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동산 경기의 새로운 악재
[사설] 부동산 경기의 새로운 악재
  • 국토일보
  • 승인 2009.09.28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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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의 소득은 제자리걸음인데 빚만 잔뜩 늘어나 나라경제, 특히 부동산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런 때 공교롭게도 과잉 유동성을 우려한 금리 인상 분위기마저 한국은행을 중심으로 무르익는 조짐을 보여 불안감을 한층 증폭시키고 있다.

따라서 지금은 금리 인상 등의 출구전략보다는 가계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향에서의 구조조정 대책이 먼저 이뤄져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6월말 현재 가계의 신용잔액은 697조7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37조4000억원이나 늘어나 우리 경제의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등장했다.

가계 신용이란 금융권으로부터 받은 대출액에 신용카드 할부 등으로 상품을 구입한 판매신용을 더한 부채 규모를 말하는 것이다. 한은은 지난 7월에 은행권 가계대출이 2조6000억원 증가한 것을 감안할 때 가계 빚은 이미 700조원을 넘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잇다.

 이에 따라 가계의 이자부담도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으며 앞으로 금리가 오를 가능성마저 커 부담은 더 불어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 수준(2%)까지 떨어뜨려 은행권 대출 이자부담이 크게 낮아졌는데도 가계의 이자비용이 늘어난 것은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늘어난 때문이다. 결국 소득은 거의 그대로인데 빚만 잔뜩 늘어나다보니 가계의 금융부채 상환능력마저  몸살을 앓고 있는 미국보다 더 나빠져 심각한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그래도 지금까지는 저금리 정책으로 이자 부담이 줄어든 덕분에 큰 문제가 없었으나 경기회복과 함께 금리는 오를 수밖에 없어 우려스럽기 짝이 없다. 벌써부터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조금씩 오르고 있어 불안을 키워가고 있다.

한국은행이 인플레이션을 막으려고 기준금리를 올리면 금리 상승폭은 더 커질 게 뻔하다. 그렇게 되면 위험수위에 차 있는 가계부채 문제가 폭발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수밖에 없다.

 특히 가계부채를 키운 가장 큰 요인이 주택담보대출이라는 점에서 가계의 부실은 곧 금융기관의 부실로 이어져 결국 금융위기를 촉발하는 위험인자로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금년 상반기에만 25조원 가까이 늘어난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그런대로 부동산 경기를 살리는 촉매제 역할을 했으나 가계부실로 이어질 때는 오히려 부동산 경기에 치명타를 가하는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위험 요소이기도 한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의 국내 경기 회복 현상에 대해 적지 않은 전문가들이 재정 지출과 유동성 공급 확대 및 저금리 등의 정책효과와 고환율에 따른 ‘착시 현상’으로 지적하는 상황이고 보면 가계부채로 인한 위험도는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물론 최근 정부가 서울과 수도권의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강화한 것도 집값 안정과 함께 가계부채 문제를 염두에 둔 조치일 수 있다. 그러나 대출규제만으론 문제를 풀기 어려울 것으로 우리는 본다.

중· 단기 위주인 주택담보대출을 장기로 바꾸는 것을 비롯해 현재 너무 비중이 높은 변동금리형 대출을 고정금리형으로 유도하는 등의 세밀한 괸리와 보완책이 필요할 것으로 여겨진다.

 금년 2분기 전국 가구의 월평균 이자비용이 저금리 추세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3%나 증가하고 특히 근로자 가구 이자비용의 경우 무려 24.4%나 늘어 2004년 1분기 이후 최고의 증가율을 기록했다는 사실에서도 이런 대책의 수립은 절실해 진다.

 더구나 경기침체가 지속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실정임을 감안한다면 경기침체의 장기화에 대비한 가계의 부채 구조조정 노력과 정부의 지원은 필수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하기야 정부에서도 이런 심각성을 인식해 단기 연체를 안고 있는 개인의 채무를 재조정해 주는 프리워크아웃 제도를 도입하는 등 나름대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부족하며 좀 더 종합적인 대책이 요구된다는 뜻이다.

인과 가계의 재정상태 악화는 바로 소비와 내수 부진으로 이어지며 이는 지금처럼 글로벌 경기 악화로 수출이 크게 줄고 있는 시점에서는 경기회복에 커다란 걸림돌이기 때문에 더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