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기술인協 회장선출방식, "회원 직접선거로 전환할 때다"
건설기술인協 회장선출방식, "회원 직접선거로 전환할 때다"
  • 김광년 기자
  • 승인 2017.08.14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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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창립 30주년- 30년 출입기자의 메시지

▲ 지난 5월 서울 강남구 임피리얼펠리스 호텔에서 열린 '2017 건설기술인의 날'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김정중 회장.

78만 거대 조직 건설기술인, 4차 산업혁명 선도·글로벌단체 자리매김 나서야
회장 선출, 전체 회원 직접 참여 모바일시스템 전환···고질적 병폐 개선 시급

[국토일보 김광년 기자] 78만 건설기술인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며 함께 울고 웃던 한국건설기술인협회가 올해로 서른살이다.

1987년 서울 강남 선릉역 뒷골목에서 故 김동한씨를 초대회장으로 추대하며 태동한 한국건설기술인협회는 10여명의 뜻 있는 사람들로부터 찬조금을 걷어 어려운 시기를 보내 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후 4·5대 윤석길 회장을 거쳐 6대 황상모, 7대 이정만, 8·9대 허복, 10대 최승호, 11·12대 현 김정중 회장 체제에 이르기까지 협회 30년 역사는 한국건설 발전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30년의 곡절도 많았지만 특히 1994년 10월 성수대교 붕괴사태를 계기로 건설공사의 부실방지 차원에서 ‘건설기술자 경력관리’ 문제가 사회적 도마위에 오르면서 협회의 본격적인 기능이 빛을 발하며 오늘에 이른 것이다.

돌이켜보면 과거 집행부에서는 기술자 경력관리 외 별다른 업무 또는 사업을 추진했던 경우를 찾아보기 어렵다. 건설기술인의 날 제정으로 매년 기념식을 개최하는 정도를 제외하곤 회원을 위한 수익 및 복지사업에 별 다른 신경을 쓰지 못한 게 사실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지난 2013년 제11대 김정중 회장이 취임하면서 분위기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른바 건설기술인 위상제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건설기술인 일자리 창출을 위한 ‘건설 워크넷’ 서비스 개시, 금탑산업훈장 등 정부 훈포장 11개로 확대, 신관 건립 사업, 협회 숙원과제인 연구원 설립 추진 등 건설기술인 사기진작에 크게 앞장서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늘날 단일 규모론 국내 최대의 단체로 거듭 성장하기까지 한국건설기술인협회는 건설산업 발전의 한 축을 담당하며 건설기술인들의 사랑방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데 게을리 하지 않았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문제는 다른 곳에서 일어나 불거지고 있다.

78만명이라는 거대한 조직의 구심체로 성장하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협회를 이끌어 갈 회장의 리더십과 역량이 대단히 중요한 전제조건이 돼야 함은 당연한 요구사항이다.

그런데 3년마다 치러지는 협회장 선거는 시기와 암투 등 온갖 난타전을 방불케 하며 단체 이미지만 손상시킬 뿐 그 누구도 승자가 없는 부끄러운 모습만 연출하고 있다.

그 동안 토목과 건축이 돌아가며 회장을 수행한다는 묵시적인 동의 아래 후보의 정책과 비전보다는 학연 등 인맥위주의 명분으로 인물이 가려지는 세력 타툼에 불과했다는 지적이다.

급기야는 지난해 3월 총회 회장 선거전에서 치열한 접전을 벌인 끝에 현 김정중 회장이 연임에 성공했지만 그 후유증이 심각하게 나타나기 시작한 것.

즉, 근거없는 네거티브 전략, 아니면 말고 식의 막가파식 선전, 무고 및 명예훼손 소송 등의 혼란으로 對 회원을 위한 협회의 중점업무 처리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어 차제에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협회 회원들은 고질적인 문제점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는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상호 비방과 흑색선전으로 ‘무조건 당선되고 보자’는 식의 선거전략으로 결국 협회 대외적불신만 부추기는 부질없는 결과를 낳고 있는 것과 관련 회장을 비롯한 협회 임원 선출방식을 대폭 바꾸자는 주장이다.

200여명의 대의원들이 좌지우지하는 선거인지라 건축, 토목 등 각 분과별 대의원들을 상대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매수 또는 거래의 유혹이 함께 할 경우 엉뚱한 인물이 건설기술인협회 거대 조직의 수장으로 앉을 수 있다는 우려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무엇이 해답인가!

◆ 회장 선거시스템을 바꿔라. 

말처럼 쉽지 않은 방법이고 설령 이를 시행한다 해도 회원들 간 특히 대의원들 간의 이견이 클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행 체제 유지를 지지하는 세력과 이제는 고질적인 병폐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세력과의 충돌이 불가피할 것은 강 건너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그러나 어떠한 방법으로든 총회 선거시스템을 바꿔야 한국건설기술인협회의 미래비전을 실현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볼 때 한국건설기술인협회 회원들에게 충언의 메시지를 던진다.
무심코 던지는 게 아니라 협회 창립 30주년을 맞아 이곳을 30년 출입한 취재기자의 시각에서 주문하는 것이다.

