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만 가중되는 부동산 정책
혼란만 가중되는 부동산 정책
  • 국토일보
  • 승인 2008.05.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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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출범 석 달이 가까워지고 있으나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와 달리 부동산 정책은 계속 설(說)만 무성한 체 엉거주춤한 양상에 머물러 이로 인한 부작용과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


 가장 큰 혼란은 과연 부동산 시장에서 규제 개혁이 제대로 이루어질 것인가 하는 대목에 대한 긍정적 시각과 부정적 시각의 혼재 현상이다. 서울 강북지역의 집값을 들먹이게 한 ‘뉴타운 공약’ 파문은 여대야소의 총선구도까지 가세하면서 이명박 정부에 의한 각종 부동산 규제 완화 관련 법 개정의 물꼬가 터질 것을 기대한 긍정적 시각의 혼란과 부작용이라 할 수 있다.


 4.9총선에서 여당인 한나라당이 과반의석을 차지하면서 ‘뉴타운 공약’을 비롯해 취득· 등록세와 양도소득세 인하 등 부동산 규제 완화에 대한 정책적 변화를 기대하는 분위기가 분출한 때문이다.


 이로 인해 실제 부동산 시장에서는 한나라당의 총선 승리를 곧바로 주택시장 활성화로 연결 짓는 수요자와 공급자들이 적지 않았다. 전문가들 역시 총선 이후 각종 부동산 규제 완화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내다보는 견해가 우세할 정도였다.


 반면 강북의 집값이 들먹이면서 새 정부의 관변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한 ‘선 집값 안정, 후 규제 완화’의 목소리는 부동산 규제 완화가 섣부른 기대감이라는 부정적 시각을 형성하면서 주로 공급자인 주택건설 업체들의 도산을 양산하는 부작용과 혼란으로 이어졌다.


 지난 4월 부도난 건설업체가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83%나 늘어난 11개에 달한다는 대한건설협회의 통계가 이런 실증적 사례다. 이에 따라 올 들어 문을 닫은 건설업체도 모두 37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 25개 대비 48%나 늘어났다.


 더욱 심각한 것은 건설업체 부도의 경우 하도급을 담당하는 전문건설업체의 부도로 직결되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4월중 부도 처리된 전문건설업체가 지난해 같은 기간(9개)보다 무려 156%나 증가한 23개에 이르고 있음이 이를 대변한다.


 다시 말해 건설업체의 부도가 크게 늘면서 하도급 협력업체도 피해를 입는 ‘도미노 부도’ 양상이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 지난 2월 부도 처리된 우정건설의 경우 하도급 협력업체만 99개에 달했다. 자재업체까지 포함할 경우 무려 100여개 이상 건설 관련 업체가 부도 위기에 처하게 되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건설 협력업체의 부도는 다시 일용 근로자의 임금 체불 등으로 이어져 부도 악순환의 고리 작용을 한다는 점에서 경제적 피해 파장이 매우 심각하다.


 물론 부도 건설업체가 최근 급증한 이유는 근본적으로 발주 물량 부족과 심화된 경쟁 구도 에 기인한다. 그러나 지방의 경우 상대적으로 공사량이 적은데다, 부동산 규제 탓에 미분양이 대폭 늘면서 자금 압박을 가중시킨 데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부동산 규제 완화가 기대만 부풀린 채 차일피일 미루어지면서 오히려 미분양 주택은 쌓여만 가는 악재로 작용한 때문이다.

 

최근 미분양 급증으로 자금압박에 시달리다 못한 건설업체들이 급기야 미분양 아파트를 헐값에 ‘땡처리’하는 사태까지 빚고 있는 것도 이런 엉거주춤한 새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신감의 표출이라 할 수 있다.


 하기야 자칫 규제 완화가 강북 집값 급등으로 불안 조짐이 있는 전체 주택시장에 불을 댕길 우려가 없지 않은 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새 정부의 주택정책 역시 ‘집값 안정’의 축에서 크게 벗어나지 말아야 한다는 논리로 비약되는 것은 곤란하다.


 그것은 참여정부가 강남 부동산 부자들을 잡겠다고 이른바 부동산 시장의 부(負)의 외부효과만을 추구하고 집착한 결과와 일맥상통하는 사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집값을 하락시키는 부(負)의 효과만에 집착한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결국 시장의 실패만 초래한 경험칙을 우리는 결코 잊을 수 없기에 더욱 그렇다.


 주택시장의 활성화라는 정(正)의 외부효과가 이끄는 투자 촉진 및 개발 촉진 등 큰 틀의 경제 사회적 실익을 우리가 너무 오래 동안 외면해왔기에 규제 완화에 거는 기대는 커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