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업관리(CM), 갈 길을 묻다
건설사업관리(CM), 갈 길을 묻다
  • 김광년 기자
  • 승인 2017.08.01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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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일보 김광년 기자) 꼭 20년 전 일이다.

필자가 취재기자라는 사명감 하나로 의기충천해 있을 때, 그야말로 한창 날리던(?) 시절이다.

“ CM이 뭡니까? ”

“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는 겁니다 ”

다짜고짜 들이댄 기자의 질문과 응답이다.

그는 현재 국방부 K모 실장이다.

이것이 대한민국 CM기자의 CM( Construction Manegement)과의 첫사랑 스토리다.

당시 건설업법을 건설산업기본법으로 전면 개정하며 도입된 건설사업관리 제도. 국내 처음으로 선보인 CM이라는 낯선 용어에 기대 반 호기심 반으로 접근했었는데 이렇게 CM제도로 밥 먹고 살 줄은 미처 몰랐다.

아마도 그 때 CM이란 제도가 취재기자 특유의 촉각을 건드렸음이 분명하다.

‘ 그래~ 미래 한국건설이 가야 할 길은 바로 이것이다’

그 이후 20년이 흘렀다.

그 동안 한국건설은 양적인 팽창은 물론 질적성장에서 세계 건설강국 6위라는 기염을 토하며 발전을 거듭해 왔고 기술력 또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 우위를 보이며 건설한국의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그러나 건설엔지니어링 분야는 그렇지 못하다.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단계 즉 Pre - Con과정에서 한국건설은 매우 취약하다는 사실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짚어봐야 한다.

주지하듯이 한국건설은 한국경제의 고속성장 궤도에서 리더 역을 주도해 왔다.

중공업, 조선, 전기전자와 함께 건설은 한민족 특유의 근면,성실함으로 저력을 과시해 왔으며 이제 건설사업관리 분야에서 그 두각을 나타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지난 95년 책임감리제도가 시행되고 97년 건설사업관리 제도가 도입되면서 국내 건설시장에서는 이 두 제도의 독특한 기능으로 부실공사 방지 및 건설프로젝트의 효율성 제고에 앞장서 왔음이 사실이다.

20년이 지난 현재 건설엔지니어링 시장은 어떠한가. 하나는 공공사업에서 제도권 밖으로 물러났고 나머지 하나는 반토막이 되어 멍하니 서 있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확실한 선택을 해야 한다.

무엇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 진정 한국건설의 미래 먹거리를 위해 바람직한 선택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건설산업의 건전발전을 저해하지 말아야 하고, 아울러 국내 관련기업들의 기술력을 제고시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로 정착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돌이켜보면 그 동안 책임감리는 그야말로 부실공사 방지에 크게 기여해 왔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로 인해 한국건설이 얻은 부수적인 경제적 기대효과는 계산할 수 없을 만큼 실로 지대하다.

이러한 제도를 없애고 건설사업관리로 일원화, 제도권으로 유입시켰다면 그만한 국가적 산업적 인센티브를 가져와야 한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시대적 요구사항이다.

그런데 작금 국내 건설엔지니어링 시장은 아직도 어수선하고 해외경쟁력을 얘기할만한 기본적 가치를 상실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것이말로 대한민국 건설기술 정책이 안고 있는 핵심 미션이다.

이제는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건설강국의 미래 비젼을 위해 글로벌 경쟁력 확보라는 목표 아래 국내 기업들이 큰 시장에서 뛰어 놀 수 있도록 제도의 글로벌화를 지향하는 미래형 건설기술 정책을 수립, 집행해야 할 것이다.

최근 개최된 ‘ CM20년 미래로 세계로! ’ 대명제 아래 CM도입 20주년 기념토론회에 참석하면서 전문기자의 가슴은 허전했다.

지난 20년 간 무엇을 해 왔으며 미래 20년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해답을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주지하듯이 건설사업관리 제도는 분명 선진국형 제도임에 틀림없다.

이 제도가 국내 건설시장에서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면 이유는 딱 하나 - ‘ 대한민국 건설은 아직도 후진국 형태의 산업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년 CM제도는 건설엔지니어링을 육성하는 촉매제 활용은 커녕 기업의 기술개발 의욕 및 건설기술 진흥을 유도하지 못하고 업계 혼란만 가중시켜 왔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탄력적인 제도를 억지로 끌고 갔을 때 결국 기술진흥을 방해한다는 아주 기본적인 논리가 확인된 안타까운 현실 - 이른바 기업의 창의성이나 자율성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는 구조적 모순을 안고 있는 형국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국토일보 편집국에는 독자들의 목소리가 쉬지 않고 울리고 있다.

“ 토탈CM 제대로 못하냐? . ” 차라리 공공감리 부활하라 ? “

한심하다는 토로와 함께 CM은 CM대로 자율성에 맡기고 감리나 제대로 하자는 주장이 최근 관련업계의 지배적인 목소리다.

강조하건데 경쟁상대는 글로벌 시장에 있다.

제도와 정책의 책무는 국내 시장에서 연습할 수 있는 토양을 조성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행 제도는 산업을 보지 못하고 있다.

민간시장 감리는 제도권에서 팽팽히 돌아가고 있는데 공공시장에선 말만 건설사업관리 발주공고일 뿐 감리와 다를 바 없고, 이러한 시장이 지속돼서는 한국 건설엔지니어링 미래에 득이 없다는 사실이다.

무엇인가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결단을 내려줘야 한다는 얘기다.

‘ 촉록자 불견산 확금자 불견인’ 이라 했다.

정부는 사슴을 쫒느라 산을 보지 못하고 돈을 쫒느라 사람을 보지 못하는 결정적 오류를 범하지 않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2017, 8, 1 / IK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