현재 실시하고 있는 대의원 선거방식으로는 또 다시 과거로 회귀하는 퇴보적 단체로 돌아갈 기우가 매우 클 것으로 보이기에 전하는 메시지다.

회장 선거시스템을 전체 회원 모바일 직접선거로 대폭 전환하는 방식이 이 시점에서 절대 필요하다.

기술인협회 뿐 아니라 관련단체 모두가 이 방식으로 선거시스템을 완전 전환해야 할 필요성이 강하게 요구되는 때이기도 하다. 이미 여러 곳에서 총회 이후 당선무효 등 법정싸움까지 비화되면서 눈 꼴 사나운 모습을 비일비재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건설기술인협회는 협회장 선거문제와 관련 온갖 소송은 물론 회원들 간 부끄러운 기록을 많이 남긴 단체라는 사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결국에는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진정서까지 내며 한바탕 소동을 야기하는 정말 창피한 기록을 남기지 않았던가!

소위 협회장을 지낸 윗어른들이 앞장서 협회 대외적 망신을 자초했다는 비난을 받아도 할 말이 없는 결정적 실행을 저지른 것이다.

아무튼 이런저런 사례를 비추어 볼 때 결코 득이 없는 대의원 선거제도임에는 분명하다.  

이러한 불협화음을 근절시킬 수 있는 대안이 곧 모바일 직접선거다 .  

과연 이 모바일 직접선거를 채택했을 경우 나름대로의 문제도 있겠지만 확실한 대안으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판단이다.비용과 규모 등 전반적으로 모든 여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가능한 선거방식인가 디테일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 대한건축사협회, 모바일 선거 성공케이스
대표적인 성공케이스로 건설 관련단체 중 대한건축사협회를 꼽을 수 있다.

건축사협회도 그 동안 총회 회장 선거 때 마다 후보 간 상호 비방과 질투 , 시기 등 선거가 끝난 후에도 상당기간 데미지가 쌓여 협회의 원만한 운영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해 왔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 2015년 31대 회장 선거부터 모바일 선거를 도입, 전 회원 직선제 방식을 채택해 무려 80%라는 투표율을 기록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선거 이후 부작용이 전혀 없다는 사실이다.

대한건축사협회 한 관계자의 말이다. 

“당초에는 사실 우려도 했었습니다만 막상 시행하고 보니 예상과 달리 혼란스럽거나 별다른 부작용 없이 아주 차분하게 진행됐습니다. 우선 회원들이 좋아하고 있고… 시대에 부응하는 참 좋은 선거시스템이라 확신합니다.”

이 건축사협회 외에도 대한건축학회, 한국건설관리학회 등 개인회원으로 구성된 몇 개의 건설관련 단체들도 직접선거를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건설기술인협회는 무려 회원수가 78만명에 이르는 국내 단일규모로는 최대조직을 거느린 단체다. 

이들이 한 목소리를 내게 된다면 사회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이같은 분위기를 감지하고 있는 몇몇 정치인들은 건설기술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을 수 없을 만큼 이미 파워풀한 단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조직이다.

이러한 단체의 수장으로 정부 행정조직에서 장, 차관 출신 엔지니어 또는 대기업 CEO 경력자가 퇴직 후 기술인위상 재확립을 위해 회장으로 출마할 수도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이 경우 현재 회장 선출방식으로는 어림도 없을 것이다.

200여명의 대의원들의 손에 좌우되는 현 시스템 하에서는 아무리 유능한 인물이 출마한들 당선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라도 모바일 선거방식 전환은 불가피하다는 게 관계전문가들의 중론이다.

■ 회원 직접선거는 시대적 요구사항
현재 협회 대의원을 맡고 있는 A 모 씨는 “시대적 변화에 따른 바람직한 방식이긴 하나 워낙 많은 회원들로 구성돼 있는 건설기술인협회가 선택하는데 부담이 있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B모 대의원은 “3년마다 치러지는 협회장 선거에서 회원들 간 상호 비방하고 시기하는 모습이 협회 대외적 이미지 실추가 너무 크다”며 당장 바꿀 것을 제안했다.

현재 협회 회원들은 찬성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이같은 협회의 대내외적 여건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볼 때 차기 총회에서는 혁신적인 선거시스템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여론이다.

이와 관련 한국건설기술인협회 김정중 회장은 “오직 건설기술인들의 위상 재정립을 위해 협회를 운영하다 보니 말 못할 애로사항과 어려움이 있음은 주지의 사실로 이를 해소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찾고 있다”며 회원 간 서로 진흙탕 싸움 하지 않고 깨끗하고 정당한 선거가 가능한 방법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때는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이 화두인 세상이다.

그 혁명 중심에는 건설기술이 있다. 차제에 혁명을 선도하는 핵심 멤버로 중추적 역할을 다해야 할 건설기술인협회가 보다 생산적인 글로벌 최고단체로 앞서가는데 부정과 비리, 갈등조장의 계기를 근절시키는 기회의 장을 만들어가길 기대한다. 

30년 한국건설기술인협회를 보고 느꼈던 취재기자의 사명감에서 다시 한번 강조한다.

“한국건설기술인협회는 지금 이 시간 분명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으며 미래로 전진하는 역동적 파도에 올라타야 한다.” 

현실적인 선택이 촉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