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해피’의 빈자리
[에세이] ‘해피’의 빈자리
  • 국토일보
  • 승인 2017.06.08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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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수 공학박사(기술사, 수필가)

[에세이] 문장수 공학박사(기술사, 수필가)

‘해피’의 빈자리

 

 

3년간 기른 애완용이다.

출근시간이면 무사히 다녀오라고 꼬리를 흔들며 인사해 주고, 퇴근할 때는 발자국 소리만 듣고도 문 앞에서 낑낑대며 두발로 문짝을 할퀴고 난리다.

문을 열고 들어오면 어찌 그리 좋은지 펄쩍펄쩍 사방으로 뛰며 반긴다.

소파에 앉기도 전에 양말을 벗기겠다고 양말을 물어뜯고 하여 하는 수없이 양말을 억지로 벗기게 된다.

그리고 나면 개선장군이라도 되는 듯이 소파에서 바닥으로 점프를 하다가 거실과 안방으로 뛰어다닌다.

식사 시간이 되면, 시선이 부딪치는 거리에 앉아서 입맛을 다신다.

눈망울은 초롱초롱 한시도 내 시선을 놓치지 않고 레이저 빔을 쏜다.

마치 주인의 밥상에서 먹고 남은 부스기라도 한 조각 얻어먹고 싶다는 표정으로 혹시 눈이라도 마주치면 애처로워 한 조각이라도 주지 않을 수가 없게 된다.

외출하려고 옷이라도 갈아입으면 어찌 알았는지 왔다갔다 뛰면서 함께 같이 가자고 애들처럼 보챈다.

가까운 성내천이나 탄천으로 산책하러 갈 때면 앞장서서 뛰어간다.

남한산성을 올라 갈 때면 20-30미터 앞장서서 달려가서는 우리를 기다린다.

힐끗 힐끗 되돌아보고 다시 달렸다가 되돌아온다. 미처 따라가지 못하면 쉬면서 숨고르기 하며 기다려 주기까지 한다.

밖에서 회식이라도 하는 날은 고기조각을 푸짐하게 가져다준다.

먹이를 코앞에 두고는 특유의 야생성이 살아난다. 이빨을 드러내고 으르렁 대기까지 하며 먹이를 한꺼번에 주면 특유의 본성을 나타낸다.

고기 몇 조각은 보이지 않는 곳으로 물고 가서 감추는 버릇까지 있다.

갈비 뼈다귀는 밤 세워 깨물어 먹는다. 식탐이 많아 과식을 할 때는 왝왝거리며 토해내기도 한다.

집안에서도 언제 그랬는지 영역표시를 가끔 한다. 틈만 나면 여기저기에 흔적을 남기는 바람에 집안구석 여기저기에 냄새가 풍겨서 괴롭기도 하다.

물청소와 방향족 탈취제를 뿌려도 냄새는 쉽게 사라지지 않고 흔적을 남긴다.

그런데 눈치도 빨라 내가 조금이라도 싫어하는 기색을 하거나 화가 난 것 같으면 한쪽 귀퉁이에 비스듬히 드러누워 눈물을 글썽거리며 앵벌이 하듯 측은지심을 갖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동네 은행에 일을 보기 위해 밖에 묶어둔 해피가 사라졌다.

누가 데려가지 않았다면 반드시 되돌아 올 수 있는 꽤 똑똑한 녀석이다. 기다려도 주변을 휘젓고 불러 봐도 감감 무소식이다.

안타깝고, 서글프고, 걱정이 된다. 아기를 잃은 부모들의 애타고 서글픈 심경을 이해가 된다.

요즘 반려동물, 애완견이 늘어나는 현실을 보면서 애완견 한 마리 기르는 것이 어린애 하나 기르는 것보다 신경이 더 쓰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목욕, 이발, 예방접종, 먹이 등 신경도 많이 쓰이고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들어간다. 혈통이 있다는 애완견일수록 더욱 그러하다.

애완견 1,000만 마리 시대, 우리주변에 버림받고 내몰리는 유기 견처럼 “나 몰라라”하듯 배려 받지 못한 이웃들이 아직도 많이 있다.

OECD에서 노인 자살 율이 10여 년간 1위라는데 그 이유가 경제문제라니 애완견도 중요하겠지만 사람이 꽃보다 더 아름답지 아니한가?

애완견이나 반려동물은 개인의 취향이라는 속성상 취미활동으로 필요하다.

그렇다고 고려장 하듯 버려서는 안 될 일이다. “서로 사랑하라”는 말씀이 새삼 가슴에 와 닿는다.

“인간애”의 소중한 우리사회의 자산이 점점 퇴색되어 가는 현실이 마냥 안타까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