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건설기술자 교육, 이대로는 안 된다
[스페셜 리포트] 건설기술자 교육, 이대로는 안 된다
  • 김주영 기자
  • 승인 2017.08.14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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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기술자 교육기관 운영 실태 및 개선 방안
4차 산업혁명 시대 도래···신규 교육기관 지정 확대 등 실질적 교육 시스템 마련 시급

기술 융·복합 중요성 '고조'···직종별 맞춤형 교육과정 제공 '절대적'
형식적 교육, 건설산업 발전 저해···교육 시스템 대대적 혁신 요구
국토부, 합리적 평가 방안 마련 및 부실 교육기관 지정 취소 검토 나서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시대~. 그 중심에 서 있는 건설산업은 실질적 기술이 접목되는 대표적인 신업임을 감안할 때 건설기술 교육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는 시점이다.

따라서 건설기술자 교육은 형식성에서 벗어나 그야말로 실질적인 교육시스템이 정착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에서 역점사업으로 다뤄야 할 중차대한 사안이라는 목소리가 크다.

이에 본보는 글로벌 지향 미래선도 교육이 선행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절실하다는 추세에 부응, 건설기술자 교육기관 실태 및 운영현황, 그리고 바람직한 개선 방안에 관해 집중기획으로 특집보도 한다.

“건설기술자 교육에 관심이 있는 단체를 교육훈련기관으로 지정해 현실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대외경쟁력을 높여야 합니다. 이른바 건설기술자 교육시장에도 ‘메기이론'을 시행해야 할 때입니다.”

이는 ‘청어를 운반할 때 천적 메기를 풀면 계속 도망 다니느라 청어가 싱싱함을 유지한다’는 경영이론인 메기론처럼 ‘건설기술자 교육훈련분야’에도 적절한 경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건설기술자 교육이 현재 직종 구분 없이 실시돼 전문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트렌드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초급·중급·고급 등 수준이 다른 교육생을 한꺼번에 교육을 받는 탓에 교육 효과마저 반감됐다는 점도 지적사항으로 떠올랐다.

이는 현행 건설기술자 교육 및 훈련제도의 한계점을 단적으로 드러낸 대목이다. 
더욱이 전문가들은 현장 건설기술자의 연령이 꾸준히 높아지는 현실에서 교육이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강력 경고하고 나섰다. 4차 산업혁명 요소기술과의 융·복합은커녕 앞으로는 건설기술 품질을 유지하는 일부터 걱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정부가 ‘건설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주문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정작 건설현장에서는 고부가가치 건축물을 시공할 인력조차 만들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건설업계 역시 건설기술자에 대한 형식적인 커리큘럼으로 짜여진 현행 ‘계속 교육’을 효율적이고 전문적인 교육 과정으로 대대적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해외에 진출한 경험이 있는 건설업체들은 해외건설 실무에 능숙한 기술 인력을 구하지 못해 현지인이나 제3국 기술자를 고용하는 고충을 겪은 사례도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다.

▲ 건설기술자 교육기관이 교육 커리큘럼 개발 등에 소홀한 것으로 나타나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토교통부는 현행 법 상 교육기관 지정 취소 등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을 인지, 부실 기관으로 판명날 경우 지정을 취소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4차 산업혁명이 급속도로 진행되며 경쟁력을 높이는 건설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20세기 수준에서 맴돌고 있는 건설기술자 계속교육의 개편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이유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 당국은 건설기술자 법정 교육방식과 교육기관 관리체계를 개선키로 한 개선책을 내놨다. 

먼저 기술자 유형·등급별 교육체계를 고치고 교육방식 및 교육기간도 합리적으로 재조정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또한 교육기관의 경우 지정요건과 심사기준, 사후관리를 위한 운영실태 점검기준을 개선하는 등 건설기술자 교육기관 운영·관리체계를 재정립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 건설기술자 최초 교육 ‘대혼란’···이수기한 유예로 일단락
올해 상반기 건설현장이 ‘건설기술자 최초 교육’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이번 혼란은 국토교통부가 2014년 5월 최초교육을 의무화하면서 이수기한을 3년 유예했지만 기술자들이 시간에 쫓겨 한꺼번에 교육을 신청하면서 빚어졌다는 것이 건설업계의 공통된 견해다. 이는 교육 인프라 부족과 맞물리며 무더기 미이수자 양산에 일조했다.

국토부도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해 최초교육도 연기할 수 있다는 고육지책을 내놨다. 긴급 대책이 마련된 덕분에 설계·시공 기술자는 원격교육을 이수하면 교육 이수기한이 자동 연장되고, 품질관리 기술자는 내년 5월 22일까지 1년 유예됐다. 

