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철도의 날] 노인 무임승차, 적자주범 Vs. 교통 복지 '대립각'
[2017 철도의 날] 노인 무임승차, 적자주범 Vs. 교통 복지 '대립각'
  • 김주영 기자
  • 승인 2017.09.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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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임승차제 이대로 괜찮은가···제도 개선책 마련할 때

▲ 1984년 도입된 노인무임승차제도가 30여년 넘게 운영되며 사회적 논란거리로 대두됐다.
도시철도운영기관들이 노인 무임승차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아우성치고 있다. 특히 신분당선을 운영하는 민간철도사 ‘네오트랜스주식회사’는 자본잠식 등으로 운영에 어려움을 호소, 노인운임을 받겠다고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에 정식으로 신청했다. 
65세 이상 노인에게 제공되는 도시철도 무임승차제도가 논란의 대상으로 다시금 수면위로 떠오른 이유가 됐다. 

■ 인원과 손실액 동반 상승 
서울교통공사가 운영하는 도시철도 구간에서는 2억 314만 명이 무료로 이용했다. 서울 구간의 전체 무임승차 인원에 80%에 달하는 규모다. 나머지는 장애인과 국가유공자가 차지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노인 무임 승차인원은 2011년 1억 6,943만 명, 2012년 1억 7,655만 명, 2013년 1억 8,421만 명, 2014년 1억 9,365만명, 2015년 1억 9,757만 명 등으로 해마다 늘었다. 같은 기간 손실도 2011년 1,714억 3,200만 원에서 지난해 2,757억4,000만 원으로 60% 증가했다. 

도시철도 운영기관이 운영적자 폭을 줄이기 위해 비용 절감 및 수익사업 확대 등과 같이 필사적으로 자구 노력을 펼쳐도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원인이다. 

무임승차 문제는 비단 서울뿐 아니라, 도시철도가 운영되는 다른 광역자치단체 내에서도 뜨거운 감자다. 

무임승차, 손실액 급증… 혜택대상 재조정 불가피
신분당선 노인 운임 ‘부과’ 추진 놓고 국토부 ‘화들짝’
 

▲ 연도별 무임수송 현황.

6개 특별·광역시로 구성된 전국도시철도운영 지자체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도시철도 전체 승객의 16.8%인 4억 2,400만 명이 도시철도를 무료로 이용해 운임 손실 5,543억 원을 발생시켰다. 이들 도시철도 운영기관의 지난해 발생한 순손실 8,395억 원 가운데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이 66%에 달한 것이다.

민간철도운영사인 네오트랜스는 노인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도 지난 2012년 80억 원에서 지난해 141억 원으로 급증했다. 실시 협약 체결 당시에는 개통 이후 5년 동안 무임승차 비율을 5%대로 전망했지만, 실제 운영에 나선 결과 지난해 기준으로 무임승차 비율이 16.4%를 기록하는 등 예상치를 훌쩍 뛰어 넘어서며 정상적인 운영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됐다. 

■ 사회적 합의 없어 논란
논란의 중심에 선 노인 무임승차제도의 연혁을 살펴보면, 1980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노인 무임승차제도는 1974년 8월 15일 서울지하철 1호선이 개통한 지 약 6년 후 도입됐다. 

당시 정부는 노인복지법을 제정, 만 70세 이상 노인에게 정상 운임의 50%를 할인해 주는 것을 공식화했다. 이후 1984년 동법 시행령을 통해 만 65세 이상 노인부터 도시철도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했다. 또 무임승차 대상자는 노인, 장애인, 국가유공자, 만 6세 미만 유아로 확대했다. 이후 무임승차 제도는 변경 없이 오늘날까지 유지됐다. 

이 과정에서 한국 사회에 나타난 큰 변화는 ‘지방자치제도’의 도입이다. 노인 무임승차제도가 처음 도입됐을 한국의 지방자치제도는 서울시장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반쪽짜리 지방자치제도에 불과했다.

▲ 유형별 무임수송 비율.

전두환 정권이 노인복지 차원에서 도입한 제도를 서울시는 ‘꼼짝 없이’ 따를 수밖에 없었던 시대적 배경을 놓쳐선 안 된다. 특히 한국에 본격적인 지방자치제도가 시작된 1995년 6월 단체장 선거 무렵 무렵 서울에는 이미 지하철 5호선 1단계(왕십리-상일동) 구간이 건설 막바지에 단계에 올라서며 수혜지역이 꾸준히 늘고 있었다. 

이 같은 정치적 변화가 ‘노인 무임승차제도’의 갈등을 촉발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일각에서는 지역 주민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이기 때문에 해당 자치단체가 비용 부담을 해야 한다는 주장은 오늘의 시대적 상황에서는 논리적으로 옳다. 다만 시대적 상황을 배제했을 때만 이 논리가 적용되는 것도 사실이다. 

