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부, 항만 내진보강사업 엉터리
해수부, 항만 내진보강사업 엉터리
  • 김주영 기자
  • 승인 2017.09.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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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특정감사 결과, “예산 979억 낭비···설계기준 어겼다” 지적

▲ 해양수산부가 항만 내진보강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설계기준을 지키지 않아 예산 979억 원을 낭비했다는 지적이 감사원 감사결과 드러나 파문이 예상된다. 사진은 해수부가 시행한 항만 내진보강사업에서 콘크리트 블럭이 정상적으로 안착되지 못하고 주저 앉은 모습(붉은 테두리 확대사진).

[국토일보 김주영 기자] 해양수산부가 ‘항만 설계기준’을 어기고 내진보강사업을 추진, 예산 979억 원을 낭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반대로 액상화 현상이 우려돼 안전에 이상이 생긴 항만에서는 오히려 보강사업을 진행조차 하지 않아 파문이 예상된다.

감사원이 해수부 소관의 국가 주요시설 재난대비 실태를 감사한 결과보고서를 본지가 입수해 분석한 결과, 해수부는 국가 항만·국가어항 시설물에 대한 내진보강사업을 추진하면서 ‘항만 설계기준’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감사원은 해수부가 구조 안정성을 확보한 54개 시설물에 979억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 불필요한 내진보강사업을 완료하거나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지진 발생 시 액상화로 인해 침하현상 발생이 예상되는 30개 항만은 내진보강사업에서 제외시켰다.

실제로 해수부는 ‘지진·화산재해대책법’ 등의 규정에 따라 내진설계가 반영되지 않은 기존 항만 및 국가어항 시설물 652개에 대해 내진성능평가를 실시하고, 평가결과에 따라 연차별로 내진보강사업을 추진했다.

내진보강사업의 경우, 사업 추진 시 반드시 ’공공시설물 내진보강 기본계획‘을 따라야 한다. 또한 기존 항만시설물 등의 경우 ’항만 및 어항 설계기준‘에서 제시하는 내진성능 목표와 세부요건을 충족하도록 명시돼 있다.

구체적으로 중력식 안벽은 국내외 항만설계기준 등에서 붕괴방지수준의 내진성능목표에서 변위에 민감한 상부구조물이 설치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수평 변위 20~30㎝를 허용하고 있다. 여기에 내진성능평가를 실시할 때에는 변위에 민감한 상부구조물이 설치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항만 및 어항 설계기준‘에 따라 내진성능평가와 내진보강을 추진하도록 했다.

그러나 해수부가 2012년 6월 변위에 민감한 상부구조물 설치 여부는 불문하고 모든 중력식 안벽에 대해 수평변위를 허용하지 않는 붕괴방지수준으로 평가하도록 하는 ’기존 시설물(항만) 내진성능평가 및 향상요령을 마련했던 사실을 감사원이 적발했다.

마찬가지로 자체 규정에 따라 ‘기존 항만 및 국가어항 시설물 내진성능평가 용역 명세’와 같이 ‘동해권 항만시설물 내진성능평가’ 등 11건의 용역을 발주하면서 내진성능평가 요령을 적용해 내진성능평가를 수행했다. 이후에도 평가결과 내진설계가 반영되지 않은 중력식 안벽 총 350개소 중 103개소를 내진보강사업 대상으로 선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수부는 한발 더 나아가 2013년 9월 ‘내진성능평가 요령에 따라 기존 항만시설물에 대해 내진보강공사를 추진’하라는 내용의 ‘항만시설 내진보강 추진방안’을 각 지방해양항만청 등에 하달, 올해도 엉터리 기준으로 내진보강공사를 진행했다.

이에 감사원이 내진보강사업 대상인 중력식 안벽 가운데 변위에 민감한 상부구조물이 설치됐는지를 확인한 결과, 군산항 대우부두는 민감한 상부구조물이 없고, 지지력 안전율이 1.32로 허용 안전율 1.0을 초과했음에도 내진보강공사가 완료된 사실을 찾아냈다.

전체적으로 중력식 안벽 54개소 가운데 13개소(항만 10개소, 국가어항 3개소)에서는 이미 내진보강공사가 완료된 것으로 감사결과 밝혀졌다. 예산 300억여 원이 불필요하게 지출된 셈이다. 이밖에 나머지 41개소에서도 내진보강공사가 추진될 계획이 잡혀 있어 감사원은 향후 예산 679억여 원이 불필요하게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문제제기했다.

불필요한 예산 추가 투입 불가피 '우려'···공적 해이 '도마'
액상화 현상 발생 안전 우려 30개 항만 보강사업 제외 '문제'

무엇보다 해수부는 지진 시 토양 입자가 액체처럼 흐르는 ‘액상화’ 현상이 일어날 수 있는 대목도 부실하게 처리한 사실이 이번에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됐다.

항만 및 어항 설계 기준에 따르면 내진Ⅱ등급 시설물의 경우, 간편예측법에 의한 안전율이 1.5미만일 경우, 상세예측법에 의해 안전율을 재산정해 방지대책 시행 여부를 판정토록 돼 있다.

하지만 해수부는 상세예측법의 신뢰성이 낮고, 해외에서도 간편예측법으로 액상화 발생 여부를 판정하고 있다는 사유를 앞세워 간편예측법에 따른 안전율이 1.0 미만일 경우에 액상화 방지대책을 실시했다.

실제로 해수부는 ‘항만 및 어항 설계기준’ 개정 이전에 내진성능평가가 실시된 대흑산도항 동부두의 경우 간편예측법에 의한 안전율이 0.52로 산정됐음에도, 상세예측법에 의한 안전율이 1.51로 산정됐다는 사유로 액상화 방지대책 적용을 제외시키는 잘못을 저질렀다.

이처럼 감사원은 대흑산도항 등 기존 항만 및 국가어항 시설물 30개소에 지진이 발생할 경우 액상화에 따른 지반 꺼짐 등으로 대규모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감사원은 해수부에 기존 항만 및 국가어항 시설물 중 변위에 민감한 상부구조물이 없고 ‘항만 및 어항 설계기준’에 따른 구조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는 중력식 안벽 41개소에 대해서 내진보강사업 추진 여부를 재검토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동시에 내진성능평가 및 내진보강 시 간편예측법에 의한 안전율이 1.0 미만인 기존 항만 및 국가어항 시설물 30개소는 액상화 재평가를 실시해 평가결과에 따라 액상화 방지대책 방안도 마련할 것을 통보했다.

이밖에 ‘항만 및 어항 설계기준’에 부합되지 않게 내진성능평가 및 내진보강을 추진해 불필요한 내진보강공사를 추진하거나 지진 발생 시 액상화 발생 우려가 있는데도 액상화 방지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등의 일이 없도록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주의 요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