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건설기계기업 A사, 한국시장 외면… VIP고객 원성 높아
글로벌 건설기계기업 A사, 한국시장 외면… VIP고객 원성 높아
  • 이경운 기자
  • 승인 2017.04.28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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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시장 점유율 추락… 특단의 대책 마련돼야

 

글로벌 건설기계기업 A사가 국내 고객을 외면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AS 인력을 대폭 줄여 고객대응에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다. 장비 판매에만 관심이 있는 모양새다. 현장에서는 새 장비의 점검마저도 지연되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최근 A사는 비용절감에만 주력할 뿐 마케팅 등 고객행사와 광고에는 비용을 쓰지 않고 있다. 올해 국내 시장에 새 장비를 출시하지 않았고, 제품의 카다로그도 제작하지 않고 있다.

◆ 현장·고객의 목소리

A사는 국내 건설기계시장에서 유통되는 장비 중 동급대비 가격이 가장 비싸다. 이같은 가격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품질·환경·안전 등 장비의 성능을 제시했다. 고효율, 고출력, 저연비 등을 장점으로 내세웠으며, 최고의 고객서비스를 선보였다.

그러나 서비스 인력이 줄며 ‘최고의 고객서비스’가 무너졌고, 국내 고객들이 원하는 소통이 사라졌다. 고객과의 의사소통 채널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익명의 관계자는 “A사가 AS관련 시스템을 개편하는 과정에서 인력이 얼마나 줄었는지 정확히 파악되지는 않지만, 현장 고객들이 불편을 느낄 정도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A사의 달라진 국내영업 전략은 명품 A사의 이미지를 훼손시켰다. A사 장비를 다수 보유중인 B사장은 “문제는 국내 정서를 모르는 현직 사장이라고 생각한다. 한 예로 과거 C사장 시절에는 장비 엔진에 결함이 있었음에도 고객들과 협의해 문제를 잘 해결하는 소통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고객들의 목소리가 A사에 전달되지 않는 불통이 지속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AS인력이 줄어 새 장비의 점검도 지연되고 있다. 예전에는 VIP고객들을 초청해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고객의 목소리를 듣는 자리가 있었는데, 요즘은 기운 없는 영업부서 직원들만 간혹 보인다”고 덧붙였다.

◆ 시장점유율 하락

고객의 신뢰를 잃은 A사는 올해 초 시장점유율 2위 자리를 경쟁사에 내줬다. 또한, 국내 최대 규모의 건설기계전시회인 ‘한국국제건설기계전시회’에도 불참 의사를 밝혔다.

‘한국국제건설기계전’은 대한민국 건설기계업계의 최대 행사이다. 전시회를 통해 고객들은 장비의 운영·정비·재원 등 모든 궁금증을 즉시 피드백 받을 수 있다. 이 과정은 기존 고객에 대한 서비스이며, 미래 고객을 위한 마케팅이다. 더불어 경쟁사 고객들에게도 장비를 소개할 수도 있는 야심찬 자리이기도 하다.

A사는 2012년을 끝으로 전시회에 나오지 않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장비를 판매하는 영업활동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객을 위한 서비스에는 인색한 것이다.

올해 한국국제건설기계전시회에는 국내 유수의 건설기계기업이 참여하고, 중국의 국영기업 XCMG과 Changlin(창린), 스웨덴의 Atlas Copco(아트라스 콥코), 일본의 Kubota(구보다), Maeda Crane(마에다 크레인) 등 20개국에서 250여 건설기계기업이 참가한다. A사가 국내 고객들의 신뢰를 잃어가는 가운데, 경쟁사들은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국내 건설기계시장이 대형에서 소형으로 전환되고 있어 대형 위주인 A사가 마케팅에 소홀하다고 지적했다.

익명의 건설기계업계 관계자는 “A사는 오랜 기간 고객밀착 마케팅을 펼쳐 국내 고객들에게 친숙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 그러나 국내시장을 잘 이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불통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국내영업 수장들이 시장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꼬집어 말했다.

품질, 환경,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는 A사. 한국시장에서 몰락할 것인지, 그룹 차원의 해결책이 나올지에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