전두환 대통령의 업무지시임을 감안할 때 당시 서울시가 임의로 폐지하거나 축소할 수 있었던 사안이 아니었던 것 만큼 오늘의 중앙정부가 뒷짐만 지고 방치할 수 없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는 또 도시철도운영사가 원인 제공자 부담의 원칙에 따라 법정 무임승차 손실을 정부가 보전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는 이유다.

■ 보편적 복지, 재원 마련 필요
노인 무임승차제도를 복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도 등장한다. 오늘날 대표적인 보편적 복지인 초등학생 무상급식과 마찬가지로 노인 무임승차제도도 여기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무임승차제도로 인한 손실을 지원할 재원 마련에 대한 논의가 당시에는 누락된 체 도입된 배경에서는 ‘재원’ 마련에 대한 논의가 지금이라도 시작돼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도시철도운영사의 누적 적자 증가, 민간철도운영사 자본잠식 등과 같은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편적 복지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사례도 여기서 등장한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재임 시절 당시, 시장직을 걸고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를 하려다 무산돼 끝내 퇴임했던 것과 같이 ‘무임승차제도’ 역시 국민적 합의를 위한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 ‘보편적 복지’라는 설명이다.

이는 해당 도시철도를 운영하는 지자체들만의 문제가 아닌, 국가 차원에서의 판단이기에 중앙정부가 마냥 손 놓고 바라만 봐선 안 된다는 지적이기도 하다. 

특히 무상급식, 건강보험 적용 범위 확대 등 보편적 복지를 늘려가는 시대의 흐름에서 새 정부의 복지정책 기조에서도 기존에 유지돼 오던 ‘노인 무임승차제도’에 대한 논의가 시작될 것이란 기대감도 고조되고 있다. 

■ 도시·광역철도 형평성 제기
인천, 대구, 대전, 광주와는 다르게 서울과 부산에서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이 운영하고 있는 광역철도 구간와의 차별성도 논란거리다.

정부는 코레일이 운영하고 있는 광역철도 구간에서 발생하는 법정 무임승차 손실액을 연평균 69.7%, 932억 원을 보전 받고 있다. 이는 '철도산업발전기본법' 제32조와 제33조에 따라 공익서비스 제공에 따른 보상계약을 정부와 체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시철도운영기관은 같은 도시철도(광역철도)를 운영하는 만큼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서울지역에서 광역전철에 속하는 분당선, 경부선, 경인선, 경원선, 경의·중앙선 등 도심지역을 오가는 광역철도는 정부의 주장대로 ‘일부 지역의 주민복지와 관련된 것’이라고 보기엔 설득력이 떨어진다. 

즉 코레일이든 도시철도운영사든 전철을 이용할 경우에 대한 손실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80년대서 기준 21세기 부합 새 가이드라인 필요 
‘교통 바우처’ 등 합리적 대체 대안 검토 시급

■ 교통 바우처, 손실 감소 기대
전문가들은 노인 무임승차제도로 인한 손실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는 ‘요일, 시간대별 할인율 차등적용’이나, ‘소득수준별 할인적용’ 등과 같은 교통 바우처제도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저소득층과 같이 이동수단에 제약이 따르는 사회소외계층에게 혜택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복지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방식을 취할 경우 지하철 혼잡 해결도 도움이 될 것이란 의견도 온라인상에서 크게 호응을 얻는 실정이다. 

특히 한국처럼 만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무임승차를 시행하는 나라는 많지 않다는 점도 주목할만한 부분이다.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는 노인무임정책을 시행하고는 있지만, 일정 시간 또는 일정 소득 이하 등과 같은 조건이 뒤따른다. 

반면 미국·독일 등은 노인에게 30~75%의 할인요금을 적용하고, 이미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일본은 동일한 운임을 부과하고 있다. 

■ 미래세대 빚 전가 우려 
노인 무임승차제도를 놓고 정치권도 한 때 노인복지법을 개정하려는 시도를 했다. 하지만 때때마다 역풍을 맞으며 무위에 그쳤다. 

실제로 2013년 11월 서병수 의원(현 부산시장)은 '도시철도를 이용하는 노인의 무임승차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을 국가가 지원하도록 함으로써 도시철도 경영 적자폭을 감소시키고…'라고 명시한 노인복지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아무 소득 없이 끝났다. 이후 몇 차례 무임승차제도 개편을 시도했지만 여론에 밀려 끝내 불발되는 등 시도 조차 해보지 못하고 막을 내렸다. 

하지만 도시철도운영사와 온라인 상에서 무임승차제도를 논의해야 한다고 지속 주장하고 있다. 재원 마련 없는 보편적 복지는 노후된 시설을 제대로 교체하지 못해 위험에 직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지속된 적자 누적으로 현 세대의 편의가 미래세대에 거대한 부메랑(빚)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