당초 올해 최초교육을 받아야하는 건설기술자는 총 40만 명에 달했다. 이 가운데 30만 명가량은 당시 제때 최초교육을 받지 못해 한동안 현장 대신 교육장을 찾아다니는 고충을 겪었다. 이후에도 아직도 최초교육을 받지 못한 건설기술자는 최소 15만 명 정도 될 것으로 추정된다.

■ 교육훈련기관 경쟁 無···건설기술자 하향평준화 이끌어
국내 건설기술자의 교육은 대부분 대학의 기본교육과 계속교육(재교육)을 통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 중 계속교육은 정부 주도의 교육과정과 기업주도의 교육과정으로 구분된다.

건설기술인력 교육훈련기관은 종합교육기관과 전문교육기관으로 나뉜다. 교육훈련기관 가운데에는 ▲건설기술교육원 ▲건설산업교육원 ▲건설기술호남교육원 ▲영남건설기술교육원 ▲건설공제조합 ▲전문건설공제조합 등 6개 교육기관이 종합교육기관으로, ▲한국시설안전공단 ▲한국건설기술관리협회 ▲공간정보산업협회(구 대한측량협회) ▲한국수자원공사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건설사업관리협회 ▲한국기술사회 등 7곳은 전문교육기관으로 각각 지정됐다. 즉, 현재 13개 교육훈련기관이 국내 건설기술자의 교육을 전적으로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본보가 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에서 분석한 보고서를 입수해 건설기술교육원, 건설산업교육원, 전문건설공제조합(이상 종합교육기관), 한국시설안전공단, 한국수자원공사, 건설기술관리협회, 공간정보산업협회, 건설사업관리협회, 한국기술사회(이상 전문교육기관)이 실시하는 교육 커리큘럼을 분석한 결과, 건설단계별 교육비중에서 ‘설계 및 시공’에 해당하는 과목의 비중이 70.3%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나머지 계획단계와 유지관리단계가 각각 14.3%와 15.5%에 그쳤다.

특히 시설물 유지관리 혹은 사후관리의 경우, 한국시설안전공단에 개설된 과목이 압도적으로 많아 ‘유지관리’단계 과목의 평균을 끌어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일부 교육기관에서는 전무한 교육실적을 보인 곳도 다수 존재했다.

교육기관별로 보면, 종합교육기관 세 곳의 건설단계별 과목구성은 ‘설계 및 시공’이 75.7%를 차지했다. 계획 단계는 20.1%였으며, 유지관리단계는 3.2%에 불과했다. 
이는 교육훈련기관의 커리큘럼이 설계 및 시공에 편중돼 상대적으로 유지관리단계가 극히 적다는 결론이 나온다. 

반면 전문교육기관은 ‘지침’을 반영하듯 기관별 특성을 맞게 교육 커리큘럼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 법외 교육 인기 고공행진 ‘눈길’···교육기관 지정 필요성 ‘고개’
건설기술자 교육에 있어 눈에 띄는 대목은 교육기관으로 지정받지 않았음에도 몇몇 협회가 자율적으로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점이다. 한국건설기술인협회, 해외건설협회, 한국엔지니어링협회가 그 주인공이다.

먼저 건설기술인협회를 보면, 지난 1998년 자율적으로 건설기술교육을 실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아 교육비 환급과 같은 지원책이 없어 건설기술자에게 부담을 주는 점은 아쉬운 사안이라고 해당 보고서는 지적했다.

특별한 지원이 없음에도 교육이 20년 가까이 지속된 배경으로는 건설기술인협회가 제공하고 있는 교육 커리큘럼이 법정 교육기관 못지않게 운영돼 교육생들의 만족도가 높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건설기술인협회는 국내교육, 해외교육, 정보화 교육으로 세분화해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교육 현황을 보면 국내교육의 경우, 토목 및 건축관련 기술사과정 및 기사과정과 시공사례세미나와 건설기술세미나 등이 진행됐다. 또한 해외관련 교육은 건설실무 및 수주영어와 해외건설관련 세미나를 수행했다.

무엇보다 1999년부터 본격화된 정보화 교육은 지난 2012년까지 최근 5년 간 1만 8,000여 명을 교육하는 실적도 달성했다. 뿐만 아니라 해외건설 분야에서는 건설영어회화, 건설실무 및 수주영어, 중국어, 해외건설 세미나, 워크샵, 전문교육 등 6가지 교육과정을 통해 지난 5년간 5,600여 명의 교육실적을 보였다.

특히 해외건설 분야의 경우, 다른 교육기관의 실적이 ‘전무’한 것과 비교하면 월등한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해외건설협회 역시 관련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해외건설협회의 경우 직접교육 및 위탁교육을 통해 타당성조사, 계약관리, 공정관리, 리스크관리, 구매조달관리, 금융·회계, 입찰·수주의 여러 영역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특히 사후관리를 제외한 모든 교육영역의 교육과목을 개설해 눈길을 끈다. 

