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설비 법제화 ‘동상이몽’···산업 진흥 견인 Vs. 분리발주 우회법안
기계설비 법제화 ‘동상이몽’···산업 진흥 견인 Vs. 분리발주 우회법안
  • 김주영 기자
  • 승인 2017.11.24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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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설비업 “건축물 안전·일자리 창출 위해 기계설비 관련법 제정 必”
종합건설업 “건축법, 건산법 정비 先...위임사항 많아 분리발주 우려”

▲ 지난 23일 국회에서 기계설비산업 진흥과 기계설비 안전 및 유지관리 법제화를 위한 전문가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은 조정식 국토교통위원장(앞줄 중앙 오른쪽), 백종윤 대한기계설비단체총연합회회장(앞줄 중앙 왼쪽) 등을 비롯한 참석자들의 기념촬영.

[국토일보 김주영 기자] ‘기계설비산업 진흥’과 ‘기계설비 안전 및 유지관리’ 법제화를 위해 마련된 전문가 토론회에서 기계설비업계와 종합건설업계가 이견을 보였다.

기계설비업계는 건축물 안전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기계설비 관련법안 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반면, 종합건설업계는 일부 조항이 분리발주와 연계된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지난 2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기계설비산업 진흥’과 ‘기계설비 안전 및 유지관리’ 법제화를 위한 전문가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는 조정식 국토교통위원장과 윤후덕 의원이 개최했다.

이날 백종윤 대한기계설비단체총연합회장은 “기계산업 관련법 확립은 건축물 유지·관리 전문분야 신설 및 시스템 성능 검사 관리 등을 통해 최소 5만 개 이상의 전문분야 일자리를 창출하게 된다”고 전망했다.

조정식 국토교통위원장은 “기계설비 산업은 건축물이 제 기능을 할 수 있게 하는 핵심”이라며 “음식의 소금과도 같은 사회 기반시설”이라며 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토론회는 기계설비산업이 건축물 공사에서 핵심 역할을 맡았음에도 관련법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아 건축물 안전과 전문인력 양성 등에 효율적인 대응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따라 마련됐다.

특히 산업을 총괄하는 ‘기계설비산업진흥법’과 ‘기계설비 안전 및 유지관리법’ 제정을 통해 안전관리와 에너지 절감, 건축물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해 신규 일자리 창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열렸다.

토론회에서는 숭실대 유호선 교수와 가천대 성순경 교수가 각각 ‘기계설비 법제화, 왜 필요한가’, ‘기계설비 안전 및 유지관리’를 주제로 발표했다.

유호선 교수는 “각종 안전사고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미세먼지로 인한 삶의 질 악화를 줄일 뿐 아니라 전염병 감염 확산을 억제하는 등 주변의 위험요소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기계설비 관련법이 발의됐다”고 발의 취지를 분석했다.

그는 “두 법안이 제정되면 ▲국민생활의 안전, 보건 및 쾌적성 향상 ▲최적 환경조성으로 산업의 품질 및 생산성 향상 ▲국가 에너지 절약 및 온실가스배출 감축 ▲건설산업에서 4차 산업혁명 구현 선도 ▲일자리 창출 및 전문인력 고용 확대 ▲기계설비 효율화 및 수명 연장 등의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성순경 교수도 “법이 제정되면 건축물 에너지 비용의 10% 이상을 절감하고, 기계설비산업 전문직 일자리 창출, 기계설비의 4차 산업혁명 기술 적용 확대 등 기대 효과가 크다”고 주장했다.

이어진 토론회에는 이병훈 국토교통부 건설산업과장, 문 혁 건설산업정보센터 기획총괄실장, 전영준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 이재식 대한건설협회 건설진흥실장, 조현일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정책본부장, 이영록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 정책기획실장 등이 참석해 기계설비 관련 법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기계설비를 소프트웨어로 비유한 건설산업정보센터 문 혁 실장은 “기계설비의 가장 중요한 점은 생애주기에 있다”며 “기계설비는 건축물이 만들어진 뒤 안전과 쾌적성을 담보하는 데 많은 영향을 주고 있는 만큼 그 기능을 지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유지보수가 필수”라고 말했다.

