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비누·세제의 ‘천연 혹은 친환경’ 표현 올바른가?
[기고] 비누·세제의 ‘천연 혹은 친환경’ 표현 올바른가?
  • 국토일보
  • 승인 2008.05.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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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시판 중인 비누·세제 광고 꼼꼼히 살피고 사용해야···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  표준기술기반국장  김 현 일

 

  전 인류의 공통과제가 된 환경보호는 어렵고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이는 일상생활과 산업 활동에서 발생하는 환경부하를 줄이는 것부터 시작된다 할 수 있다.


특히 비누·세제의 경우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잘 이해하고 적정량을 사용한다면 물자를 절약하고 오염을 줄이는 데 큰 몫을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환경문제와 관련한 문제들로 여전히 많은 혼란을 겪고 있다.

 

비누․세제는 식기, 야채, 과일, 의류, 가구, 기계 등 일상생활과 산업분야에서 청결을 유지하고 오염물질을 제거하기 위하여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환경오염 문제로 그간에 많은 논란을 겪었지만 꾸준히 품질이 개선되어 왔고, 심미적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보건 위생적으로도 우리 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으로 자리하고 있다.


특히 합성세제는 1966년 국내에서 처음 사용된 이후 소비량이 계속 증가하여 1988년부터는 국내 합성세제 생산량이 비누 생산량을 앞질렀다. 이는 하천에서의 거품발생과 부영양화, 합성세제의 생분해문제 등 논란을 가져왔으나 그간 환경부하감소와 기능향상에 대한 많은 연구와 기술의 발전으로 인하여 이러한 논란과 문제들은 대부분 해결되고 개선되었으며, 제품 또한 다양해졌다.

 

그간의 여러 연구결과를 종합해보면 비누와 합성세제의 실제적인 영향에 대한 전문가와 소비자의 인식에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합성세제의 실체를 제대로 밝혀주지 않고 ‘천연 혹은 친환경 제품’이라고 무분별하게 광고해 온 여러 회사에게도 책임이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인터넷의 발달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제품이나 광고 등을 통해서 잘못된 표기나 상징적인 정보들이 여과 없이 일파만파로 퍼져서 그 폐해의 심각성은 더욱 크다.


소비자는 보다 풍요롭고 쾌적한 생활을 위하여 상품을 구입하게 되므로 그에 합당한 상품을 생산자에게 요구할 권리가 있으며, 생산자는 소비자에게 상품의 정보를 정확히 알려 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국내 시장에서 ‘천연 혹은 친환경 비누·세제”라는 컨셉으로 판매되고 있는 제품에 대하여 그 현황을 알아보고, 과연 소비자에게 올바르게 상품의 정보를 전달하고 합당한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는지 파악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 제도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천연 혹은 친환경’ 컨셉 비누·세제에 대한 규제가 없음으로 인하여 다양한 형태의 제품들이 ‘천연 혹은 친환경 비누․세제’라고 선전하며 판매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제품들이 과연 천연 혹은 친환경적인 것인지, 기존의 일반세제와 어떻게 다른 것인지, 소비자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는 없는 것인지에 대해서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먼저, 소비자들이 오해하고 있는 사례들을 살펴본다.


첫번째로 인증을 받은 제품들을 살펴보면, 친환경 세제의 기준이 마련되어 있는 인증기관(국내의 환경마크협회 및 유럽 환경연합)으로부터 인증을 받은 제품도 있으나, 환경적인 측면과 관련이 없는 미국 FDA, 피부과 의사 협회의 인증을 받아서 마치 친환경 세제 기준을 통과한 친환경 세제인 양 판매되고 있는 제품도 있다. 이 부분은 반드시 시정 되어야 한다.

 

두번째로 원료에 대하여 살펴보면, 천연원료로 만든 세제와 기존 일반 세제의 차이점에 대해 명확한 근거 없이 천연원료를 사용했다는 점만 강조하고 있다. 또한 EDTA(킬레이트 방지제)를 사용하지 않아 무독성, 저자극성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현재 국내 어느 제품도 EDTA를 사용하고 있는 것은 없다. 그동안의 환경부하 개선 연구와 기능적 발전을 통해 해결된 문제들을 마치 친환경 세제만이 가지고 있는 특징처럼 왜곡시켜 전달하는 경우도 반드시 시정되어야 한다.


