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흔들리는 부동산 통계
[사설] 흔들리는 부동산 통계
  • 국토일보
  • 승인 2009.11.02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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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와 수치의 이용은 분명 현대 문명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엄밀히 따져들면 그 수치는 진실의 일부를 보여줄지언정 전부를 보여주지는 못하는 맹점을 지닌다는 게 전문가들의 통설이다.

특히 성장률과 관련된 수치들은 그래서 국민들을 곧잘 혼란스럽게 만드는 지표로 작용하기도 한다.
최근 나타나고 있는 성장률 관련 ‘수치’들은 한국 경제가 빠른 회복세를 보이는 시그널로 해석되고 있다. 그러나 기실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한국 경제는 결코 좋아 보이지 않는다.

최근 부산에서 열린 OECD 세계포럼에 참석한 미국의 스티글리츠 교수(노벨경제학상 수상자)가 “거품 낀 GDP가 금융위기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비판은 통계 수치의 허점 및 폐해의 정곡을 찌른 사례라 할 수 있다.

그에 의하면 미국 기업 이익의 40%가 금융 쪽에서 나오는데 금융위기로 이런 성과가 단순히 숫자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거품이 낀 부동산 가격을 기초로 계산된 GDP(국내총생산)가 결국 금융위기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풀이이다.

따라서 새로운 사회발전 지표의 발굴이 절실하며 이를 논의하기 위한 이번 OECD 세계포럼에도 참석하게 된 것이라고 전한다. 한마디로 본질을 흐리는 통계와 수치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의미이기도 하다.

잘 알려진 것처럼 통계의 허점은 우리나라에서도 예외 없이 드러난다. 특히 우리의 경우 항상 통계의 정확도에 맹점이 도사려 있는 것으로 지적되곤 한다. 최근에도 정부의 주택통계에 대한 신뢰 문제가 제기되면서 그 실효성이 새롭게 조명되는 물의를 빚었다.

예컨대 정부가 발표하는 주택 거래량은 가격과 더불어 부동산 시장을 분석하는 핵심 통계로 지적되고 있으나 통계 자체가 왜곡되어 있어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 근거로 전문가들은 정부에서 아파트 거래 건수를 발표할 때 공사가 끝나 입주하는 아파트까지 ‘거래’로 포함해 집계함으로써 신빙성에 금이 가게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로 인해 특정 지역에 1만~2만 가구의 대단지 아파트가 완공되면 실제 주택 거래 건수와 상관없이 통계상 주택 거래 건수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나는 왜곡 현상이 빚어지는 것이다.

상식적인 표현이지만 기본 주택 통계가 왜곡되면 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올해 초부터 부동산 경기 회복 조짐과 더불어 서울 강남 3구와 수도권의 주택거래량이 증가하고 매매가격이 상승하면서 버블 논쟁까지 야기하자 통계상의 허점이 다시 비판대에 오른 것도 이런 배경 탓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다시 말해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발표할 당시 어떤 지표를 사용했는지에 따라 통계의 실효성 문제는 절대적 비중으로 작용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이처럼 주택 거래 통계가 왜곡 반영된다면 올해 입주가 시작된 판교 신도시의 1만2000가구도 결국은 모두 ‘거래’로 분류돼 자칫 부동산 경기 과열을 진단하는 지표로 작용해 혼란을 빚을 수 있는 것이다. 외국에서는 기존 주택 거래 통계와 신규 입주 물량 통계를 분리해 산출하는 게 상례로 통하고 있다.

주택시장의 주요 통계 중 하나인 ‘미분양 아파트 통계’가 벌써부터 불신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도 이 기회에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정부의 미분양 아파트 통계는 전적으로 건설사들의 신고에만 의존하다보니 건설사가 신고하지 않으면 미분양 통계에서 빠지는 맹점을 드러내고 있는 게 실상이다.

대형 건설사들의 경우 회사의 이미지를 의식해 미분양 신고를 꺼리거나 축소하는 사례가 빈번한 허점을 방치하고 있는 셈이다.

모든 국민에게 직접 영향을 주는 주택정책이 부정확한 통계를 갖고 결정되는 측면이 있다면 이는 반드시 바로잡혀야 할 일이다.

그러자면 우선 부동산 현상의 판단기준이 되는 주택에 대한 기초통계의 정확성을 검증받고 다원적인 통계 생산 체계의 정리를 통해 신뢰성을 높이는 일이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우리는 판단한다.
그리하여 더 이상 본질을 흐리는 통계로 호도되지 않도록 정부가 나서 수범을 보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