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한잔의 여유] ‘탑정지’의 밤낚시
[茶 한잔의 여유] ‘탑정지’의 밤낚시
  • 국토일보
  • 승인 2017.06.15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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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연 태 (주)모두그룹 대표이사 / 前 한국건설감리협회 회장

‘탑정지’의 밤낚시

 

탑정저수지는 논산시의 가야곡, 양촌, 부적 등 3개 면에 접한 호수로 백제 계백장군의 오천결사 무대인 황산벌과 면한 탑정리 주변에 위치하다보니 탑정호 또는 논산지로 불리며 둘레가 24km로, 예당지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일제 말에 주변에 살고 있는 한국인은 만주로 이주시키고, 들이 넓고 온화하여 살기 좋은 이곳에 일본인들이 들어와 살기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저수지를 만들며 수로인 뒷내를 만들기 전엔 표진강이라는 강이 있어 지금도 서포(西浦), 보냇다리, 배바위, 수렁골 등의 지명(地名)이 전해지고 있다.

지구가 생성된 이후 수십억 년 동안의 지형변화를 거쳐 물길이 형성돼 물이 흘러 자연스레 자갈이 쌓여, 드넓은 성겁들 들판은 조금만 파도 자갈이 나와 숱하게 자갈이 채취되었다. 지금도 논산 딸기가 전국적으로 유명한 것은 자갈층의 논밭이라 물의 배수가 잘되고 관수 및 보온을 위해 사용할 지하수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탑정저수지는 어려서 자란 고향집 근처이다 보니 마치 연어가 태어난 곳으로 회귀하듯 언제나 마음은 콩밭이다. 낚시를 취미로 하고 있지만 생활인이다 보니 일 년에 한두 번쯤, 그나마 지난 2년여 동안은 별도로 휴가마저 쓰지 못하다보니 지칠 대로 지친 심신을 다독일 겸 큰맘 먹고 3일 밤의 일정으로 저수지낚시에 임했다. 지금쯤은 못자리 물을 댈 때라 물이 빠지고 물이 빠지면 고기들이 긴장을 해서 먹이 활동을 하지 않아 고기를 잡을 확률은 거의 없지만….

낚시의 역사가 매우 오래 되었음은 우리가 아는 고대 중국의, 곧은 낚시로 천하를 낚았다는 강태공 낚시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보통의 경우 낚시 바늘의 끝(미늘)은 구부러져 고기가 빠져 나가지 못하게 됐지만 강태공의 낚시 바늘은 곧고 미늘도 없어 고기가 물어도 그냥 빠지게 돼있다.

성이 여요, 이름이 망인 강태공은 자신이 움직이기에 적절한 시기가 아님을 알고 낚시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마침내 때가 왔음을 알고 낚시대를 걷고 세상에 나간다.

“천하는 한 사람의 천하가 아니오, 천하의 이(利)를 함께 하는 자는 천하를 얻고, 천단 하는 자는 천하를 잃나니, 하늘에 때(時) 있고 땅에 재물 있으니 능히 남과 더불어 한 가지로 하는 자는 인(仁)이요, 인이 있는 곳에 천하는 돌아가나니, 시류를 정확히 알고 때가 아니면 섣불리 움직이지 말고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는 교훈을 낚시를 통해 기다리는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키게 된다.

수십 년 취미활동의 경험으로 볼 때 낚시의 조과는 첫째로 자리이다. 물속 조건에 맞아 고기가 모여 있는 자리인지, 둘째는 정숙인데, 대물 붕어는 경계심이 많아 시끄러우면 물지 않는다. 손을 닦을 때도 물소리가 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셋째는 얼마나 열심히 하느냐 인데, 낚시꾼들끼리 ‘물속에 눈이 있다.’는 말은 한눈 팔 때 입질이 온다는 말이다.

낚시의 적(敵)은 바람이다. 바람이 불면 우선 낚시대를 바르게 던지기가 어렵고 설치해 놓은 파라솔도 날라 가며 물결이 쳐서 입질을 구별하기도 어렵다. 다행이 밤에는 대부분 바람이 자고 뜨거운 햇볕도 없이 고요해 밤낚시를 하게 된다. 밤낚시를 할 때 주변에 아무도 없이 혼자일 때가 있는데 그동안 이 저수지에 빠져 죽은 수많은 귀신들이 나올 것 같아 무섭기도 하지만, 이 세상에 귀신을 직접 본 사람은 하나도 없는데 내가 이 자리에서 귀신을 만난다면 그 또한 행운이라 생각하며 정면 돌파를 한다.

