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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IDIC 아-태지역 계약서사용자 컨퍼런스 2017’ 참관기신규철 교수 / 계명대학교 건축공학과
국토일보  |  kld@ikl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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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8.14  08:2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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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체계적 계약관리 이해․대응 미흡하다

동남아 등 저개발국, 국제지원사업 FIDIC 국제표준 계약체계 적용
한국, 국내 계약 및 관리체계 고착… 국제 표준계약 시행 시급
국내업체, 해외발주사업 수행시 국제표준 미흡 경쟁력 저하 우려
“발주자 인식제고 촉구… 국내 계약적 관행, 글로벌 경쟁력 강화 어렵다”

   
 

지난 7월 17일부터 이틀동안 베트남 하노이에서 ‘FIDIC Asia Pacific Contract User’s Conference 2017(FIDIC 아-태지역 계약서사용자 컨퍼런스 2017)‘이 개최됐다. 국내 유일하게 이번 컨퍼런스에 참석한 계명대학교 신규철 교수(건축공학과)는 참관기를 통해 국내 건설 전문가는 물론 대한민국 글로벌 건설경쟁력 제고를 위해 컨퍼런스 내용을 소개한다.

베트남 하노이 메리어트호텔 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된 2일간의 컨퍼런스는 80여명의 동남아 각국의 변호사, Arbitrator(중재인), FIDIC 인증강사, 건설-엔지니어링 업계 전문가 등 민간참가자들을 비롯 World Bank, JICA. FIDIC 계약위원회 및 Task Group 15 임원진 등이 참가, 성황을 이뤘다. 본 컨퍼런스 전후 각 1일간은 별도의 워크샵으로 FIDIC 계약서 체계에 대한 교육과 사례발표를 병행해 전체적으로는 4일간 운영됐다.

세부 주제는 FIDC 계약서의 유권해석과 Best Practice (우수사례)의 발표와 상호비평 등 다양한 내용으로 구성됐다. 특히 베트남 정부 관계자들과 베트남의 유수한 법률사무소 다수가 참가, 베트남 현지의 법률체계 및 FIDIC 적용시의 이슈들에 대해서 논의하는 점은 현지 사업수행시 분쟁발생에 대비해 시사하는 점이 있다고 판단됐다.

한편 외국기관 중에서는 JICA의 관계자가 발표를 통해 JICA의 프로젝트 수행사례와 FIDIC 계약체계를 활용하는 현황을 소개하고 문제점 및 해결과정을 소개하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는 향후 우리나라의 해외진출 및 관련 기관들의 역할에서 바람직한 방향을 시사하는 것으로 생각됐다.

각 세션 중의 주요한 세션들은 ▲FIDIC의 표준계약서 개정 경과 및 Yellow BOOK 소개 ▲아태지역 FIDIC 계약서 사용자들에 의한 사례 발표 ▲FIDIC 계약서 조항의 변경에 대한 FIDIC측의 공식 가이드 ▲FIDIC 계약서 체계에서의 클레임 관리 ▲FIDIC 계약조건에서의 새로운 DAB (Dispute Adjudication Board, 분쟁판정위원회)의 역할 등으로 구성돼 다양한 발표와 논의가 진행됐다.

   
 

컨퍼런스 중 발표된 FIDIC 표준계약서의 개정 현황은 1999년판 Red, Yellow, Silver Book 계약서는 현재 개정이 진행되고 있다. 우선 Yellow Book (Plant & Design-Build)의 2017 개정 초안에 대해 그 내용 중의 개정사항 핵심으로는 Design-Build 계약체계에 관한 FIDIC 측의 설명이 있었다. Red 및 Silver book 역시 타 계약서 체계와 전반적으로 조화로운 개정을 위해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러한 FIDIC Contract User meeting은 아-태지역을 비롯 중남미와 아프리카 등 매년 글로벌 시장을 순회하며 열리는 행사다. 각 지역 건설시장에 대한 계약적 이슈를 파악하고 변호사 및 계약전문가들의 유권해석에 대한 이슈 파악을 통해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의 건설 계약적인 경쟁력 측면에서 중요한 행사다.

