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혼란 발언 신중해야
시장혼란 발언 신중해야
  • 국토일보
  • 승인 2009.11.18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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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살리기 사업의 공사가 본궤도에 오르면서 모처럼 활기를 찾기 시작한 건설업계가 일부 정치권 인사와 정책당국자들의 ‘담합 의혹’ 제기 발언으로 한 순간 기세가 꺾이는 것은 물론 서로 간 불신의 눈총을 보내는 등의 혼란스런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물론 4대강 사업이 지닌 무게감 탓에 자칫 혼탁한 수주경쟁을 우려해 사전 예방적 차원에서 나올 수 있는 발언으로 치부될 수도 있으나 담합 문제는 그 성격상 발주자, 다시 말해 정부 측에서 정밀한 제도나 시스템으로 타개해 나가야 할 사안이며 책무라는 점에서 오히려 발언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따르고 있다.

최근 4대강 사업의 환경영향평가가 끝나고 공사가 본격화 되는 것을 계기로 일부 야당 국회의원에 의해 대형 건설사들의 수주 담합의혹이 제기됐는가 하면 공정거래위원장의 경우 국회에서 질의에 대한 답변 형식을 통해 “담합과 관련한 정황들이 포착되고 있다”는 충격적인 발언까지 서슴지 않아 일파만파의 파장을 야기하고 있는 형국이다.

표현 그대로 ‘담합 의혹’이나 ‘담합 정황’은 대개의 경우 실체와는 다르면서 그로 인한 부작용이나 후유증은 극대화되는 정치적 수사(修辭)로 흔히 오용돼온 탓에 그 파장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더구나 오비이락(烏飛梨落)일 수 있으나 이런 분위기에 편승이라도 하듯 최근 국세청에서까지 일부 중견 건설업체들에 대한 세무조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면서 건설시장에는 졸지에 한파가 몰아치는 양상으로 돌변했다.

그렇지 않아도 4대강 살리기 사업의 경우 워낙 모처럼 맞은 초대형 공사인 탓에 업계에서는 수주를 위한 치열한 로비 경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아직도 건설공사에 로비 경쟁이 판을 치고 있으나 여전히 제도적 근절 창치는 미흡한 때문이다.

여기에다 건설시장의 그간 상황을 보면 경기침체로 아파트 공사가 곳곳에서 보류되면서 일감이 크게 줄어든 대형 건설업체들의 경우 턴키공사 수주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형편이어서 4대강 사업은 그야말로 복마전화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게 실상이기도 하다.

우리가 우려하는 것도 이제는 경종을 울리거나 업계 스스로의 자정을 촉구하는 수준의 대응으로는 오히려 시장의 불신만 야기한 채,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다시 말해 제도적으로 비리의 원천을 차단할 대책을 시스템적으로 강구하는 게 시급하고 선행되어야 한다는 주문이나 다름없다.

사실 턴키공사는 로비가 활개 칠 수밖에 없는 요인들을 지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공사 규모가 크고, 가격경쟁 방식에 비해 공사비도 비싼 매력을 지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미 드러난 것처럼 심의위원들의 판단이 당락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평가 구조로 되어 있다 보니 로비 활동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시 말해 웬만한 건설사의 설계와 시공 능력이 엇비슷한 만큼 로비력에 따라 당락이 결정되기 쉽도록 되어 있다는 뜻이다. 이런 맹점에 대한 정부의 제도적 대응이 선행되지 않은 채, 또다시 일방적인 규제와 제재를 내세운 경종이나 질타는 오히려 건설업계의 위상만 더 실추시키고 업계를 위축시키는 악재로 작용할 뿐이라는 지적인 셈이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은 결코 흔한 대형공사나 일자리 늘리기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그야말로 ‘백년대계’에 준하는 국가적 사업이다. 여전히 일부 시민단체 등 사회 일각에서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항변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부실공사를 야기할 수 있는 공사 수주담합의 우려까지 제기된다면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무려 22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사업비가 투입되는 사업을 결코 소홀히 다룰 수는 없다. 먼저 사업 속도를 조절하더라도 이런 미흡하고 불비한 부문을 꼼꼼히 살피고 제도와 시스템으로 보완해 나가는 치밀함이 요청된다. 아울러 경종이나 엄포보다는 업계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노력도 병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건설업계 역시 각종 의혹을 불식시키고 국민의 불신을 해소시키는데 정말 발 벗고 나서야 할 줄로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