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부동산판례Ⅱ]<14>부정당제재와 관련한 사례
[건설부동산판례Ⅱ]<14>부정당제재와 관련한 사례
  • 국토일보
  • 승인 2017.02.27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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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식 변호사 / 법무법인 정진

 
건설부동산판례Ⅱ
本報는 건설부동산 관련 업무 수행 중 야기되는 크고 작은 문제 해결을 담은 법원 판결 중심의 ‘건설부동산 판례’<Ⅱ> 코너를 신설했습니다.
칼럼리스트 김명식 변호사는 법무법인 정진 파트너 변호사이자 건설 및 재개발재건축 전문 변호사로 활약 중입니다. 또한 김 변호사는 한국건설사업관리협회, 태영건설 등 현장직무교육과정 강의 강사로 활동하는 한편 블로그 ‘김명식변호사의 쉬운 건설분쟁이야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김명식 변호사 / 법무법인 정진 / nryeung@naver.com


■합병 전 회사의 위반행위를 이유로 합병 후 존속회사에 대해 한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 시 합병됐다는 사정이 감경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

합병 전 위반행위로 합병 후 회사에 대한 ‘부정당제재처분’
합병됐다는 사정 자체만으로는 감경사유 해당없다

1. 부정당제재의 의의 및 존재 이유
‘부정당제재’란 국가기관 등이 실시하는 입찰 및 체결한 계약의 이행 등이 불성실한 자에 대해 일정기간 입찰 참가 자격을 제한해 동 기간 동안 국가기관, 지방자치 단체 및 공기업․준정부기관 등이 실시하는 입찰에 참가하지 못하게 하는 제도이다. 부정당업자의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는 제도를 둔 취지는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서 공정한 입찰 및 계약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를 하는 사람에 대해 일정 기간 입찰참가를 배제함으로써 국가가 체결하는 계약의 성실한 이행을 확보함과 동시에 국가가 입게 될 불이익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대법원 2014. 12. 11. 선고 2013두26811 판결).

2. 감경근거
한편, 부정당제재 사유에 해당하게 되면 그에 상응하는 제재처분을 받게 되고 이 경우 법령에 부정당제재사유가 무엇인가에 따라 각기 자격제한기간을 정해 두고 그에 따라 제재처분을 내리고 있다. 그러나 국가계약법 시행규칙 제76조 제4항에서는 ‘각 중앙관서의 장은 부정당업자에 대한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는 경우 자격제한기간을 그 위반행위의 동기·내용 및 횟수 등을 고려하여 별표 2의 해당 호에서 정한 기간의 2분의 1의 범위 안에서 감경할 수 있다.’고 규정, 일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 자격제한기간을 감경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3. 관련 사례의 사실관계
제재처분의 감경과 관련한 사례를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甲 회사가 乙 회사를 흡수합병했다. 그런데 합병 전, 乙 회사는 공공계약체결과 관련해 공무원에게 뇌물을 준 위법행위를 저질렀고 결국 합병 후 甲 회사는 乙회사의 부정당제재사유로 인해 입찰참가제한처분을 받게 됐다. 이에 甲회사는 제재권자를 상대로 “합병 전 회사의 위반행위 후 그 회사가 합병되었다면 이는 국가계약법 시행규칙 제76조 제4항에 따른 자격제한기간 감경사유에 해당하므로 의당 제재권자는 감경하여 처분을 하여야 함에도 감경하지 않아 제재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는 내용으로 제재처분취소의 소를 제기했다.

4. 2심 법원의 판단
이 사건의 쟁점은 합병 전 회사의 위반행위 후 그 회사가 합병된 경우 그 합병이 제재처분을 감경할 사유가 되는지 여부이다.

이와 같은 갑의 주장에 대해 2심 법원은 “합병 전 회사가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의 원인이 된 위반행위를 한 후 합병 후 존속회사에 합병되었다는 사정은 국가계약법 시행규칙 제76조 제4항에서 정한 감경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하는데, 피고는 원고에게 이러한 감경사유가 있음에도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거나 감경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오인한 나머지 감경하지 않은 채 이 사건 처분을 한 것으로 보이므로, 이 사건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판단, 갑의 주장을 받아들여 부정당제재처분의 취소를 명하는 판결을 선고했다(서울고등법원 2014. 9. 17.선고 2013누27069판결).

5. 대법원의 판단(대법원 2016. 6. 28. 선고 2014두13072 판결)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2심 법원과 달랐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감경하지 않은 부정당제재처분이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하였는바 그 사유는 다음과 같다.

즉, 국가계약법 시행규칙 제76조 제4항에서는 ‘각 중앙관서의 장은 부정당업자에 대한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는 경우 자격제한기간을 그 위반행위의 동기·내용 및 횟수 등을 고려하여 별표 2의 해당 호에서 정한 기간의 2분의 1의 범위 안에서 감경할 수 있다.’고만 규정, 감경사유를 특정하지는 않고 있고, 다만 그 자격제한기간을 감경할 수 있는 요소로 ‘위반행위의 동기, 내용 및 횟수’ 등을 예시하고 있을 뿐이다.

합병 전 회사의 위반행위를 이유로 합병 후 존속회사에 대해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을 하는 경우 합병 전 회사의 사업부문에 한정되지 아니하고 합병 후 존속회사의 전 사업부문에 걸쳐 입찰참가자격이 제한되는 효과가 생기나, 이러한 결과는 회사가 합병된 경우뿐만 아니라 하나 이상의 사업부문을 가지는 회사가 그중 하나의 사업부문에서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의 원인이 되는 위반행위를 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발생하는 현상이다.

합병 전 회사가 위반행위를 저지른 후 합병 후 존속회사에 합병돼, 합병 후 존속회사에 대해 합병 전 회사의 위반행위를 이유로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을 하는 경우에도 합병 전 회사의 위반행위의 동기, 내용 및 횟수뿐만 아니라 합병이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합병 전 회사와 합병 후 존속회사의 관계, 합병 전 회사와 합병 후 존속회사의 영업 내용의 유사성, 합병 전 회사의 사업부문 매출이 합병 후 존속회사의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 등의 다양한 사정을 합병 후 존속회사에 대한 입찰참가자격 제한기간을 정할 때 그 고려요소로서 참작해, 처분청이 그러한 사정을 참작한 결과 제한기간을 감경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할 때에 감경하면 충분하다.

6. 결론
대법원은 상기 사유를 근거로 합병 전 회사의 위반행위를 이유로 합병 후 존속회사에 대해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을 하는 경우 합병 전 회사의 위반행위 후 그 회사가 합병됐다는 사정은 국가계약법 시행규칙 제76조 제4항에 따라 자격제한기간의 감경 여부를 결정하는 참작사유에 불과할 뿐이고, 합병됐다는 사정 자체만으로 국가계약법 시행규칙 제76조 제4항에서 정하고 있는 감경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는 바, 결국 이러한 대법원의 입장은 합병하였다 해도 합병 자체가 감경사유가 아니고 합병을 포함해 합병 전 회사의 위반행위의 동기, 내용 및 횟수뿐만 아니라 합병이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등 제반 사유 모두를 참작해 감경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인바, 대법원의 위 판결은 합병과 관련해 부과되는 부정당제재 감경시 고려해야 할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