기조연설에서 건설산업에 대한 미래의 해결책으로 ▲생각은 글로벌로, 행동은 지역기반으로 함 ▲자신의 비즈니스에 대한 최근 이슈들과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변화에 대하여 자신의 강약점을 분석하면서 개방된 생각을 가지기 ▲언제 어디서나 필요하다면 나누고 협력하기 ▲세계는 당신과 당신의 기술과 경험을 필요로 하지만 기회는 저절로 오지는 않는다 등이 제시됐다.

특히 FIDIC의 공식적인 교육과 자격검증을 통해 양성된 FIDIC 인정강사제도가 소개됐다. 또 FIDIC Adjudicator가 있으며 FIDIC National List(각국별 명단) 및 FIDIC President’s List(회장 명단)에 선정되는 방향을 추천했고 이는 표준계약조항의 DAB (Dispute Adjudication Board, 분쟁판정위)의 위원으로 선임될 수 있는 길이므로 중요함이 강조됐다.

FIDIC 표준계약서 체계에 대해 FIDIC GUIDE TO PRACTICE(2015) 책자가 소개됐는데 컨설팅회사로서의 조직(Organization), 사업개발(Business Development), 구매(Procurement),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위험(Risk), 품질(Quality), 통합 (Integrity) 등의 모듈에 대한 지식체계가 필요한 것으로 설명됐다. 인적자원관리(HR), 재정관리(Financial Management), 발주자관계 및 의사소통, 비즈니스 통합관리 등의 각 모듈은 Project Management 의 지식체계(BOK)와 유사한 체계로 PM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건설산업에 대한 주요 도전은 ▲글로벌 산업으로서 기업과 지향하는 가치에 대해 튼튼한 브랜드의 창출 ▲더 크고 복잡한 인프라 개발사업에 대한 수요 창출 ▲가격기반 조달에서의 사회와 발주자와 산업을 위한 위험의 축소 ▲인프라 지출에서 효율적인 이익증대를 위한 부패와의 전쟁 ▲발주자로부터 많은 일을 적은 비용과 빠른 공기와 더욱 가격 효율적으로 하도록 지속적인 압력 등이 제시됐다.

FIDIC 계약체계의 개정에 있어서 기본적인 정신은 ’엔지니어에 의한 엔지니어를 위한’ 계약체계 개발이다. 물론 법적문서로서 변호사에 의해서 사용되지만 1차적으로는 프로젝트 수행 중 일상적으로 처리해야 할 업무의 출발이 계약서의 조항임이 강조됐다. 구체적인 개정의 방향에 따르면 우선 프로젝트관리 도구(tool)를 강화했으며 엔지니어의 역할을 보강했고 참여자들간에 리스크를 호혜적으로 균형있게 배분하는 것이 강조됐다. 또한 최근 성공사례(Best Practice)를 반영했고 1999년판 계약체계 이후 사용자들의 이슈와 코멘트를 반영했다.

현재 다수의 검토자들에 의해 표준계약서 개정판이 검토되고 있으며 2015년도부터 Yellow Book 개정이 먼저 진행됐고 2016년도 Red와 Silver Book도 진행되고 있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개정과정에서 계약서 체계를 Risk의 관점에서 본다면 Red Book(Build only-시공 단일)이 가장 발주자측에 리스크가 많으며 반대로 Silver Book(EPC/ Turnkey)은 시공자측에 대부분의 리스크가 있으므로 이는 이미 가격에 반영돼 있다고 간주할 수 있는 계약체계로 설명됐다. 그러므로 개정과정에서 이러한 리스크 배분의 균형을 위해 중간 위치의 Yellow Book(Design-Build)를 먼저 개정작업을 진행했다고 설명됐다. 유사한 내용의 프로젝트라도 계약서의 체계에 따라서 리스크의 내용이 달라질 수 있음이 강조됐다.

Yellow Book의 개정 내용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진다. 엔지니어의 역할, 계약수행 과정에서 시간한도(Time Limit)에 대한 여러가지 조항이 구체화되고 기한경과시 승인 또는 거절조항이 다수가 생겼다. 또한 공사중지(Suspension)와 계약종료 (Termination) 관련 조항이 구체화됐다.