한국엔지니어링협회는 개설 교육과목은 적었지만, 계약관리와 입찰·수주 영역에 특화된 교육을 진행했다. 

■ 교육기관 체질 개선·지정 확대 必
앞서 언급한 ‘메기론’은 최근 금융시장에 고스란히 나타났다. 최근 출범한 카카오뱅크가 수십 년 째 고착화됐던 금융시장을 뒤흔들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메기론이 건설교육훈련에도 적용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교육 인프라 부족을 비롯해 교육 강화를 통한 건설산업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시대적 흐름이란 설명이다.

현재 대부분의 건설기술자 교육훈련기관은 지정 이후 시대적 흐름에 부합된  교육 커리큘럼 개발보다는 임기응변식 교육 제공에 집중했다. 그 결과, 법적 요건을 채우기에만 급급한 방식의 교육으로 저하돼 건설기술자 교육훈련의 하향평준화를 불러왔다. 즉, 건설산업의 미래 비전을 실현하는 디딤돌 역할에서 ‘처참히’ 실패했다.  

건설업계는 현재의 커리큘럼으로는 정부가 추진하는 ‘건설산업 고부가가치화’를 이룰 수 없다는데 입을 모은다. 특히 교육훈련기관이  제공하는 국내 건설기술자 직무교육은 토목 및 건축분야에 편중돼 있는 상황에서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기술 융·복합 교육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특정 분야에 집중적으로 교육기관이 지정돼 온 지금까지의 상황에 비춰볼 때 교육훈련기관이 미래시대를 준비하는 역할을 맡지 못했던 것이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실제로 사업관리영역이 2000년대 들면서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추가로 교육기관으로 지정받는 사례가 많아 특정 교육과정이 집중 개설돼 수요 대비 공급이 과잉된 일종의 인기영합주의식의 부작용도 이를 뒷받침해준다.

그러나 건설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실현하기 위해서 ▲영어 ▲제2외국어 ▲친환경 ▲신재생에너지 ▲리모델링 ▲BIM ▲4D CAD ▲GIS ▲초고층빌딩 ▲자동화/로봇 ▲사물인터넷(IoT) 등 건설산업 신성장동력 및 4차산업혁명 요소기술을 습득할 교육 과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대가 도래 했다.

전문기술이 강조되는 시대에 건설기술자에게 토목 및 건축분야 수업만을 제공하는 현 교육체질에서 벗어나 건설산업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교육 커리큘럼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제도적으로 소수분야 전문 기술자들이 토목, 건축분야의 수강으로 단순히 법정교육만 이수했음을 인정받는 현실도 변화해야 할 때가 왔다. 

건설산업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탈바꿈하고 해외 경쟁력을 높이려면 현장 업무중심의 현재의 교육 구성에서 탈피해야만 한다. 이는 해외 경쟁국가가 4차 산업혁명에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건설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데 일조하고 있다. 

건기연 박환표 박사는 “건설기술자 교육훈련은 BIM, 4차 산업혁명 요소기술들과 결합해야 한다”며 “교육훈련기관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통해 우수기관과 부실기관을 분류해 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힘써야 하며, 새로운 교육훈련기관도 지정해 경쟁체제를 갖추는 방향으로 변화해 건설기술자 교육이 실질적인 기술자들의 역량 강화에 이바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호 건설산업연구원 원장은 “규제가 많고 파편화된 건설산업은 4차 산업혁명 수용 속도가 느리다”며 “분업과 전문화에서 융·통합으로 제도가 바뀌고, 건설기술자 교육도 이러한 방향에서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수 서울대 교수는 “건설산업을 이끌어가는 것은 결국 사람인만큼 새 기술을 제대로 습득해 활용을 만들어 내는 건설기술자가 필요하다”며 “(건설기술자) 교육 혁신 없이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복남 서울대 교수는 “시장이 요구하는 건설기술과 기업들이 보유한 기술역량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며 “대학의 기초교육이나 건설기술자 교육훈련기관 등이 새로운 수요를 만족시킬만한 수준이 못되는 만큼 교육훈련기관에도 경쟁체제가 도입돼 기존 건설기술자들에게 새 지식을 습득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부 정채교 기술정책과장은 “교육기관에 대한 현실적 관리 업무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인지하고 있으며, 현행 건진법 상 교육기관 취소 규정이 없었던 만큼 동법 시행령을 개정해 교육기관을 객관적으로 평가해 향후 지정 취소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토부가 추진 중인 ‘건설산업 경쟁력 진단용역’ 결과에서 인력 양성 방안에 대한 방향이 잡히면 장래 수요에 따라 종합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