29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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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연한 강화 움직임 앞서 오래 살 수 있는 주택 先 보급해야

▲ 재건축 과열 등 부동산시장을 안정화 시킬 대안으로 100년 동안 거주할 수 있는 '장수명주택'이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장수명주택 인증의 핵심요소인 구조체에 배관을 매설하지 않는 '층상벽면배관'으로 설계된 화장실 예시(오른쪽) 및 내부 모습.

건설업계 "장수명주택 건축비 최대 20% 증가…현실성 있는 인센티브 필요“
현대건설, 반포 재건축‘ 100년 아파트' 건설 약속··· ’신진국형 주거모델' 신호탄

[국토일보 김주영 기자] 올해로 시행 4년차를 맞이한 ‘장수명주택 건설·인증기준’이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진행된 결과, 무용지물 논란에 휩싸였다.

1,000가구 이상 공동주택을 건설할 경우 의무적으로 일반등급을 취득토록 명시했지만, 기존 방식대로 설계하더라도 무리 없이 ‘일반등급’이 충족되는 ‘뒷문’을 열어뒀기 때문이다. 

더욱이 부동산시장 안정화를 위해 ‘재건축 연한 연장’을 검토하기보다 먼저 100년 동안 무리 없이 거주할 수 있는 주택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본보 취재 결과, 도입한지 3년이 넘은 ‘장수명주택 건설·인증’ 현황은 올 1월 기준으로 우수등급 이상을 획득한 공동주택은 LH공사가 직접 시공하는 실증단지를 제외하면 단 ‘한 건’에 그쳤다. 

사실 ‘장수명주택’은 오래 전부터 건설업계의 ‘관심거리’로 거론됐다. 하지만 ‘재건축이 곧 돈이다’, ‘새 것이 좋은 것’이라는 소비자 인식과 함께 수주가 생명인 건설업계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 시장에서 외면 받고 말았다.

실제로 정부는 부동산경기 부양책의 일환으로 2014년 공동주택 재건축 연한을 40년에서 30년으로 완화하고 이듬해부터 본격 시행한 이후 국내 공동주택의 수명은 30년이라는 인식이 심어졌다. 철근콘크리트의 수명이 대략 50~60년임을 감안할 때 심각한 자원 낭비를 방치하고 있는 셈이다.

조기 철거는 자원 낭비뿐 아니라 철거 시 발생하는 쓰레기로 인한 환경문제, 이사 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 지출 초래, 주민간 갈등 등 다양한 문제를 일으킨다.

더욱이 철거 주기가 짧아질수록 노후 아파트 재건축을 통해 새 집을 얻고 여윳돈도 벌 수 있다는 인식이 만연해지면서 재건축이 부동산시장 거품을 양산하고 있는 실정이다.

장수명주택 전문가는 “현재 15층짜리 아파트를 40층으로 높여 짓고 나면 향후 30년 뒤에는 수익성 확보를 위해 60층 이상되는 아파트를 짓게 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며 “이대로 방치하면 (좁고, 고층인) 홍콩식 아파트를 머지않아 한국 땅에서 보게 되는 날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장수명주택은 지난해 현대건설이 반포주공1단지를 수주할 당시, ‘100년 동안 살 수 있는 명품 아파트’를 짓겠다고 공언하면서 한 차례 화제가 됐다. 선진국형 주택모델을 국내에 도입하는 신호탄을 쏜 셈이다. 

장수명주택의 핵심은 ▲내구성 ▲가변성 ▲용이성 등에 있다. 철근의 피복 두께와 콘크리트 품질을 강화해 튼튼한 아파트를 짓고, 향후 구조체의 손상 없는 범위에서 구조변경을 손쉽게 할 수 있도록 기둥식 구조방식으로 건축된다.

특히 공용배관과 전용배관을 분리하고, 구조체에 설비배관을 매설하지 않아 교체와 수리가 용이해질 뿐 아니라 화장실 물내림 등과 같은 층간생활소음도 차단하는 효과도 나타난다. 

다양한 효과가 있음에도 건설업계가 선뜻 도입하지 못하는 이유는 ‘체감할 수 있는 인센티브가 부족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건설업계는 국토부가 정한 우수·최우수 등급의 장수명주택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기존 주택보다 최대 20%가량 비싼 건축비를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가 제시한 용적률/ 건폐율을 각각 15%씩 상향하는 인센티브로는 늘어난 건축비를 상쇄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정부가 2015년 1,000가구 이상 공동주택에 대해 ‘일반등급’ 이상의 장수명주택 건설을 의무화 해 활성화를 유도했지만, 체감 불가능한 빈약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방치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층간소음으로 삶의 질이 하락하는 문제와 재건축 과열 등의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장수명주택’ 건설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며 “정부가 재건축 연한 강화라는 단기 대책 마련에 집중하기보다 실질적이고 장기적인 대안이 될 수 있도록 조건을 강화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민간부분이라 정부가 (장수명주택 보급을) 강제하는데 한계가 있었다“며 ”관련 연구단이 실시 중인 R&D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건설업계에 잘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