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질 특성 무시한 설계가 지진 피해 키웠다
지질 특성 무시한 설계가 지진 피해 키웠다
  • 김주영 기자
  • 승인 2017.11.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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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로티’구조 취약점 수면 위 부상···안전대책 마련 필요

▲ 지난 17일 국토교통부 김현미 장관이 포항 지진 현장을 찾아 피해 현황을 직접 살피고 신속한 복구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사진은 포항 북구를 둘러보는 김 장관의 모습.

[국토일보 김주영 기자] 내력벽 없이 기둥으로 건물의 하중을 떠받치는 필로티 구조의 건축물이 포항 지진에서 그 한계를 여실히 드러냇다. 이에 작은 지진에도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는 필로티 구조의 건물을 포함해 모든 건축물에 내진설계가 올바르게 적용됐는지를 검증하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건축 전문가들은 이번 지진을 계기로 필로티 구조를 지양하고 내력벽을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필로티 기둥을 단순히 건물을 받치는 것이 아닌 내력벽 역할을 하는 구조로 개선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덧붙였다. 또한 이미 준공된 필로티 건물은 실태 조사와 보강 공사가 진행될 필요도 있다고 주장했다. 

사실 국토교통부는 1988년 이후 꾸준히 내진설계 기준을 강화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내달 1일부터 개정된 건축법이 시행됨에 따라 모든 신축 주택은 층수와 연면적에 상관없이 내진설계가 적용된다. 주택이 아닌 건축물은 내진설계 연면적 기준이 500㎡에서 200㎡로 내려간다. 

그럼에도 국내 주택의 내진설계(동 기준) 비율은 지난 7월 기준으로 전체의 8.2%에 불과했다. 구체적으로 아파트를 포함한 공동주택이 46.6%로 가장 높고, 다가구·단독주택은 4.4%에 그쳤다.

하지만 건축 전문가들은 내진설계 강화 뿐 아니라 전체 건축물에 내진설계가 제대로 적용됐는지를 검증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포항 지진에서 내진설계 기준에 따라 지어진 건축물의 경우, 그 피해가 심각하지 않았던 점에 비춰볼 때 내진설계 적용 여부를 확인·검증하는 제도가 먼저 마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현행 주택 인·허가를 담당하는 지자체 공무원은 인허가 당시 구조검토서만 확인하고 건축 인허가를 내리고 있는 실정이다. 내진설계 적용 등을 포함해 모든 관리 감독을 감리자에게 떠맡긴 꼴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과거 비전문가인 공무원을 믿지 못한다는 지적에 따라, 현재는 건축 관련 민원이 제기되지 않는 이상 현장에 나가볼 일이 없다”며 “모든 건축 과정을 감리자에게 위임하고, 그 책임을 감리에게 묻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간 건축물의 경우, 내진설계를 안 해도 처벌 규정이 없는 제도적 맹점이 존재한다고 건축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공사비, 공사기간에 쫓겨 설계와 다르게 내진설계를 적용하지 않더라도 사고가 나지 않는 이상 이를 확인할 방도가 없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지질 전문가들은 신축 시, 토질 특성도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포항 지진의 경우, 퇴적층 등 연약지반에 구조적으로 취약한 방식인 필로티 주택이 결합돼 피해를 키웠다는 의미다. 

실제로 국내에서 토질을 반영하지 않고 건물을 지어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 사례가 종종 발생했다. 대표적인 사례는 2014년 충남 둔포에서 발생한 오피스 빌딩의 전도사고와 올해 부산 사하구에서 일어난 오피스텔 기울어짐 사고가 있다. 

둔포 오피스텔 전도사고를 조사한 결과, 기초설계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토질 특성을 파악하지 못해 일어난 사고로 파악됐다. 부산 오피스텔 사고 역시, 매립지 특성을 반영하지 못해 건물을 시공한 탓으로 잠정 결론 내려졌다. 

더 큰 문제는 지난해 경주 지진 이후 정부가 지진대책을 마련했지만, 신축 건물에만 적용돼 이미 완공된 건물은 지진대책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점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실태조사와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시설안전공단 관계자는 “이번 지진으로 건물이 손상된 원인을 면밀히 조사하고, 앞으로 개선점을 반영해 설계에 적용하는 계기로 삼아야 시설물 안전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