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健建), 이제는 사람(亻)이 먼저다”···공사비 정상화 선행돼야
“건설(健建), 이제는 사람(亻)이 먼저다”···공사비 정상화 선행돼야
  • 김주영 기자
  • 승인 2017.11.07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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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공사비 부족현상 심화···공공공사 의존도 ↑ 업체 상당수 적자 '허우덕'

▲ 토론회 패널 참석자.

[국토일보 김주영 기자] 建設(세울 건, 베풀 설)의 표기를 ‘健設(튼튼할 건, 베풀 설)’로 바꿔야 한다는 제안이 7일 국회에서 열린 ‘일자리 창출 방안 모색을 위한 공사비 정상화 정책 토론회’에서 등장했다. 물론 진짜로 한자 표기를 바꾸자는 주장이 아닌 ‘건설산업이 사람을 가장 우선시 하는 산업’임을 강조, 부정적인 이미지를 벗어나자는 의미다.

이번 토론회는 그동안 공공부문 발주공사 수주업체들의 공사비 부족과 채산성 악화에 따른 불만이 누적된 상황에서 현행 공공공사 공사비 산정 체계와 입·낙찰시스템에 대한 근본적 문제점의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찾기 위해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회장 유주현)가 주관해 마련됐다.

▲ 사진은 (첫째줄 왼쪽부터) 김태황 명지대 교수, 최태진 대표이사(현도종합건설), 이상호 원장(한국건설산업연구원), 허숭 대표이사(청광종합건설), 윤재옥 의원, 안규백 의원, 이우현 의원, 박명재 의원, 강길부 의원, 유주현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 회장, 오인철 대표이사(태성종합건설). (둘째줄 오른쪽부터) 조경태 의원, 이현재 의원, 조정식 의원, 홍문종 의원, 김성태 의원, 홍철호 의원, 추경호 의원, 김두관 의원의 기념촬영.

토론회에 앞서 주제 발표를 맡은 김상범 동국대학교 교수(한국건설관리학회)는 지난 10여 년간 공공공사 원가 산정과정에서 실적공사비 단가(現 표준시장단가) 적용 및 표준품셈 현실화가 진행되면서 예정가격이 10.4%에서 최대 16%까지 축소돼 공공공사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공공공사만 수주해 온 업체의 약 1/3이 10년간 매년 적자상태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공공공사 수익성 악화로 토목 및 토건업체수가 매년 지속 감소해 전체의 약 10% 수준인 약 1,500개사가 폐업했다고 주장했다. 그 결과, 최소 4만 5,000개 이상의 일자리가 감소했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대형건설사도 공공공사에서는 적자를 면치 못해 민간공사에서 적자를 메꾸고 있는 현실로, 기업의 규모가 작아질수록 어려움은 더 커지고 있는 현실이라고 성토했다.

김 교수는 “적정 공사비를 보장받거나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발주처 과실로 인한 공기 연장도 상당수 발생, 소송과 분쟁이 증가하고 있다”며 “결과론적으로 돈이 더 드는 모순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건설산업은 소득분배측면에서 소득 재분배 효과가 상당히 높은 산업이고, 이를 ‘중소기업’이 맡고 있다”며 “흔히 대기업 위주의 산업이라는 인식은 일종의 편견”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건설산업의 취업계수는 전체 산업 평균보다 2배가량, 제조업과 비교했을 때 약 3배 수준 높다. 이는 건설업이 일자리 창출을 주도하는 산업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김 교수는 “적정 공사비가 지급되지 않을 경우 건설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돼 결국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건설 SOC 예산 감축의 경우에 대한 우려도 함께 지적했다.

건설공사가 진행 중일 때에는 건설업이 저부가가치 생산체계를 유지하는 반면 이 기간 동안 다양한 일자리 창출과 소득 재분배 효과가 크게 나타난다고 강조했다.

또한 공사가 마무리된 이후 생산체계는 고부가가치로 반전, 국부를 창출하는 밑거름이 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내수 진작 및 자산가치 증가 등 경제 활성화 및 수출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는 효과가 나타난다고 덧붙였다.

김상범 교수는 “건설산업의 경쟁력은 적정 공사비 확보에서 비롯된다”며 “모든 산업은 ‘시기’가 있다며 지금 이때가 바로 (적정 공사비 확보 및 SOC 예산 정상화를 위한) ‘골든타임’”이라고 밝혔다.

▲ 토론회 전경.

두 번째 주제 발표자인 최석인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기술정책연구실장은 “적정공사비 확보를 기반으로 건설산업의 기술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적격심사낙찰제의 낙찰 하한율을 10%선에서 상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종합심사낙찰제(종심제)의 균형가격산정방식 및 동점자처리기준 등의 덤핑입찰 유도구조 개선을 제안했다.