시간한도 조항으로 2주, 6주 8주 등 각각의 계약적 요구사항에 대한 공사참여자간 업무처리를 취하고 기한내 상대측에 통보해야 하는 계약적 절차는 합리적인 계약적 업무진행 과정을 보여준다. 또한 상설 분쟁판정위원회(DAB, Dispute Adjudication Board)의 프로젝트 내부적 설치에 따른 분쟁해결의 상설화 및 신속화를 추구하고 있다.

일본 JICA의 경우, JICA ODA 지원사업에서 JICA의 표준 입찰서류에 MDB (Multilateral Development Bank) Harmonized Edition 표준계약 체계를 가장 많이 사용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FIDIC 표준계약서체계를 사용할 때 유의할 점은 ▲적절한 입찰방법 선택 ▲발주자에 의한 프로젝트 준비수준의 제고 ▲발주자와 시공자 간의 적절한 리스크의 배분 등이다. 여기서 발주자의 역할이 강조되는 점이 개발기금 지원기관으로 적절한 역할과 리스크의 분담으로 볼 때 인상적이었다. JICA의 경우 Dispute Board(DB, 분쟁위원회)를 2008년도부터 권장했으며 JICA ODA Loan을 활용하는 US 5,500만불 이상의 경우 상설 분쟁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하고 분쟁위원회의 비용은 JICA의 금융에 포함시키고 있다고 한다.

   
▲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FIDIC 아-태지역 계약서사용자 컨퍼런스 2017’ 전경.

이번 FIDIC 컨퍼런스 참석에서의 전반적인 느낌은 한국의 건설-엔지니어링 산업을 볼 때 한마디로 답답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아-태지역 FIDIC 컨퍼런스의 관점에서 하노이에서 본 한국은 극동의 저 멀리 떨어진 한구석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우리가 저개발국으로 인식하고 있는 동남아 및 아세안 국가들의 경우 자기나라의 계약적 제도나 체계가 덜 정비돼 있고 또한 World Bank나 ADB, JICA 등 국제기관의 지원으로 수행되는 프로젝트가 많기 때문에 바로 FIDIC과 같은 국제표준의 계약체계를 적용하고 많은 수행사례를 쌓아가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에 반하여 우리나라의 경우 국내 계약 및 관리체계가 이미 고착돼 국제 표준계약 체계와는 전혀 다른 국내 계약체제에 익숙하게 길들여져 있다고 생각된다. 때문에 해외진출을 하려는 국내기업의 경우 적어도 국제표준의 계약체계를 이해하고 상호 이익을 다투는 입장에서는 동남아시아의 웬만한 기업과 과연 경쟁이 될 수 있을 것인지 의구심이 들었다.

특히 프로젝트 수행과정 상의 여러 이슈들에 대해서 제출시간(Timeline)이 정해져 있을 경우 국내에서 그런 계약수행에 익숙치 않은 국내업체들이 과연 해외에 나가서 해외의 발주자 및 협력회사들과 경쟁해 승산이 있는지는 걱정스러운 상황이라고 판단된다.

또한 분쟁위원회(DB)만 하여도 일본 JICA에서는 2008년도부터 실제로 운영하고 기업들의 적응력을 높이고 있다는 점은 우리와 큰 차이라고 할 수 있다. FIDIC 계약체계에서도 상설 DAB(분쟁판정위)의 운영을 권장하고 DAB 위원의 선임부터 FIDIC 공인교육이수자격자들을 활용하는 지금의 글로벌적 현실에 비추어 국내 계약제도 현실은 멀고도 먼 국내만의 제도와 관행에 안주하는 상황이 아닌가 한다.

