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건설협회 "남해 EEZ 모래 채취량 턱없이 부족···골재파동 재발 우려"
대한건설협회 "남해 EEZ 모래 채취량 턱없이 부족···골재파동 재발 우려"
  • 김주영 기자
  • 승인 2017.03.21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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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EEZ 모래 채취, 수산자원 감소 주범 주장은 과학적 근거 부족

■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치어(稚魚)남획·폐어구·기후변화' 수산자원 감소 원인 지목
■ 골재파동, 국민적 부담 가중…정부, 5년단위 골재수급 기본계획 마련 필요성 대두
  

[국토일보 김주영 기자] 올해 남해 EEZ 내 바다 모래 채취 허가량이 지난해 절반 수준인 650만 입방미터(㎥)로 급감함에 따라, 골재파동이 재현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대한건설협회는 올해 허가된 바다모래 채취 물량이 지난해 1,167만㎥ 대비 55% 수준으로 감소, 이는 동남권지역의 늘어난 건설물량을 감안했을 때 턱없이 모자란 수준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남해 EEZ의 모래 채취량이 일시에 절반가량 감소함에 따라 대체 골재원이 없는 현 상황에서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건설업계는 정부의 이번 조치로 인해 향후 동남권에서 모래 부족 현상이 나타나 모래가격 상승이 지속되고, 공사 차질도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했다. 실제로 올해 건설업계는 최근 늘어난 공사 물량에 따라 모래 수급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동남권지역의 최근 2년간 주택 인허가 실적을 보면, 2014년 7만 9,000가구 이후 매년 15.4%(9만 1,000가구), 44.2%(11만 4,000가구) 급증했다. 착공 실적도 2014년 8만 8,000가구에서 지난해 10만 5,000가구로 20% 증가했다.

이처럼 공사물량이 증가함에 따라, 건설업계는 골재 가격 상승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모래 수요가 증가할 것이 당연시 되는 상황에서 채취 규모가 줄면 가격 폭등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계절적 성수기가 시작되는 봄철에 건설공사가 활발하게 진행되면 건설현장에서는 일시에 많은 양의 모래를 필요로 하는 만큼 사재기 현상 등과 같은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다.

이같은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지난 1월 16일부터 남해 EEZ 모래채취 중단으로 동남권의 모래 가격은 기존 1만 3,000~1만8,000원/㎥에서 2만 5,000~3만2,000원/㎥으로 거의 두 배까지 폭등했다.

모래가격 상승은 곧 건설업계 및 레미콘업계의 부담으로 작용한다. 최근 모래 가격 상승으로 인한 동남권 민간공사의 공사비 증가액을 추정해 보면 약 1.1% 상승한 1,900억 원 이상이 늘어날 것으로 건설협회는 예상했다.

늘어난 비용은 결국 '국민적 부담 가중'으로 귀결된다. 공공부문 공사의 경우, 국민 세금 투입이 늘어나고, 민간부문의 경우 골재 가격 상승분이 분양가에 포함돼 주택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게 된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우선 남해 EEZ 모래채취를 전년도 수준으로 허가하고, 안정적인 골재 수급을 위해 1년 단위 공급계획으로 연명할 것이 아니라 5년 단위로 수립하는 골재수급 기본계획에 맞춰 채취기간을 최소 2~3년 단위로 허가해 모래를 사용하는 지역 산업계에서 계획에 맞춰 안정적으로 사업을 추진해 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모래 채취가 수산자원에 미치는 영향도 면밀히 조사해 모래 채취가 수산자원 감소에 영향을 준다면 중‧장기적으로 대체 골재원을 마련하는 등 지역경제가 위축되지 않도록 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남해 EEZ 모래채취 허가 이후 재취 중단을 요구하는 어민들의 시위 등이 더욱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서 바닷모래 채취가 산란장을 훼손하고 어장을 파괴한다는 어민들의 주장과는 다른 연구 결과가 발표돼 눈길을 끈다.

최근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이 발표한 ‘2016년 연근해어업 생산량 동향보고서’에 따르면, 수산자원 감소의 주요 원인은 ▲어린물고기 남획 ▲폐어구 ▲중국어선 불법조업 ▲기후변화 등으로 지목됐다. 특히 폐어구로 인해 연간 어획량의 10%, 중국 불법조업으로 인해 최소 10만 톤에서 최대 65만 톤의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건설‧골재업계 역시 남해 EEZ 모래채취에 따른 수산자원의 감소에 직·간접적인 영향에 대한 객관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자료가 없는 상황에서 어민들의 주장과 같이 바닷모래 채취가 수산자원 감소의 주범인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건설협회 관계자는 “통계청 자료를 볼 때 최근 10년간 어업생산량이 전국적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부산․울산․경남도 유사한 패턴으로 감소하고 있다”며 “바다모래 채취가 수산자원 감소의 직접적인 주요 원인이라는 주장은 과학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편 바다모래를 둘러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정부가 매년 골재 수급문제로 반복되는 지역 경제적 피해와 산업계간의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어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주택에 사용되는 모래의 최종 소비자가 결국 바다의 주인인 '국민'이라는 점을 고려해 건설업계와 어민 모두 원만한 문제 해결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지적도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