이어 “기계설비산업이 녹색건축, 온실가스 감축, 에너지 절감 등을 건설산업의 성장동력을 실현할 실질적인 수단”이라며 “전통적인 건설산업과는 다른 역할을 하는 만큼 국가적 차원에서 좋은 발전을 위한 결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기계설비건설협회 조현일 정책본부장은 “메르스 사태를 겪은 뒤 설비 관련 대책이 마련되지 않아 안타까움이 있었지만, 이번 법안은 앞으로 국민들이 쾌적하게, 또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대책이 될 것”이라며 "당장 내년부터 바로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계설비 관련 법이 법제화되면 깨끗한 환경에서 깨끗한 물, 공기를 마시는 등 혜택이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법안이 시행되면 기계설비산업이 규제대상으로 포함돼 까다로운 절차 등으로 어려움이 뒤따르겠지만 국민의 안전과 혜택을 위해, 또한 소득 3만 달러 시대에 걸맞는 성숙한 시대를 만들기 위해더라도 꼭 시행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노동자를 대표해 참석한 이영록 정책기획실장은 “설비 분야에서 안전사고는 늘상 일어나는 일로, 현행 관리체계에서는 누구도 신경을 쓰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기계설비관련법안 제정은 큰 의미가 있다”고 환영의 뜻을 내비췄다.

참고로 플랜트건설노조는 석유화학, 정유, 반도체, 발전소 등 산업시설에 들어가는 기계장치를 제작/설치하고, 시공 후 발생하는 문제를 유지보수하는 기능공 중심의 조직이다.

그는 “기계설비, 플랜트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려면 이들 산업을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육성, 관리할 수 있는 법안 마련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종합건설업계는 기계설비 관련 법안에 대해 불편한 시각을 감추지 않았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전영준 부연구위원은 “기계설비산업은 건설산업에 있어 중요한 공정이고, 육성해야 하는 분야임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최근 발의된 관련 법안은 상충되는 부분이 많은 만큼 다각적이고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장 먼저 ‘업역 문제’를 거론했다. 전 연구위원은 “현재 전기공사나 소방시설공사는 개별 법에 의해 관리되고 있지만, 규정별로 법의 적합성도 불명확하고 사업의 비효율성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다른 법의 적용을 받는 소방시설, 전기공사 등은 특수한 위험으로부터 불특정다수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마련된 법안으로, 이번에 발의된 법안은 제정 실익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계설비 발전위원회 설치하는 등의 내용은 전체 건설산업과의 형평성 논란도 발생할 소지가 있으며, 다수의 규정이 하위법에 위임하고 있어 분리발주를 염두에 둔 우회법안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무엇보다 이번 법안은 안전과는 무관하게 개별 건물의 사적 이익을 높이기 위한 점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꼬집었다. 

대한건설협회 이재식 실장 역시 ‘분리발주’에 대한 종합건설업계의 우려의 시각을 전했다. 

이 실장은 “이번 법안을 발의한 조정식 위원장이 분리발주가 아니라고 언급해 위로를 받긴 했지만, 조문을 살펴보니 실상으로는 우려가 되는 부분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어 "분리발주라는 단어만 없을 뿐 사실상 분리발주를 위한 조항이 있다”며 “기계설비만 별도로 발주자가 선정하도록 돼 있는 것이 바로 분리발주”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기계설비산업의 발전에는 전적으로 공감하지만, 산업 발전과 분리발주는 별개의 문제로, 법안을 제정하기에 앞서 두 법안에 ‘분리발주를 금지한다’는 조항을 명문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현재 마련된 법률로도 충분히 실현가능함에도 별도 규정을 마련한 것은 중복규제로, 차라리 정보통신, 전기 등을 아우르는 건설통합법을 만드는 것이 대안이 될 것”일고 제안했다.

이날 국토교통부도 ‘분리발주’에 대한 우려를 인지, 여러 의견 수렴을 거쳐 추진할 뜻임을 시사했다. 업계간 논란의 소지가 있는 조항에 대해서는 면밀히 검토하겠다는 뜻도 내비췄다.

국토부 이병훈 과장은 “기계설비산업을 진흥하기 위한 법 취지에는 찬성한다”며 “유지관리 법안의 경우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취지에서는 적극 추진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법안에서 분리발주에 대한 국토위 위원 질의가 이어졌다고 언급하며, “세계적으로 통합발주로 나가고 있는 추세인 만큼 분리발주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기계설비산업 진흥법안은 지난 2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 국토분야 법안심사 소위원회에서 심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