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파업의 댓가와 교훈
쌍용자동차 파업의 댓가와 교훈
  • 국토일보
  • 승인 2009.09.28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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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포럼] 노 순 규 한국기업경영연구원장 / 경영학박사

흔히 '댓가'라는 말에 대한 의미는 어떤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는 말이다. 지난번 쌍용자동차의 77일간의 장기간 파업에 대한 댓가를 치르는 듯한 분위기가 뚜렷하다. 쌍용자동차 근로자들은 힘겨울 앞날에 대해 불안해 한다. '상처'를 쓸고 닦지만 마음을 개운치가 않다.

그리고 격렬했던 노와 노의 갈등에 대한 후유증도 우려한다. 경기도 평택의 쌍용자동차 공장의 정문 앞은 한때 적막감이 흐르기도 했다.

다만, 노조원들의 농성이 계속됐던 전쟁터와도 같았던 긴장감과 어수선함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쌍용자동차 노사협상이 타결된 다음날부터 쌍용차 평택공장내 생산라인에서 소속된 근로자들은 조업 재개를 위해 바닥 청소를 말끔히 했기 때문이다.

노조원들이 한때 머물러 투쟁했던 조립 3 및 4공장에는 '해고는 살인이다'는 구호가 적혀 있었다. 경찰진입을 막기 위해 무거운 기자재와 부품상자들로 몇겹 쌓였던 벽도 있었다.

상당한 기간동안 가동이 멈췄던 조립라인과 기자재들은 먼지가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청소하는 직원들로 인해 공장내부는 부산했다. 농성하던 노조원들이 쌓아 놓았던 장애물을 중장비로 치우고 부족한 부품은 없는지 그리고 기계에 이상은 없는지 꼼꼼히 점검했다. 공장을 재가동할 수 있게 된 것은 불행중 다행스런 일이었다.

쌍용차의 기획재무담당 상무는 "도장공장에 시설에 대한 파손이 거의 없어 곧 생산을 재개할 수 있을 것"이라며 "2,000여대의 자동차 생산을 시작으로 월 평균 4,000여대 정도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농성노조원들이 끝까지 머물렀던 제2도장 공장은 경찰의 현장감식이 끝나지 않아 작업이 좀 늦어졌다. 그런데 쌍용차 근로자들의 표정은 그다지 밝지 않았는데 그것은 추후에 다가올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즉, 77일간의 악몽에서 벗어났다는 안도감과 새로운 출발을 통한 재기의 기대감을 표시하면서도 결코 생각만큼 순탄치 않을 것임을 그들도 잘알기 때문이다.

어느 직원은 "생산차질로 손실을 입은 것도 큰 일이지만 무엇보다 소비자와 시장의 신뢰를 잃어버린 것이 가장 안타깝다"면서 "공장이 돌아가도 팔 곳이 마땅치 않으면 소용없는 것 아니냐"며 불안하듯이 말했다.

사실 그와같은 77일간의 싸움은 '승자 없는 게임'이었다. 사측도 노측도 얻은 것 없는 즉 모두가 '패자' 뿐인 싸움에 불과했다. 3,000억원이 넘는 생산 차질액은 물론 브랜드의 가치손상과 시장점유율 하락으로 인해 회사의 존속가치가 잠식당했고 이젠 생존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이 됐다. 아무리 정리해고자수를 줄이고 고용을 유지한들 회사의 존립가치가 없어진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사실 상당수의 사람들은 "앞으로 절대로 쌍용자동차를 구입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말은 파업의 댓가를 의미한다.

쌍용자동차 공장의 인근식당에서 어떤 근로자는 "77일 농성으로 인해 500명이 안되는 해고자의 일자리를 되찾았지만 따지고 보면 농성참여자 누구도 만족하지 못한 결과"라고 하면서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었나 싶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농성참여자는 향후 발생될 노와 노의 갈등을 걱정했다. "같이 일하던 상관과 부하직원이 서로 몽둥이를 휘둘렀다고 생각하니 슬프다"고 했다.

마음의 상처가 쉽게 가라앉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깊은 갈등의 골을 안고 과연 회생의 바퀴를 다시 돌릴 수 있을지를 걱정하는 것이다. 회사측은 회사를 정상화시킬 계획이라고 했다. 노조의 점거파업이 길어지면서 회사를 정리할까를 생각했지만 결국 회사를 살리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그런데 중요한 점은 시장이 의외로 냉정하다는 점이다. 쌍용자동차가 제대로 굴러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파업은 끝났지만 결정권이 있는 법원, 자금줄을 쥔 채권은행 등도 쌍용차의 미래에 대해서는 의문시하고 있다. 파업의 혹독한 대가를 치루는 셈이다. 직원들이 아무리 회사를 정리하지만 회사, 근로자, 지역사회 등이 입은 77일의 상처 및 경제적 손실은 쉽게 치유될 것 같지 않았다. 이를 다른 기업의 노사가 교훈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과연 내년 이맘 때도 회사와 내가 여기 있을지 모르겠다. 다만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을 되풀이하는데서 절망과 동시에 가느다란 희망이 있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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