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종시’ 정쟁만 할 것인가
[사설] ‘세종시’ 정쟁만 할 것인가
  • 국토일보
  • 승인 2009.10.19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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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연기· 공주 일원에 건설 중인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에 대한 논쟁이 갈수록 뜨겁다. 발단은 정운찬 총리의 내정 당시 ‘세종시 원안 수정 가능성’ 발언이 계기가 됐으나 그 파장은 일파만파로 커져 이제는 정쟁의 핵심으로 떠오른 형국에까지 이르렀다. 정부 여당의 수뇌부들은 여전히 “어떠한 수정안도 준비하고 있지 않다”며 진화에 나서고 있으나 이미 여당내의 기류는 수정 쪽으로 기운 양상이다.

최근 한나라당 임동규 의원이 기존 ‘행정중심복합도시’를 ‘녹색성장첨단복합도시’로 변경하는 내용의 ‘행복도시법’개정안 발의를 추진하고 나선 것(본지 15일자 3면 참조)은 이런 분위기를 대변하는 사례로 통한다.

그런가 하면 야당은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공개질의 등으로 정치공세 수위를 한껏 높이며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등으로 여론을 주도하기에 총력을 쏟는 분위기다. 한마디로 국가의 미래와 행정 능률 등에 대한 진지한 논의 보다는 당리당략에 우선하는 기류만 팽배하다.

이런 난기류로 정작 세종시의 법적 지위와 관할구역을 정할 세종시특별법 제정과 정부 부처 이전고시는 미뤄지기만 한 채, 언제 이뤄질지 기약이 없다. 정부조직 개편에 따라 행정중심도시 특별법에서 정한 이전 대상 부처가 대폭 바뀐 만큼 새로 고시를 해야 하지만 아직까지 언제 하겠다는 말이 없다.

그러는 사이 서울시 면적의 절반 규모로 추진되는 세종시 건설 사업은 4대 강 사업 예산과 맞먹는 돈을 잡아먹으며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누가 들어갈지도 모르고, 실은 아무도 들어가고 싶어 하지 않는 대규모 신도시가 뚝딱뚝딱 지어지고 있는 것이다.

하기야 총사업비 22조5000억원 가운데 벌써 5조2000억원을 쏟아 부은 상태에서 원점으로 되돌리기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또 한편으론 원안대로 강행될 경우 수십조원의 혈세 낭비로 이어질 게 분명하다.

언제까지 정쟁만 하고 있을 수 없는 이유다. 더구나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한 정치적 헤게모니전(戰)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국론 분열만 초래할 뿐이다.

결국은 청와대와 정부, 그리고 한나라당이 전면에 나설 수밖에 없다. 충청권 표심을 의식해 질질 끄는 건 국력의 낭비일 뿐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세종시 건설에 따른 실질적인 이해득실과 원안 수정 여부 등에 대한 공론화가 문제를 푸는 키워드로 등장해야 마땅하다고 본다.

지금처럼 정쟁만 난무한 채, 아무런 결정도 하지 않고 누구도 책임지지 않으면 파국적인 재앙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막대한 예산만 낭비한 채 텅 빈 유령도시만 남거나, 정부 조직이 양분돼 엄청난 비효율과 혼란을 낳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보기에는 원안 수정에 동조하는 국민적 공감대도 어느 정도 형성된 것으로 판단된다. 당초 계획대로 가면 세종시는 실패한 도시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의 판단으론 세종시가 자족기능을 갖춘 도시가 될 수 있느냐도 문제다.

세종시 이전 공무원은 1만2,000명으로 계획돼 있다. 가족을 포함해도 5만여명에 불과하고 민원업무 대행 등 부수직 이동을 합해도 당초 목표인 50만명을 채우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효과 보다는 부작용이 큰 일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 넣는 것은 국가적 낭비가 아닐 수 없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으로 돌아올 뿐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세종시는 17대 대선에서 충청권의 표를 얻기 위한 정치적 목적으로 탄생했다. 하지만 이제 와서 백지화하기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엄청난 후유증이 뻔한 일을 그대로 추진해서도 안 될 일이다.

그래서 타협이 필요한 것이며 굳이 행정도시만 고집할 게 아니라 지역발전의 기여도를 높이면서 국가 차원에서도 도움이 되는 대안을 찾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는 제안을 하게 되는 것이다.

아울러 정부 분할 등의 비효율을 중단하고 세종시를 진정한 자족도시로 바꾸는 데는 정부와 여당의 솔선이 중요하며 특히 대통령의 결단이 절대적이라는 점을 강조해 마지않는다.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바람직한 대안을 제시, 정치권과 국민에 대한 설득에 나서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