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한잔의 여유] 마당바위
[茶 한잔의 여유] 마당바위
  • 국토일보
  • 승인 2017.08.2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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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연 태 (주)모두그룹 대표이사 / 前 한국건설감리협회 회장

마당바위

 

마당바위는 마당처럼 평평하고 넓은 바위로 다른 산에서는 넓적바위로 불릴지도 모른다. 사당역에서 관악산을 오르기에는 4번 출구에서 관음사를 거쳐 오르는 코스와 5번 출구에서 시장을 거쳐 오르는 코스가 있는데, 우리집은 5번 출구 쪽 산 바로 아래에 있다. 오늘은 헬기장과 하마바위를 지나 마당바위 까지를 목표로 이침에 출발했다.

관악산은 서울과 경기도에 걸려있는 큰 산으로 설악산, 월악산, 치악산처럼 ‘악’ 자가 들어가는 산이다 보니 바위가 많고 험하지만 출근 전에 잠시 들리는 1코스, 마당바위까지의 2코스, 꼭대기인 연주대까지의 3코스 등 나 자신이 정해 놓은 코스를 그날의 상황에 따라 오르곤 한다. 오늘은 홀로 산행인데 홀로산행은 좋은 점이 많다. 누구와 출발시간 등 미리 일정을 상의하지 않아도 될 뿐 아니라 목적지나 하물며 걷는 속도도 혼자서 정하면 되기 때문이다.

산에 오른다는 것은 참으로 복된 일이다. 그러나 마음 뿐, 겨울엔 추워 응성거리다 보니 문턱 넘기가 어렵고, 요즘엔 승용차를 이용하지 않고 전철을 타고 출퇴근을 하다 보니 역에까지의 걷는 시간 등을 합쳐 자동적으로 하루 90분 정도 걷게 되기에 더많이 걸으면 더운날씨에 무리가 올수 있다고 잔머리를 굴려 산에 자주 오지 않는다.

오늘 토요일 참으로 행복하다. 오후에 출가한 큰 아들이 집에 오기로 한 이외에 일체의 일정이 없다. 모처럼의 여유시간에 홀로산행으로 관악산에 올라 마당바위에 앉아 이 글을 쓰고 있다.

등 뒤로는 골에서 올라오는 산바람이 아주 시원하고 마침 날씨가 흐리지만 햇볕을 가려주는 바위가 옆에 있고, 멀리 산 아래 서울시내가 발아래 내려다 보이며 주변은 온통 성하의 나뭇잎이 우거져 그 푸르름으로 눈이 평안하고 마음이 너무나 여유로워 일세의 권력을 휘드르던 무소불위의 전두환마저도 부럽지가 않다.

나는 통상 5시에 기상하여 6시까지 한 시간 쯤 뉴스검색 및 메일 답장 등을 하고, 7시까지의 또 한 시간은 나 자신을 위한 공부나 운동을 한다. 요즘은 영어공부를 하는데, 환갑 넘어 영어 공부 하는 넘은 이상한 넘이라는 말은 있어도 그저 치매예방에도 도움이 될거 같아 크게 손해 볼거는 없다는 생각으로 지속하고 있다.

출근하기 위해 7시에 아침을 먹으려면 집사람이 매일같이 6시경에 일어나는데 휴일은 늦게 일어난다. 오늘도 집사람이 깰까봐 조심스레 산에서 필요한 음식을 나 스스로 준비했다. 자리를 잡고 준비해온 음식을 작은 깔판에 꺼내놓고 보니 너무나도 풍성하다.

냉장고를 뒤져 오이 반개와 배 한개를 깍아 왔고, 혹시 배고플까 달걀 세개를 삶아 왔다. 어렸을 때 한없이 귀하기만 했던 이 계란이 냉장고에 가득 들어있었다. 이 삶은 계란이 있어야 소풍도 갈수 있었고, 주요섭은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에서 서울로 떠나는 사랑방손님께 이 삶은 계란을 전해주게 한다.

‘백산수’는 백두산천지물이 백두산북쪽으로 수맥을 타고 솟아나는 물을 채취해 국내로 들여오는 것인데 재향군인회 자금으로 ‘농심’에서 개발할 때 필자가 건설사업관리업무를 수행했기에 더 즐겨마신다.

산에 올때는 언제나 막걸리 한두 병을 가져 오곤 했는데 냉장고를 열어보니 아차, 막걸리가 없다. 청계산에도 있었지만 보통 등산길의 산에서 행상이 파는 막걸리는 아주 맛이 좋아 생각만해도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이다. 하지만 지금은 산에서 막걸리 파는 행상이 없다. 구청 공원녹지과에서 불법을 이유로 단속하기 때문이다.

냉장고에서 ‘화랑’ 한병을 꺼냈다. 내가 알기로 국내에서 최고로 품질이 좋은 술이다. 일반 가게에는 없고 대형마트 에서나 취급하는데 좀 비싸다. 내가 쓰는 것 중에 나름대로 비싼거는 세가지이다. 일제 샤프펜슬, 미제 골프채, 화랑… 자기만족이랄까….

컵이 없어도 좋다. 나발이라는 음주법이 있기 때문이다. 느긋하게 나발불고 마당바위에 눕는다. 갑자기 매미 한마리가 울어대니 잊고 있던 주변 넘들 마저 이제사 생각난 듯 아구악신 처럼 울어댄다. 애벌레 상태로 십년을 땅속에서 기다리다 성충으로 세상에 나와 불과 열흘 밖에 살지 못한다 하니 종족번식도 해야하고 얼마나 갈길이 바쁘겠는가.

매미소리에 나도 덩달아 일어나 자세를 바로 한다. ‘노느니 콩심는다’ 던가, ‘노는 입에 염불한다’ 던가, ‘뺨 맞을때 구렛나루도 한부조 한다’ 던데 마침 여유 있고 평안한 시간에 감사기도를 드린다.

하느님아버지와 하느님아들님께, 내 주변 어딘가에 몸을 숨기고 늘 나를 지켜보며 나를 수호해주고 있을 나의 수호신께, 비록 다 돌아가셨지만 나를 건강하게, 그리고 아주 둔하지는 않게 낳아주신 선친께, 자신을 더 편하게 해달라는 기도대신 외아들인 나를 위해 평생을 기도해주셔서 지금 기도빨이 통하도록 해주셨을 어머니께, 내가 알거나 나를 아는 모든 분들께도 감사드리며, 아울러 그들 모두가 잘되기를 기원한다.

비록 종교인은 아니지만 내 기도를 누군가가 들어주어 약간은 통할지도 모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