조용한 밤을 혼자서 보내며 그동안 생활인으로 바쁘게 살며 생각해 보지 못한 많은 생각들을 차분히 해본다. 밤이 깊어지고 기온이 내려가면 취나물 몇 조각을 넣어 끓인 취 향기 그득한 라면을 안주 삼아 마시는 한잔 소주는 흥취를 돋우며 둥근달이라도 뜨면 물속에 비친 달을 바라보며 이태백이 물속에 뜬 달을 잡으러 물에 뛰어들어 죽은 심정까지 공감이 된다.

그리고서 맞는 새벽 물가는 그저 조용하다. 지금은 담배를 피우지 않지만 물안개가 피어 날 때 담배 한 가치를 물고 보면 그야말로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다. 온갖 근심도 걱정도 모두 녹아버리고 거기다 고기라도 물면 금상첨화다. 산이나 건물에 가리지 않는 저수지의 새벽엔 해가 일찍도 뜬다. 파라솔을 쳐서 그늘을 만들어 보지만 위로부터 그늘은 만들지만 햇볕이 물에 반사돼 아래로부터의 햇볕이 강해서 얼굴은 금세 타고 만다.

낚시를 하면서 입질이 없으면 자꾸 상황의 변화를 기다리게 된다. 초저녁에 입질이 없으면 밤이 깊어지면 되겠지, 밤이 깊어져도 입질이 없으면 새벽에는 입질이 있겠지 하고, 그래도 아니면 해가 뜨면 되겠지 하고 하염없는 기다림의 싸움이다. 밤새 슬피 울어대던 자규(子規-소쩍새)의 울음이 그치면서 첫 번째 울음을 시작하는 뻐꾹새의 울음이 시작되고 날이 완전히 밝아 꿩의 울음소리가 들려오면 낚싯대를 걷게 된다. 속담에서처럼 “에이 꿩새 울었네.” 하면서….

바다에서도 갈치나 오징어낚시처럼 불을 밝혀 불빛을 보고 고기가 모여들게 하여 잡는 낚시방법이 있는데, 민물낚시도 미리 밑밥을 투척해 집어를 시킨 뒤 고기를 잡아야지 그렇지 않으면 지나가는 낱마리밖에 잡지 못한다. 그동안은 낚시를 가더라도 미리 가서 채비도 다듬고 집어를 시킬 여유가 없이 늘 쫒기며 낚시를 하곤 했었는데, 이번에 3일이라는 여유를 갖고 하니 너무나 행복했다

낚시 초보시절엔 일단 물가에 도착하면 살림망이라고 부르는 고기바구니부터 담갔지만 지금은 아예 고기바구니를 꺼내지도 않는다. 잡으면 곧 방생을 하는 너그러움이 나이를 먹으며 자연스레 생기며 그저 자연과 함께 어우러지고 싶기 때문이다.

낚시의 묘미는

첫 째 : 낚시를 가기 전 소풍가는 아이처럼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이요.
둘 째 : 조용한 물을 앞두고 자연을 함께하는 것이요.
셋 째 : 찌에 모든 정신을 집중함으로 모든 번뇌에서 벗어나는 것이요.
넷 째 : 고기가 물었을 때 올라오는 ‘찌’의 솟음을 보는 것이요.
다섯째: 고기가 물어 당길 때 느끼는 손맛이 그것이다.

출조의 사이클은 대체적으로 다음과 같다.

[준비] 장소와 날짜, 가장 중요한 동행자(마음 맞는 한 두 사람)가 결정되면 낚싯대를 챙겨 출발 한다. 최소 1박은 해야 조과가 어느 정도 보장된다. 언제나 그렇듯이 낚시터에 갈 땐 마음이 급해 과속을 하게 된다. 늦게 가면 남이 다 잡아갈 것 같아서….

[낚시 대 설치] 현지에 가서 물 때깔을 보면 조황에 대한 대충의 느낌이 온다. 명심보감(?)이던가, 水持淸側하면 無魚하고 人持察側하면 無徒라고, 물이 맑으면 고기가 없고 사람이 너무 똑똑(살핀다, 따진다)하면 사람이 따르지 않는다 했으니 물 색깔은 탁해야 하는데 탁하다는 것은 먹이(부유물 등)가 있다는 것이다. 어쨌든 남은 못 잡아도 나야 잡겠지 하는 심정으로 보통 2~3 대를 길이 별로(어느 구름 속에 비 들어 있는 줄 모르 듯, 어느 자리서 고기가 나올지 모르니까….) 설치한다. 많은 대를 설치하면 실이 잘 엉켜 큰 낭패인데, 그럴수록 천천히 풀어야한다. 주로 초보자가 엉킨 실을 풀기 위해 애쓰는 것을 “낚시가 물속에 잠겨있어야 고기가 물텐데 잠겨 있는 시간보다 물밖에 있는 시간이 많다.”라고 비아냥대기도….