또한 천연 원료를 이용하여 인공적인 처리과정을 거친 뒤에 계면활성제, 탄산염(소다회) 등의 세제 원료를 제조하였으므로, 근본적으로 보자면 ‘천연세제 ’라기보다 천연원료를 이용해 인위적인 합성 혹은 정제과정을 거친 ‘천연계 세제 ’라고 표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세번째로 천연 유지를 사용한 비누세제를 보면, 비누 역시 하나의 계면활성제로써 천연 유지를 이용하더라도 가성소다 등의 공업 원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순수 천연세제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더욱이 합성세제 수준의 세척성능을 위해서는 많은 양의 세제를 사용하게 되므로 경제적으로나 환경적으로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 

 

위에서 살펴본 내용을 토대로 현재 시판중인 ‘천연 혹은 친환경 비누·세제’에 대해 소비자가 오해할 수 있는 부분을 정리하면 크게 처방 원료 부분, 세척 성능 발현 부분, 경제적인 부분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친환경 컨셉 세제에 사용된 계면활성제를 살펴보면, 비누분과 같이 지방 혹은 유지와 가성소다(NaOH)를 이용하여 제조하는 경우와  석유계의 친수부분인 EO(Ethoxylate)를 부가하여 합성한 계면활성제가 있다. 따라서 천연계 계면활성제를 사용한 천연계 세제라는 표현이 올바르며 100% 천연물질로 이루어져 있다는 표현은 소비자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세척성능 발현 부분을 살펴보면, 현재 시판되고 있는 합성세제는 환경적으로 문제가 없으면서 최적의 세척성능을 발현할 수 있도록 제조가 되고 있다. 그러나 ‘천연 혹은 친환경 비누·세제’의 경우 기존 세제 성분에서 형광증백제 등의 일부 성분을 제외하거나 혹은 비누분과 같이 한 가지 성분만을 사용함에 따라서 세제 본연의 세척 성능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


결국 이러한 낮은 성능을 만회하기 위해서 소비자가 기존 합성세제 대비 더 많은 양의 비누·세제를 사용하게 됨에 따라 세탁 시 사용되는 물, 전기 에너지 및 하수에 배출되는 오수의 양도 더욱 많아지게 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경제성 측면에서 살펴보면 ‘천연 혹은 친환경 비누·세제’가 과연 기존의 합성세제와 비교하여 친환경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도 중요하지만 소비자에게 주는 가장 큰 폐해는 역시 가격적인 부분의 경제성이다.


‘천연 혹은 친환경 비누․세제’의 가격은 일반 합성세제 대비 약 4배의 높은 가격에 판매가 되고 있다. 성능 발현을 위해서 일반 합성세제 사용량 대비 2~3배를 사용하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 소비자는 합성세제 대비 약 10배의 가격을 지불하는 셈이 되므로 경제성이 좋다고 볼 수 없다.

 

이상의 내용을 정리하면, 대부분의 ‘천연 혹은 친환경 비누·세제’는 천연세제라 말하기 어려우며 사용하고 있는 비누분도 합성세제에 비하여 오히려 환경에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세척 성능이 저하됨에 따라 더욱 많은 양을 사용하게 되고, 거기에 ‘천연 혹은 친환경 비누·세제’라 하여 고가에 판매가 되고 있어 소비자에게 미치는 경제적 부담은 더욱 가중된다.

 

이러한 폐단의 원인으로는 소비자에게 접근이 용이한 인터넷 쇼핑몰을 통한 과장된 정보 전달과, ‘천연 혹은 친환경 비누·세제’에 대한 법적·제도적인 규제가 없는 점을 들 수 있다.


향후 ‘천연 혹은 친환경 비누․세제’에 대해서는 명확한 법적인 규제를 마련하여 ‘천연 혹은 친환경 비누·세제’라고 표현하기에 적합한 기준을 통과한 제품에 대해서 공인인증기관의 인증표기로 소비자가 올바른 목적으로 비누·세제를 선정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