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금 대출규제, 금융권만 배불려
중도금 대출규제, 금융권만 배불려
  • 이경운 기자
  • 승인 2017.02.27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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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어눌한 처방에 업계, 수요자 모두 고통받고 있다. 가계부채 건전성을 확보하겠다는 ‘중도금 집단대출 규제’가 도리어 문제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최근 분양현장에서는 계약률 100%를 달성한 초우량 사업장을 비롯해 수요가 몰리는 수도권 택지지구에서도 중도금 대출이 막혔다. LH의 공공분양아파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한국주택협회는 최근 회원사들이 2016년 10월 17일부터 2017년 1월 31일까지 분양한 사업장을 대상으로 ‘중도금 집단대출 실태’를 조사했다. 그 결과 74.5%의 사업장이 중도금 대출협약을 체결하지 못했다.

정부가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공급한 공공택지(18곳)에서도 대출규제로 인해 66.7%(12곳)가 대출은행을 구하지 못했고, 화성동탄2, 수원호매실 등 6~7개의 공공분양아파트 6천여 가구도 중도금 조달이 지연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조사기간 중 협회 회원사들이 총 116곳에서 분양사업을 진행했지만, 조사에 답한 곳은 52곳에 불과했다. 조사대상이 절반 수준에 그쳤음에도 불구하고 ‘중도금 집단대출’의 실태는 심각한 상황이다. 금융비용이 급증하고 있고, 이 손실은 업계와 실수요자가 부담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부동산시장의 골격인 수요·공급자가 규제에 부딪힌 가운데, 금융권은 호재를 누리고 있다. 정부 정책에 따른다는 미명하에 중도금 집단대출 금리를 올려받고 있기 때문.

통상 중도금 집단대출 금리는 주택담보대출보다 낮다. 그러나 지난해 5월부터 상황이 역전됐다. 시중은행은 3.46~4.13%, 지방은행 4.2~4.3%, 제2금융권 3.88~4.5%로 모두 금리가 인상됐다. 주택사업에 추가적인 부담을 주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뒤늦은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움직임이 미비하다. 정부는 4월경 관련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다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민간분양은 대책에서 제외돼 최근과 같은 어려움이 이어질 전망이다.

정부는 가계부채 급증을 제한하기 위해 중도금 집단대출을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부채 감소에는 영향이 미비하다는 점, 부동산시장을 급랭시키는 악재라는 점, 주택업계와 내 집 마련 수요자들이 고통받고 있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또한, 건설업계 구조조정을 단행할 만큼 시장상황이 나쁘지 않고, 하우스푸어가 양산될 만큼 집값이 하락하지 않았음을 깨달아야 한다. 이미 시장은 고분양가를 단지를 기피할 줄 알고, 투기를 투자와 구분하는 눈을 갖고 있다. 악재로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