[어종] 대략 붕어, 잉어, 향어가 주종이지만 이순자 붕어도 많이 나온다. 부르길이라고 불리는 이 고기는 다른 고기의 알과 치어를 잡아먹어 어장을 황폐화 시키는데 이순자 붕어라고 부르는 데는 두 가지 설이 있다. 턱이 뾰쪽하여 이 순자의 턱과 닮아서 그렇다는 설과, 처음 국내로 반입 한 사람이 이순자여서 그렇다는 설이 있으나 어느 것이 정설인지는 모른다.

[밑밥(미끼)] 주로 동물성과 식물성 먹이로 나뉘는데, 낚시꾼이 선호하는 붕어는 둘 다 먹기에 식성대로 드시라고 떡밥과 지렁이를 같이 달게 된다. 미끼는 귀찮게 생각 말고 자주 갈아 주어야 밑밥 주위에 고기가 모여 들어 조과를 기대 할 수 있다. 부지런히 밑밥을 갈아 넣는 것은 ‘거지도 부지런해야 밥 얻어먹는다.’'와 상통한다. 그러나 일단 잡힌 고기한테는 밑밥을 주지 않는다.

[찌] 대낚시의 성패를 좌우하는 찌의 맞춤은 낚시를 바닥에 가라앉히기 위해 매다는 납의 무게와 부력을 이용해 솟아오르는 찌와의 균형(중력과 부력)을 맞추고, 찌가 수면 위 같은 높이로 맞추어야 입질을 정확히 읽을 수가 있다. 찌가 솟아오르는 불과 몇 초 동안 그야말로 심장이 멎을 것 같은 쿵쾅 거리는 흥분을 낚시꾼이라면….

[입질] 고기가 미끼를 무는 것을 입질이라 한다. 입질의 형태는 동네마다 다 다르고 좌대마다 다 틀린다. 기본적으로 피라미, 향어, 잉어는 ‘까작 까작’ 하여 챔질 타이밍을 잡기 어렵다. 그러나 낚시꾼의 로망인 붕어는 찌를 쭈우우욱 천천히 밀어 올려 챔 질의 타이밍을 보장 해 준다. 물론 붕어가 낚시꾼의 챔질 타이밍을 보장해 주기 위해 일부러 그러는 것은 아니고 붕어는 입의 구조가 다른 고기와 달리 입이 바닥을 향하게 되어 있어 미끼를 물면(정확하겐 훅하고 들여 마신다.) 찌가 위로 솟아오르는 것이다.

[챔 질] 찌 솟음을 기다려(가능하면 느긋하게) 챔 질을 하는데 타이밍이 맞지 않으면 헛챔질이 된다. 너무 빨라도 늦어도 안 된다. 미끼를 물고 삼키다 낚시 바늘이라는 이물질을 느끼면서 미끼를 뱉는데 입에 완전히 들어갔을 때 챔 질을 하는 것이 기술이다. 이 과정에서 낚인 고기가 강한 저항을 할 때 큰 손맛을 느끼는 것이다.

[철수] 철수하기 위해 대를 걷을 때는 늘 아쉽다. 낚시 중에 동생이 찾아와 “형! 아버지 죽었어, 빨리 와.”라고 하자 그 낚시꾼 “가만있어, 몇 마리만 더 잡고…” 라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낚시터의 주변엔 늘 어지럽혀 있어 철수를 하면서 흩어져 있는 쓰레기를 모아 정리하게 된다. 적어도 좌우 옆 자리까지 정리를 해야 평소 내가 어지른 만큼의 본전이 될 것이다. 아름다운 사람은 떠난 자리가 아름답다는데….

[단점] 호사다마라고 이렇게 좋은 낚시에도 단점은 있다.
첫째: 경비가 많이 든다. 좌대비, 유류비, 입어료, 식대 등을 감안 하면 골프보다도 더 경비가 든다.
둘째: 집에서 싫어한다. 우선 외박을 하게 되고 시커먼 도둑놈처럼 하고 들어 와선 잠만 잔다. 그럴 땐 부인을 설득해야 한다. “어디 가서 노름을 하거나 색시집 가서 술 마시는 것보다 낫지 않느냐”며 여자들이 좋아 하는 돈으로 막는다.
셋째: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그러나 평소 바쁘게 사는 것은 이럴 때 쓰기 위함이 아닌가. 내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

[추억] 무릇 인생에도 좋았던 시절과 피하고 싶었던 순간이 있듯이 낚시에도 좋았던 기억이 있다. 낚시꾼의 좋았던 기억이란 큰 고기를 많이 잡는 것이다. 오늘은 잡지 못했더라도 언젠가는 다시 한 번 그런 영광이 다시 오겠지 하고 그 때를 그리워하며 추억에 잠긴다.

양해의 말씀 : 고수 조사님들 앞에서 짧은 식견을 늘어놓아 송구합니다. 넓은 아량(낚시꾼의)으로 혜량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