이러한 국내 건설계약관행을 볼 때 그간의 익숙한 비교이지만 국내 축구의 룰과 국제적인 A매치의 축구 룰이 다르다는 사례로 비유해 건설산업을 돌아볼 수 있다. 이 경우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국내 발주자의 수준이 아닐까 한다. 과연 국내 발주자가 리스크를 발주자와 시공자 간에 적절히 배분, 즉 계약유형별로 공사비에 포함된 리스크가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고 운영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그리하여 FIDIC의 다양한 계약체계 수준으로 각각의 공사체계를 운용할 수 있는 수준의 발주자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한 각각의 업무상 제출기한(Timeline)을 지켜 승인 내지 거절할 수 있으며 공사수행 중 2주~8주 등 다양한 기간 내에 프로젝트 현안을 처리하고 공사도중에 분쟁판정위를 공정하게 운영할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드는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사실상 해외진출을 이미 하고 있는 건설-엔지니어링 업계의 경우 이러한 FIDIC 유형의 국제적 표준계약체계에 익숙하게 적응하고 있어야 한다고 본다. 해외사업을 수행하고 있지만 혹시라도 국내 관행에 따라서 아직 국제적 계약관리 절차에 익숙하지 못할 경우 사실상 엄청난 수업료를 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판단된다. 이러한 상황을 볼 때 더욱 본질적으로 변해야 하는 것은 발주자의 계약적 입장이며 발주자의 리스크관리체계이다.

해외사업 운영을 건설기술과 IT지원, 계약관리로 크게 구분해 분석하고자 한다. 해외 건설-엔지니어링 사업의 경우, 기술적인 문제해결 능력은 당연히 경쟁력 있는 기반을 구축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또한 현지시장에 대한 인적-물적 환경과 프로젝트 운영여건에 대해서는 한국인의 근면성으로 해결 가능한 문제라고 판단된다. 기술 다음으로 건설분야 IT지원 수준의 문제가 있을 것이다. 공정관리부터 PMIS, 이즈음 BIM의 활용 수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이슈들은 역시 우리끼리 해결 가능한 문제 범위로 포함할 수 있을 것이다.

건설기술과 IT지원를 넘어서 과연 그 프로젝트에서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가의 이슈는 바로 계약관리의 문제이자 모든 이슈가 계약적으로 완결돼야 결국 기성이 해결되고 이익으로 귀결될 수 있다고 본다. 아무리 많은 일을 열심히 하였던들 마지막 계약관리 단계에서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거나 클레임으로 손실을 보는 일을 우리는 주변에서 흔히 보고 있으며 해외시장의 수업료로 치부하기에는 선진한국이 된 지금의 글로벌 시장에서는 매우 아쉬운 문제라고 판단된다.

이번 컨퍼런스를 돌아보며 이런 해외진출의 근본적인 문제는 글로벌 시장에 그때 그때 계속적인 단발성으로 참여하고 지속적인 수준제고의 노력이 부족한 점을 들 수 있다. 또한 체계적인 계약관리에 대한 이해와 계약적인 대응보다는 저개발국이라는 인식으로 편법적인 대응을 쉽게 생각하는 오류에 있다고 본다.

아세안 국가들의 수준있는 회사들은 국제표준계약에 대한 인식과 운영 경험이 적어도 우리보다는 상당히 앞서 있다는 현실을 바로 본 것이 이번 컨퍼런스의 수확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번과 같은 FIDIC의 계약사용자 국제컨퍼런스에 한국인 참석자가 거의 없고 국내 FIDIC 공인계약교육 이수자가 적고 FIDIC 인증강사의 수가 건설분야의 국가경쟁력에 비하여 현저히 적은 것이 근본적인 우리의 문제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중에서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발주자의 능력과 시각으로만 묶어버린 탓에 국제 룰과 동떨어진 국내시장의 계약관점의 건설환경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즈음 사회 각계에서는 ‘갑질’로 묘사되는 과거의 관행들이 하나씩 개선되고 있다. 건설-엔지니어링 업계의 경우 과연 언제까지 과거의 관행과 함께 글로벌 질서와 동떨어진 계약적 관행에 국내시장에서 길들여져야 하는지 하노이에서 바라보는 한국은 머나 먼 물리적 거리와 함께 살고있는 시대가 글로벌과는 시간적으로도 다르다는 느낌을 강하게 가지고 돌아오게 됐다.

kychshi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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