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계해야 할 해외매각
[사설] 경계해야 할 해외매각
  • 국토일보
  • 승인 2009.10.14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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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적으로 초미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대우건설 매각 문제가 곧 인수자를 결정해야 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러 한층 이목을 끌고 있다.

매각을 맡은 산업은행이 최근 투자자들로부터 입찰을 받아 4곳을 인수 후보로 선정함으로써 이르면 다음 달 늦어도 연내는 최종 인수자가 확정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특히 인수 후보로 선정된 4곳이 공교롭게도 모두 외국계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심은 한층 증폭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과거 IMF 후유증으로 야기된 국내 유수기업들의 해외 헐값 매각 망령이 되살아날 우려를 배제할 수 없는 탓이다.

더욱이 이런 우려는 투기 자본의 성격이 짙은 외국계 사모펀드까지 인수 후보자에 선정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심각한 국면으로 치닫는 형국이다.

 이미 대우건설 노조가 “외국투기 자본에 팔면 안 된다”는 입장을 표명하면서 청와대와 금융위원회에 진정서를 내는 사태로 비화됐다.

사모펀드는 단기 시세차익을 올리기에만 급급해 ‘먹튀’할  가능성이 짙다는 이유다. 심지어 헐값 매각의 실체였던 외환은행의 교훈을 잊지 말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일 정도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산업은행도 고민에 쌓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와 관련 산은의 한 관계자는 “헐값 매각 논란에 휩쓸리고 싶지 않다”며 “할 수만 있다면 안 팔거나 국내 기업에 팔고 싶다”고 고충을 털어놨다고 한다.

 어째든 실상은 해외매각의 가능성이 커지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하기야 국내 투자자들이 나서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무턱 대 놓고 해외매각을 반대할 수만도 없는 일이다. 더구나 냉정히 따져보면 사실 대우건설 재매각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그렇게 좋은 것은 아니다.

경기상황이나 대우건설의 기업가치 등이 첫 매각 당시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어 제값을 받을지 여부도 미지수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이미 우리가 경험한 것처럼 가급적 투기자본에의 매각에만은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이런 경계심은 투기자본이란 이미지와 또 그 후유증으로 나타날 수 있는 대우건설 구성원들의 동요 등으로 인해 오히려 대외 신인도에 적지 않게 부정적 작용을 할 공산이 짙기 때문이다.

특히 이미지 문제나 헐값 매각 후유증 등으로 매각이 순조롭지 못할 경우 해외공사 수주 및 집행의 혼선과 차질은 물론 국가 경제에도 적지 않은 충격을 줄 소지가 짙기에 더욱 그렇다.

 이미 재매각 소식을 접한 대우건설 임직원들이 적지 않게 동요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 것도 매각이 순조롭지 못할 경우의 파장을 우려한 탓이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이런 동요의 배경에는 국내외 건설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점도 한 몫을 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다시 말해 재매각을 앞둔 상황에서는 당연히 기업 가치를 높여야 하는데 현실적 시장 여건은 좋지 않은 국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현실 여건의 어려움을 감안하고 대외 신인도 문제를 고려한다면 해외매각에는 한층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외매각 자체를 중단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기업계에 의한 대형 인수· 합병(M&A)시장 자체가 소멸된 상태인데다 건설경기 침체로 대우건설이라는 대형 매물을 인수할 주체까지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고 보면 해외매각도 하나의 활로일 수 있다.

 다만 해외매각에 신중을 기하자는 것은 대우건설이 지닌 기업 가치를 제대로 살릴 수 있는 주체를 찾는 데 보다 지혜를 모으자는 뜻이나 다름없다.

사실 토목, 플랜트, 건축, 주택 등에서 종합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는 대우건설의 가치는 높게 평가되어야 마땅하다고 우리는 본다. 지난 10년간 갖은 풍파에 시달리면서도 업계 정상의 자리를 지켜온 데서도 대우건설의 진면목은 드러나고도 남는다.

 이렇듯 경쟁력을 두루 갖춘 기업인만큼 인수기업 역시 상응하는 능력을 지녀야 할 것이라는 게 우리의 판단이며 대우건설을 아끼는 사람들의 바램일 것이다. 그래서 관련 당사자는 물론 정책 당국의 배려와 지원이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시점이라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