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재해, 구조·시스템적 측면에서 재발방지대책 마련 필요
건설재해, 구조·시스템적 측면에서 재발방지대책 마련 필요
  • 국토일보
  • 승인 2017.10.30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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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기 한국가설협회 시험연구소장

건설재해, 구조적·시스템적 측면서 재발방지책 마련 필요
최명기 한국가설협회 시험연구소장
(공학박사/산업안전지도사/기술사)
이메일 : c95019@empal.com

건설현장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연이어 발생해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는 실정이다. 올해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산업재해 사망률  1위’란 오명을 벗어나기 여전히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달 23일 경기 용인시의 한 물류센터 건설현장에서 옹벽이 무너져 작업자 1명이 숨지고 9명이 다친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은 철근과 콘크리트 등 공사 자재를 감식해 붕괴 원인을 밝히고, 공사가 설계대로 진행됐는지, 사고 당일 안전 조치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조사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에 앞서 이달 10일에는 경기 의정부에서는 아파트 신축공사장에 있던 20층 높이의 타워크레인이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 작업자 3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당한 사고도 일어났다.

건설현장은 기본적으로 제조업, 서비스업 등 다른 산업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더 많은 위험요소에 노출돼 있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작업이 옥외에서 이뤄지고 강풍, 강우, 폭설, 폭염 등 기후적 위험요소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또 공기를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작업을 강행하는 경우도 허다한 실정이다. 

건설현장은 이런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사고 빈도가 높을 뿐 아니라 사고 때 중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실제 건설재해 사망자 수는 전국적으로 연간 평균 400~500명으로, 전 산업재해의 절반 가까이 이른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최근 5년간 건설업 재해발생 현황에 따르면, 총 재해자수는 11만878명에 이르고 있고, 재해발생 빈도도 매년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3년간 국내 100대 건설사가 시공한 건설현장에서 사고로 사망한 근로자는 247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돼 매달 평균 7명 정도가 대기업이 직접 공사하는 현장에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다. 

최근 국민들의 의식 속에 안전에 대한 중요성이 서서히 스며들면서 그 중요성이 날로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건설현장에서는 붕괴, 추락, 낙하 등 비슷한 유형의 사고로 근로자들의 안전이 위협을 받고 있음에도 재해 대책은 여전히 멀기만 하다.

따라서 몇 가지 제언을 통하여 건설현장에서 하루빨리 근로자의 생명을 앗아가는 사고가 근절되기를 기원해 본다.

첫째, 건설현장의 중대재해를 막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발주자 중심의 안전관리 체계로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7월 “산업재해 대책 패러다임 전환”을 선언하면서 원·하청업체의 책임을 넘어 발주자한테까지 산재의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건설업은 다단계 하도급 생산·고용구조로 돼 있고, 발주자가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는 반면 재해발생에 대한 책임과 의무는 없는 경우가 많다. 현재와 같은 시공자 중심의 안전관리체계를 발주자 및 설계자 중심으로 하루 빨리 전면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실질적으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발주자에게 건설재해에 대한 예방 의무를 부과할 때 건설현장의 안전관리는 한층 강화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촉박한 공기를 이유로 새벽·야간·휴일작업 등을 강행함으로써 재해의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되는 문제를 막기 위해 발주자에게 적정한 공사기간 보장과 적정한 공사비를 지급할 수 있도록 하루빨리 법적, 제도적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

둘째, 건설현장에서 안전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 등 안전관련 부처들은 건설안전관리법 제정을 통한 안전관련 법규들의 일원화에 적극 노력해야 한다.

건설현장에서는 그동안 각 부처의 다양한 안전관련 법규들로 인해 과정 상 애로사항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통일되고 일원화된 법 제정을 통해 수요자 입장에서 혼돈 없이 실행이 가능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발생한 건설재해의 사고원인을 분석해 보면, 부실자재 사용 등에 따른 재료적인 위험요인과 구조검토 미흡 등과 같은 설계부실, 시공과정에서 안전수칙 미준수, 감독 및 감리과정에서 관리감독 소홀, 근로자의 안전의식 미흡 등을 들 수 있다.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는 것이 없지만 각 단계별로 안전관리를 강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건설안전관리법으로 일원화 할 필요가 있고, 이행여부에 대한 확인 등의 절차 또한 마련돼야 한다.

셋째, 지금까지는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원청업체나 발주자, 설계사는 산재사고에 대한‘솜방망이’처벌로 인해 ‘위험의 외주화’가 계속됐다. 앞으로는 강력한 법적 책임과 더불어 작업중지 등과 같은 강력한 조치 등이 반드시 이뤄져야 할 필요가 있다. 

올해 국감에서는 여러 국회의원들이 건설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여러 가지 대안들을 내놓았다. 국회 법사위원회의에서는 잇단 산업재해에 대한 처벌이‘솜방망이’여서 검찰과 법원은 산업재해는 범죄라는 인식을 분명히 해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서 산업재해 국가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당부하건데, 사고가 발생하면 항상 사고의 책임을 힘이 없고 약자의 지위에 있는 하청업체와 기술자들에게만 그 책임이 전가돼 왔는데 이제는 구조적이고 시스템적인 측면에서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한 발주처, 설계사, 원청 및 하청, 근로자들 모두 산업재해는 명백한 범죄라는 인식을 분명히 해 안전한 작업이 이뤄지도록 각자의 위치에서 모두 노력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