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창립 70주년] -③ 현대건설, 업계 첫 해외진출 신호탄 쏴
[현대건설 창립 70주년] -③ 현대건설, 업계 첫 해외진출 신호탄 쏴
  • 김주영 기자
  • 승인 2017.05.2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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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 ‘코리아 건설 혼’ 적극 전파···선진 시공기술 습득 기회 삼아

▲ 현대건설이 참여한 터키 보스포러스대교 전경.

[국토일보 김주영 기자] 현대건설은 국내 건설업계에서 최초로 해외 건설시장에 진출한 기업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러한 현대건설이 오는 25일 창립 70주년을 맞이한다. 

현대건설은 1966년 국내 건설업계 최초로 해외 건설시장 진출에 성공해 선진 시공기술을 습득하는 동시에 국내 건설사의 해외진출에 물꼬를 틔웠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1960년대 초반까지 한국 건설시장에서 기술 비중이 높은 공사는 모두 선진국 업체의 몫이었다. 국내 건설사들은 글로벌 업체들과의 높은 기술 격차가 벌어졌던 것이다. 특히 국제입찰에 수반되는 절차를 원활하게 수행할 능력도 국내 업계는 부족던 시기다.

그럼에도 현대건설은 달랐다. 미군 공사를 통해 비교적 높은 수준의 기술을 쌓고 있었을 뿐 아니라, 해외 공사에 대한 입찰과 계약, 기자재 조달, 공사관리 전반에 걸쳐 풍부한 경험을 확보한 것이다. 

현대건설은 1965년 태국으로 눈을 돌려 방콕에 지점을 설치하고 임직원을 파견해 활발한 수주 활동을 펼쳤다.

첫 도전은 푸껫 교량공사로 기록됐다. 이 때 현대건설은 무려 50% 이상의 입찰 가격차를 보이며 고배(苦杯)를 들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세 번의 도전 끝에 총 공사비 522만달러 규모의 고속도로 건설공사를 따내는 데 성공했다.

국내에서 단 한 번도 고속도로를 건설해본 적이 없는 현대건설이 서독(현 독일)·일본 등 선진국의 내로라하는 29개 글로벌 건설사와의 경쟁에서 승리하는 쾌거를 기록한 것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파타니나라티왓 고속도로 건설공사를 통해 돈으로 환산하기 힘든 무형의 이익을 거뒀다"며 "현대건설이라는 이름을 해외시장에 알리는 첫 계기가 됐을 뿐 아니라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열리기 시작한 고속도로 건설 사업에서 한결 유리한 입지를 차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제상황은 1970년대에 급격히 변화됐다. 베트남전 종식과 함께 ‘베트남특수’가 사라지기 시작한데다 제1차 석유파동으로 인해 내수 경기도 침체기에 접어 들었다. 석유가격이 파동 이전보다 무려 10배나 상승하면서 오일달러의 유출로 인한 외환위기 상황까지 맞았다.

당시 한국 정부는 중동에 건설인력을 보내서라도 오일달러를 벌어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고 판단하고 적극적으로 ‘중동진출 확대방안’을 모색했다.

이 때로 현대건설은 한 발 빠르게 움직였다. 정부의 중동진출 정책이 수립되기 전인 1975년 1월 이란에 지점을 설치하고 본격적인 건설공사 공개입찰에 도전한 것이다.

중동에서의 첫 번째 공사는 이란의 반다르 압바스 동원훈련조선소 공사로 기록됐다. 규모는 비록 작았지만 중동에 진출한 최초의 공사라는 점에서 현대건설은 남다른 의미를 가졌다. 현대건설은 이를 교두보로 삼고 중동 여러 나라에서 대형공사를 수주했다.

현대건설은 1976년 ‘20세기 최대의 역작’이라 불리는 사우디 주베일 산업항 공사 수주를 계기로 글로벌 건설시장을 향한 힘찬 발걸음을 내닫기 시작했다. 주베일산업항 공사에 소요된 모든 자재는 국내에서 제작해 해상으로 운송했으며, 수심 30m 파도에 흔들리면서 500톤짜리 철구조물을 한계 오차 이내로 설치해 발주처로부터 무한 신뢰를 받았다.

현대건설이 2005년에 완공한 사우스파4·5단계는 완공기준으로 국내 건설사의 해외 플랜트 수주 사상 단일 규모로는 최대(16억 달러)이며, 공사 수행과정에서 숱한 기록을 남겼다.

현대건설의 우수 기술력과 철저한 공기 준수에 무한한 신뢰를 갖게 된 이란의 하타미 대통령은 “사우스파 전체가 완공될 때까지 현대건설은 절대 이란을 떠나서는 안 된다. 이곳에 남아 나머지 공사도 모두 수행해 달라”며 눈시울을 붉힌 사실은 지금까지 화젯거리로 남아 있다.

현대건설은 2005년 이란 사우스파 가스처리시설 준공에 이어, 2009년에는 사우디 쿠라이스 가스처리시설을 성공적으로 준공했다. 2011년 말 완공한 카타르 천연가스액화정제시설(GTL, Gas-to-Liquid)은 현대건설이 국내 건설사로는 처음으로 해외 대규모 GTL공사에 도전해 성공한 사례다.

2014년 준공한 싱가포르 주롱 유류 비축기지는 현대건설이 해외에서 처음으로 수행한 해저 유류 비축기지 공사로, 현대건설은 이 공사를 통해 해외 지하 유류 비축기지 공사 참여를 확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올해 준공 예정인 카타르 국립박물관은 316개의 원형패널이 뒤섞여 지붕을 이룬 기하학적인 형상으로 세계 건축역사에 한 획을 그을 것으로 보인다. ‘사막의 장미(Sand Rose)’로 불리는 응결체, 추상적인 개념을 현실화시킨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비정형 건축물로 그야말로 불가능에 가까운 프로젝트였지만, 현대건설은 탁월한 시공능력으로 카타르 도하 도심에 국립박물관이라는 장대한 꽃을 활짝 피우게 됐다.

최근 건설시장은 유가 하락에 따라 텃밭인 중동 산유국들의 발주취소와 지연 등으로 예년에 비해 축소됐다. 또한 유로화‧엔화 약세로 유럽, 일본 등 선진기업의 공격적인 가격 경쟁과 중국, 인도 등 신흥국 건설사의 해외진출 확대가 더해져 국내 건설업체들의 해외 수주 경쟁은 어느 때보다 치열해졌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다양한 위기 상황 속에서도 수익성 중심의 수주 전략으로 양질의 프로젝트를 확보해 내실을 도모했다"며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에서 플랜트 공사 중심의 편향된 수주 경향을 보일 때, 대형 원전‧석유화학시설‧대규모 항만‧건축 공사 등 다양한 공종의 해외공사 수주에 성공하며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