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년 칼럼] 거꾸로 가는 건설선진화 정책
[김광년 칼럼] 거꾸로 가는 건설선진화 정책
  • 김광년
  • 승인 2009.09.07 08: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본보 편집국장

지난 1년 간 민간 차원에서 마련한 건설선진화 정책이 후속조치 과정에서 당초 방향과는 상이하게 거꾸로 가고 있어 산업계의 비난에 휩싸여 있다.

그 동안 국가계약제도는 운찰제에 의해 참여업체가 결정되는 방식으로 일관해 오면서 기술력 증강 및 정부 예산절감과는 상반되는 제도에 매달려 왔던 게 사실이다.

이 같은 문제점을 해소하고 21세기 발전적 계약제도 모델을 제시하기 위해 지난 해 1년간 관계전문가들의 의지와 열정을 모아 선진화 정책을 발표했다.

특히 이 방안은 대통령 보고도 마쳐 이제 세부 일정만 확정하면 시행을 남겨놓고 있는 상황인데 돌연 새로운 추진위원회에서 정책방향이 퇴색 돼 예산절감 및 기술발전을 유도하기 위한 목적은 온데 간데 없고 결국 운찰에 의한 제도를 각색하는 것으로 마무리 됐다.

이를 놓고 대다수 전문가들은 ‘정말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도대체 대통령 보고까지 끝난 정책을 어떻게 핵심은 빼고 덧칠만 해서 최종안이라고 발표하는 건 무엇을 위해서인지... 이것이 건설선진화 정책입니까?”

‘ 인위적으로 제도를 만들어갈 것이 아니라 시장기능에 의한 선택과 집중을 유도한다면 중소기업도 함께 대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된다’ 는 사실을 너무 모르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 대부분의 지적이다.

예를 들어보자.

서울에서 부산을 가는데 교통편은 여러 가지가 있다. 버스를 타든 열차를 타든 비행기를 타든 그건 이용자의 선택사항이다. 자신에 처한 상황을 보고 적절한 편을 이용해서 목적지에 정해진 시간과 조건 내에 도착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쓸데없는 예산낭비하면서 비행기 탈 일이 아니라면 왜 굳이 특정 교통수단을 이용하라고 강요할 이유가 없다.

작금 대한민국 국가계약제도 운영이 그런 꼴이다.

기술력 퇴보 및 예산중복 낭비, 심지어 부조리 발생 요인까지 잔뜩 도사리고 있는 제도를 왜 고집하고 있는 건지 삼척동자가 들어도 웃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다.

기업이고 사람이고 모든 것에는 창의적인 역량이 필요한 법이다. 그래야만 보다 진취적이고 국내외 경쟁체제속에서 경쟁력 우위를 선점할 수 있는 동력이 발생하게 된다.

그토록 어렵고 힘든 조건을 감수하면서 민간 건설선진화위원회가 내 놓은 제도적 개선점 핵심사안을 유야무야 얼버무리는 이러한 행동은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누군가 꼭 책임을 져야 한다.

일부 업계의 대변자 역할을 하는 것 처럼 보이는 특정 단체도 문제이지만 아울러 입찰 대행기관도 마찬가지다.

내부적으로 속사정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고 특히 예산절감 및 기술개발을 선도해야 할 정부부처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제도를 마다하고 기존 제도아래서 안주하려 하는 그 태도는 국민들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지 않을 수 없는 부끄러운 모습이다.

자 ~ 이제부터라도 크게 내다보자.

조금이라도 양심과 소신이 살아 있다면 지금 즉시 내가 먼저 취할 수 있는 명분과 이유가 충분한 사안이 아닌가!

대안제시 하용과 순수내역입찰 도입 확대는 시대가 요구하는 21세기 미래 건설시장의 글로벌 키워드다.
언제까지 운찰제에 의해 덤핑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와 장기적으로 국가에 미칠 손실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진지한 고민이 더욱 절실한 시간이다.

작금 대한민국 건설산업은 갈림길에 서 있다.

특히 건설산업의 한 중심에 서 있는 관련단체들의 운영방침 등은 건설산업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분야별 단체들이 어떠한 액션을 취하느냐에 따라 과거로 돌아가느냐, 미래로 전진하느냐가 결정된다.
산업진흥의 목적은 아랑곳 하지 않고 그저 단체에 속해 있는 인력이 먹고 살기 위한 수단으로 회원사들을 이용한다면 그건 전체 산업을 죽이는 결과만 가져올 뿐이다.

몇몇 단체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는 일련의 행태를 분석해 볼 때 나를 버리고 우리를 생각해야 할 때라는 K대학 L 모교수의 지적을 겸허히 수용해야 할 시점이다.

강조하건데 개인, 기업, 사회,국가..  이 모든 개체들은 일정조건 이상의 경쟁에서만 건강한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knk@cdail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