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성장, 의욕과 실천의 조화를
녹색성장, 의욕과 실천의 조화를
  • 국토일보
  • 승인 2009.11.14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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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가 최근 제6차 보고대회를 통해 제시한 이른바 ‘그린 로드맵’은 아직도 여론 수렴의 여지를 남겨 놓고 있다고는 하나 너무 의욕이 앞선 게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들게 해 실천 가능성과의 조화를 기대하게 하는 분위기다.

이는 우선 그린 로드맵의 핵심인 온실가스 감축 문제가 국민적 동의, 특히 산업계의 적극적 참여를 바탕으로 전(全)사회적 동참을 유도해야 성공할 수 있는 과제라는 점에서 수용태세에 대한 신중한 판단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 내 협의와 당정 협의 등 심도있는 추가 논의를 거쳐 경제· 사회 각 분야에 미칠 부작용 및 타격을 최소화하면서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최종안을 도출할 것을 당부해 마지않는다.

녹색성장위원회가 제시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2020년 배출 전망치의 27%(2005년 배출량 동결) 또는 30%(2005년의 4% 감축)안으로 되어 있다.

 지난 8월 제시한 세 가지 가운데 부담이 가장 적은 21% 감축안을 버리고 부담이 큰 나머지 두 가지 안으로 선택의 폭을 좁힌 것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오는 17일 국무회의에서 최종 목표치를 확정할 방침임도 밝혔는데 벌써부터 30% 감축안이 유력하다는 소문이 파다한 실정이다.

실제로 이명박 대통령도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가능한 한 이상을 높게 잡아야 현실적으로 실천이 뒤따를 수 있다”고 말해 목표치를 높이는데 무게를 실었다.

물론 틀린 얘기가 아니며 또 온실가스 감축이 피해갈 수 없는 숙명적 과제라면 우리도 신발끈을 바짝 동여맬 수밖에 없다.

그러나 문제는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일단 제시하고 나면 이는 사실상 국제사회에 약속을 한 것과 마찬가지가 된다는 점에서 보다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며 적지 않은 관계자들이 우려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리고 아무리 의욕적인 정책이라도 현실과 부합하지 않는다면 성공하기 어려운 게 실상이다.

녹색성장위가 제시한 최대 4% 감축안에 대해 벌써부터 산업계에서는 현실을 잘 모르는 정책이라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는 것도 그래서 주목할 요하는 대목이다.

정부에서는 최근 일본 등 일부 국가들이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높이는 추세라고 하지만 국내적으로 적지 않은 논란에 직면한 경우도 있고, 중국 인도 등은 아직 구체적인 감축목표를 제시하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게다가 오는 12월 코펜하겐 회의에서도 국가간 구체적인 감축합의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어느 국가보다 앞장서 힘겨운 목표를 선택하고 나선다면 국민과 기업의 부담만 가중시킬 뿐이기에 더 그렇다.

우리는 국가적인 부담이 따르는 사안의 경우 이상적인 목표보다는 현실적인 실천가능성을 먼저 따져야 한다고 본다.

녹색성장위는 그동안 토론회와 공청회를 거쳐 여론을 수렴하고 산업계의 부담과 국가 브랜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하지만, 녹색성장위의 제안대로라면 산업계의 입장은 거의 반영되지 않는 셈이다.

 산업계는 최대 4% 감축안이 채택될 경우 기업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성장과 고용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아우성이다.

더구나 정부 내에서도 기획재정부와 지식경제부 등 경제부처에서는 과도한 온실가스 목표치 설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서둘러 감축 목표치를 결정하기보다는 산업계의 의견을 더 들어보고, 정부 내 이견도 충분히 조율하는 과정을 거치는 게 순리가 아닌가 싶다.

사실 국민 부담이 걸린 사안이야말로 명분보다는 실용을 기준으로 결정해야 마땅하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최종 확정되면 산업 전반은 물론 국민들의 일상생활에도 많은 변화가 불가피하다.

기업에는 비용부담 등 만만치 않은 고통이 동반될 것이고, 개인에게도 적지 않은 불편과 부담이 따를 것이다.

그래서 국민들에게 소상히 알리고, 과연 어느 정도의 부담을 감당할 것인지에 대한 동의를 구하는 일이 먼저일 수밖에 없다.

 이런 맥락에서도 정부는 너무 의욕적인 목표제시에 급급할 게 아니라 국제사회의 동향을 면밀히 살피면서 실천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