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명분 잃은 철도노조 파업
[사설] 명분 잃은 철도노조 파업
  • 국토일보
  • 승인 2009.11.09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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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노조가 지난 5일부터 이틀간 시한부 파업을 벌였다. 이번에도 철도노조가 내세운 파업 이유는 ‘단체협약 개선’이다. 그러나 속내는 이른바 구조조정의 반대임을 쉽게 간파할 수 있다.

임금 피크제 및 희망퇴직 반대, 노조전임자 축소 반대 등 요구 사항의 상당 부분이 정부의 공기업 구조개혁 방향에 정면으로 맞서는 사안들이기 때문이다.

단협의 근간인 근로조건 개선과는 거리가 먼 주장들이라는 점에서 명분 약한 파업이라는 데 이의를 달기가 어렵다. 그런데도 노조는 예외 없이 파업을 강행했다. 국민의 불편을 담보로 밥그릇을 지키려는 치졸한 행태를 또 보인 것이다.

물론 합법적인 노사협상에는 사(社)측도 인내심을 갖고 참여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되풀이 되는 이런 부당한 요구에는 단호히 맞서고 또 거부해야 한다는 게 우리의 일관된 시각이다.

지금 공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은 국가경제 도약과 위기 탈출의 절실한 현안으로 등장한 상황이다. 최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08년도 공공기관 결산서’를 보면 그 이유를 실감하고도 남는다.

한마디로 공공기관의 빛은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반면 이익은 점점 줄어드는 형국이다. 24개 공기업과 77개 준정부기관의 부채가 무려 213조원으로 전년대비 43조원이나 증가했고 최근 4년새 2배 이상 늘었다.

반면 순이익은 전년보다 53%나 감소했다. 일부 공공기관은 장사해서 번 돈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형편일 정도다.

민간기업이라면 부도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몰린 것이 오늘날 공공부문 기업들의 실상이며, 그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방만한 경영 탓으로 드러나고 있는 실정이다. 철도공사만 해도 자난해 매출은 게걸음이면서 영업이익은 무려 7374억원이나 적자를 기록했다. 이런 경영 행태로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지난해 말 현재 6조8000억원에 이르고 있다.

공사 측이 이런 부실을 털어내기 위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나서는 것은 불가피한 자구책일 수밖에 없다. 노조가 이를 반대하며 파업으로 맞서는 것은 공감도 얻지 못할 뿐 아니라 공멸을 재촉하는 자해행위가 아닐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명분을 잃은 일부 공공기관 노조들의 잦은 파업 행태에 대해 국민 일반의 여론도 이제는 곱지 않다.

공기업의 빚이 이렇듯 가파르게 증가하면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명약관한 사실 때문이다. 더구나 적자에 허덕이면서도 구조조정이나 경영개선 등 자구 노력은 외면하기 일쑤이다 보니 시선이 더 곱지 않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마당에 철도노조가 명분 잃은 파업을 단행하고 여기에다 철도· 발전· 가스노조 등이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정책에 반발해 연대파업을 선포하고 나선 것은 국가 경제나 사회 분위기에 적지 않은 피해와 충격을 줄 것으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이런 때일수록 정부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처해야 할 것으로 우리는 판단한다. 그리고 이런 맥락에서 철도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민간 기업보다 더 엄한 잣대로 다스려 일벌백계(一罰百戒)의 원칙을 확립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모처럼 공기업 노조의 파업 행태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민간노조에선 탈(脫)정치· 탈이념 바람이 불고 있으나 공공분야 노조는 오히려 정치 오염이 심해지는 양상을 보여 우려감을 증폭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의 노동계의 양상을 보면 민간부문에선 걸핏하면 정치 파업을 일삼는 민노총식 강성투쟁으로는 근로자들의 일자리와 소득을 해칠 뿐이라는 공감대가 커져가고 있다.

특히 글로벌 경제위기와 국내외 기업들의 경쟁 격화로 노사 평화 없이는 회사가 아예 문을 닫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까지 가세해 이런 분위기는 더욱 확산 추세다.

그러나 대조적으로 시장에서의 경쟁이 없고 고용이 보장된 공공부문에선 오히려 이를 악용해 정치투쟁과 철밥통 지키기에 열을 올리는 왜곡된 행태를 보여 우리가 관심을 쏟지 않을 수 없게 한 것이다.

우리가 우려를 표하는 것도 결국은 노조 본연의 자리를 지키도록 하기 위함이다. 공기업 직원들도 공복에 준하는 위상인 만큼 정치에 오염돼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