여기에 발주기관이 예정가격을 과소산정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공사비 이의신청제도’를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공사비 현실화가 이뤄지면 일자리 4만 7,500개가 창출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주제 발표 이후 진행된 토론회에서도 공사비 정상화를 위한 다양한 의견이 등장했다.

현대건설 진상화 상무는 “성수대교, 삼풍백화점 붕괴 등과 같은 무고한 인명을 앗아간 사고는 모두 예산 절감에서 비롯된 사고”라며 “돈을 아끼려던 인식이 더 큰 손실을 불러온 ‘소탐대실’”이라고 진단했다.

진 상무에 따르면, 당시 성수대교의 낙찰률은 66.5%에 불과했다. 또한 삼풍백화점 역시 당초 우성건설이 시공을 맡았지만 사업자인 ‘삼풍백화점’측의 잦은 설계 변경 등으로 철수 한 이후 계열사인 ‘삼풍건설’이 마무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10년, 20년이 지나면서 이런(붕괴사고) 일을 망각하고 있다”며 “이런 치명적인 사고가 최근 다시 올 수도 있다는 걱정이 든다”고 우려했다.

현도종합건설 최태진 대표는 “중소업체들이 입찰기간이 짧아 충분히 세부내역을 검토하지 못하고 입찰에 참가하는 경우가 많다”며 “충분한 공사비 예산을 확보하지 못한 발주처에서는 일위대가 목록에서 각종 자재의 수량을 실제 시공상 필요 수량보다 인위적으로 축소 반영하고, 야간이나 휴일작업 할증도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다”는 현실을 성토앳다.

그는 “과소산정된 공사비 부담이 고스란히 시공사에게 전가됨에도 시공사로서는 이의제기도 제대로 못하고 부정당업자 제재를 피하기 위해 손해를 감수하며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시공할 수밖에 없다”며 입낙찰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법무법인율촌 정유철 변호사는 공사비 문제의 하나로서 계약상대자의 책임 없는 공기연장 시 추가비용을 미지급해 온 공공 발주처의 행태를 지적했다.

정 변호사는 “올해 1월 개정된 총사업비관리지침이 오히려 공사계약일반조건에 비해 공기연장 사유, 계약금액조정액 산정기준, 신청시기 등을 상당히 축소하거나 엄격히 규정해 여전히 소송을 통한 해결이 불가피한 실정”이라며 공사비 정상화 차원에서 관련 지침과 입찰공고의 개선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정부측에서도 제도 개선에 대한 의지를 적극 표현했다.

행정안전부 회계제도과 김연중 과장은 “적절한 공사비 지급이 일자리 창출과 건축물 품질을 제고한다는 부분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2015년 감사원으로부터 지방계약법 상에서 실비 산정 기준을 개선하라는 통보를 받아 관련 T/F를 추진했으나 이해관계자들의 이견에 묶여 미진했다”며 “올해 다시 건설업계, 자치단체,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합의안을 마련 이달 내 개정안을 공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계약심사를 전적으로 맡을 전문기관도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 운영해 적정 공사비가 지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다만 적격 심사에서 제기된 낙찰 하한율을 상향 조정하기 위해 연구 검토에 나서고 기획재정부와 함께 움직여야 하는 부분이 있는 만큼 협의하고 필요 시 연구용역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국토부 기술기준과 안정훈 과장은 “입낙찰 방식에서 종심제에서 기술평가 항목에서 만점을 받고 있어 결국 가격 경쟁으로 치닫고 있다”며 “기술평가에 차등을 줘 변별력을 높이는 방안 마련을 착수했다”고 말했다.

이어 “일괄입찰에서 기술평가를 90%로 확대하고, 오로지 기술로만 경쟁하는 사업도 시범 추진하고 있다”며 “국토부는 건설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업계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기획재정부 박성동 국고국장은 “이번 토론회에서 지적된 사안 가운데 국고국에서 전향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내용은 최대한 빨리 개선토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재정당국으로서 적정 공사비 문제는 총사업비와 연계돼 있어 적절한 방안이 마련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의견을 내비췄다.

박 국장은 “발주기관이 예산이 없으니 저가 설계로 공고를 낸 반면 낙찰자에게 과다요구하는 관행을 근절할 수 있도록 예정가격의 적정성을 검증하는 장치를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국회 김두관, 백재현, 안규백(이상 더불어민주당), 박명재, 윤재옥, 이우현(이상 자유한국당) 등 여야 국회의원 6인 공동으로 주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