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관리원 "1천억대 신종 가짜경유 제조 일당 적발···4년간 끈질긴 추적"
석유관리원 "1천억대 신종 가짜경유 제조 일당 적발···4년간 끈질긴 추적"
  • 김주영 기자
  • 승인 2017.11.09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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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정유사 가짜석유 원료 공급 '물의'···"용재 사용계획 관리 했다"

▲ 한국석유관리원 검사원이 석유중간제품을 구입해 가짜경유를 유통시킨 A사에서 B사로부터 구입한 석유중간제품을 실은 차량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제공 = 한국석유관리원>

[국토일보 김주영 기자] 경유와 성상(性狀)이 유사한 석유 중간제품을 이용해 가짜경유를 제조해 유통시킨 일당이 적발됐다. 특히 이런 사건을 막기 위해 석유관리원은 전체 정유사, 석유대리점을 대상으로 ‘가짜석유 연료 사용 가능성’에 대한 주의를 요청해 왔음에도 이번 사건이 발생해 논란이 예상된다.

한국석유관리원(이사장 신성철)은 경기남부지방경찰청과 합동으로 최근 3년간 1,000억 원대에 이르는 가짜경유를 제조·유통시킨 조직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경기남부경찰은 해당 조직원 18명을 검거하고 이 중 4명을 구속했다. 또한 이들 일당에게 연료를 공급한 것으로 드러난 'B정유사'에 대해서는 범죄 가담 여부를 수사 중이다. 

석유관리원에 따르면, 이들 일당이 유통시킨 석유중간제품은 소량의 정상경유를 혼합하는 단순한 신종 방식으로 석유유통시장을 교란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자동차용경유의 품질기준과 유사한 가짜경유를 제조할 수 있어 기존 시험방법으로는 가짜 여부를 판별하기 어렵다는 것이 석유관리원의 설명이다.

이들 일당은 폐유정제업체 A사를 인수해 운영하면서 B정유사로부터 경유유분에 해당하는 석유중간제품을 구입한 것으로 조사결과 밝혀졌다. 이렇게 공급받은 유분은 안성, 천안 등에 마련된 제조장에서 가짜경유를 탈바꿈해 대전 등 전국 36개 주유소로 유통됐다.

이들이 시중에 유통시킨 가짜경유는 2012년 8월부터 2015년 10월까지 약 7,380만 리터에 달했다. 시세로 환산하면 약 1,000억 원에 이르는 금액이다. 이는 일반 승용차 147만 6,000대(50L 주유 기준)가 주유할 수 있는 양으로, 불법유통을 통해 부과되는 세금 약 390억 원을 탈루해 막대한 이득을 챙겼다.

무엇보다 이들에게 석유중간제품을 공급한 B정유사는 석유관리원으로부터 ‘정제연료유 생산업체에 공급되는 용제가 가짜석유 원료로 사용되는 사례는 만큼 공급에 각별히 유의해 달라’는 공식 문서도 소홀히 취급했다는 것이 석유관리원의 지적이다.

참고로 이 공식문서는 국내 전체 정유사 및 석유대리점 등에 정기적으로 발송되고 있다.

여기에 2013년 유사한 방식으로 원료를 납품받아 가짜석유를 유통시킨 폐유정제업체를 검거한 수사당국이 해당 정유사에게 석유중간제품이 가짜경유 원료로 사용될 수 있다고도 한 차례 경고했음에도 제품명을 변경하고 다시 판매에 나섰다는 것이 석유관리원의 주장했다. 

이에 B정유사 관계자는 “정상적인 정제연료유를 만드는 것으로 알았다”며 “제품명 변경을 둘러싼 논란도 사실이 아니라 '제품 자체가 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석유관리원 신성철 이사장은 “이번 사례와 같이 석유중간제품은 가짜석유의 원료로 불법유통 될 위험성이 크다"며 "현재 일반 석유제품 외에는 ‘그 밖의 석유제품’으로 통합해 정유사가 수급 현황을 보고하도록 돼 있어 불법유통 흐름을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신 이사장은 “제도 정비와 현장점검 강화를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변화되는 가짜석유 불법유통을 차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이번 신종 가짜경유 제조 일당은 석유관리원이 2012년부터 가짜석유의 주원료인 용제에 대한 집중 관리로 가짜휘발유 유통을 거의 근절시키는 성과를 거둔 것에 착안해 진행된 조사의 결실이다.

석유관리원은 석유중간제품도 원료로 사용할 가능성을 두고 조사를 진행, 특히 2013년 B정유사가 A사에 특정규격으로 제조한 석유중간제품을 지속적으로 대량 판매하는 이상징후를 포착했다.

이에 따라 해당 정유사에서 제조된 석유중간제품의 주요성상과 제조공정 등에 대한 심층 조사부터 저장시설, 제품 출하내역 조사, 운송차량 추적조사, 관련업체 빅데이터분석까지 4년여 간의 끈질기게 추적했다.

이후 제품 저장시설, 가짜석유 판매 주유소, 정제유로 정상 유통시킨 것으로 위장하기위해 세금계산서를 허위로 발급한 업체 등을 적발했으며, 이를 토대로 수사기관은 원료공급 총책 C씨(42세, 남), 유통 및 보관 총책 D씨(50세, 남)씨 등 18명을 검거하고 이중 4명을 구속했다.

무엇보다 C씨 등은 석유관리원이 용제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자 이를 회피하기 위해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에 따라 석유관리원이 관리할 수 있는 용제의 범위가 세척, 용해, 희석, 추출의 용도로 한정돼 있다는 점을 악용했다.

이를 위해 석유관리원으로부터 검사를 받지 않아도 되는 규격으로 산업용 용제를 제조해 납품해 줄 것을 해당 정유사에 요구한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또한 이들은 구입한 석유중간제품을 가짜경유 제조 원료로 사용한 것을 숨기기 위해 경영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체와 결탁해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급하는 방법으로 정상적으로 정제유를 생산하여 공급한 것으로 위장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한편 B정유사측은 “2013년 발생한 사건의 경우 최종 ‘무죄’결론이 났다”며 “석유관리원 설명대로 대량판매가 아닌 전체의 0.01%에 불과한 소규모”라고 항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