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하게 사는 생활법률 상식]<70>강행규정(효력규정)과 단속규정
[똑똑하게 사는 생활법률 상식]<70>강행규정(효력규정)과 단속규정
  • 국토일보
  • 승인 2017.02.20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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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신호 변호사 / I&D법률사무소

 
똑똑하게 사는 생활법률 상식

결혼, 부동산 거래, 금전 대차 등 우리의 일상생활은 모두 법률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고 법을 잘 모르면 살아가면서 손해를 보기 쉽습니다. 이에 本報는 알아두면 많은 도움이 되는 법률상식들을 담은 ‘똑똑하게 사는 생활법률 상식’ 코너를 신설, 게재합니다.
칼럼니스트 박신호 변호사는 아이앤디법률사무소의 대표변호사이자 가사법 전문변호사로 상속, 이혼, 부동산 등 다양한 생활법률문제에 대한 전문가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박신호 변호사 / I&D법률사무소 / legallife@naver.com

■ 강행규정(효력규정)과 단속규정

강행규정(효력규정)은 위반 법률행위 사법상 효력까지 부인
단속규정은 행정상 제재만 있을 뿐 사법상 효력은 ‘인정’

법률에 보면, “~을 하여서는 아니된다”라는 표현이 많이 나오는데, 이러한 조항들은 모두 일정한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이다. 그런데, 이러한 금지어를 포함한 법률 규정이 있으면 일반인들은 그러한 조항을 위배한 거래의 사법적 효력도 무효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것은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이처럼 금지문구를 포함한 법률 규정이라도, 법률 규정의 표현, 법률 규정에서 금지하는 행위가 지니는 반사회성, 반도덕성의 정도를 따져서 그 사법상의 효력 자체가 부인되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고 행정상의 제재는 가해질 지언정 사법상의 효력 자체는 인정되는 경우도 있다. 전자를 강행규정 또는 효력규정이라고 말하고 후자를 단속규정이라고 말한다.

강행규정과 효력규정은 동의어로 쓰이기도 하고 강행규정을 큰 개념으로 보고 그 안에 효력규정과 단속규정이 있는 것으로 분류하기도 하는데, 대법원 판례를 보면 대체로 강행규정과 효력규정을 동의어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이에 관한 대법원 판례가 하나 나왔는데, 공인중개사법 제33조는 “개업공인중개사등은 다음 각 호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규정하면서 제6호에서, ‘중개의뢰인과 직접 거래를 하거나 거래당사자 쌍방을 대리하는 행위’를 규정하고 있다. 또한 동법 제38조는 개업공인중개사가 제33조에 위반된 행위를 한 경우 중개사무소의 개설등록을 취소하도록 되어 있고, 제48조에서는 이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 이러한 금지 규정에도 불구하고 개업공인중개사가 중개의뢰인과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했고, 중개의뢰인이 위의 조항을 들어서 계약이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계약금의 반환을 청구한 사안에서, 원심은 이 조항을 강행규정으로 보아서 매매계약을 무효로 판단했으나, 대법원은 “개업공인중개사 등이 중개의뢰인과 직접 거래를 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공인중개사법 제33조 제6호의 취지는 개업공인중개사 등이 거래상 알게 된 정보 등을 자신의 이익을 꾀하는데 이용하여 중개의뢰인의 이익을 해하는 경우가 있게 될 것이므로 이를 방지하여 중개의뢰인을 보호하고자 함에 있는바, 위 규정에 위반하여 한 거래행위 자체가 그 사법상의 효력까지도 부인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현저히 반사회성, 반도덕성을 지닌 것이라고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 행위의 사법상의 효력을 부인하여야만 비로소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볼 수 없고, 위 규정을 효력규정으로 보아 이에 위반한 거래행위를 일률적으로 무효라고 할 경우 중개의뢰인이 직접 거래임을 알면서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한 거래 등도 단지 직접 거래라는 이유로 그 효력이 부인되어 거래의 안전을 해칠 우려가 있으므로, 위 규정은 강행규정이 아니라 단속규정이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7. 2. 3. 선고 2016다259677 판결).”라고 판시했다.

이와 비슷한 조항으로 변호사법 제32조는 “변호사는 계쟁권리(係爭權利)를 양수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제112조는 이를 위반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는 바, 위의 대법원 판례를 보면, 이 조항 또한 강행규정(효력규정)이 아닌 단속규정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편, 대법원은 “강행법규에 위반한 자가 스스로 그 약정의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 신의칙에 위반되는 권리의 행사라는 이유로 그 주장을 배척한다면, 이는 오히려 강행법규에 의하여 배제하려는 결과를 실현시키는 셈이 되어 입법 취지를 완전히 몰각하게 되므로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와 같은 주장은 신의칙에 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고, 한편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그 권리의 행사를 부정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신의를 공여하였다거나 객관적으로 보아 상대방이 신의를 가짐이 정당한 상태에 있어야 하며, 이러한 상대방의 신의에 반하여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정도의 상태에 이르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3. 4. 22. 선고 2003다2390, 2406 판결, 2004. 6. 11. 선고 2003다1601 판결 등).”라고 판시해 강행규정(효력규정)에 위반된 행위를 한 당사자가 스스로 그 무효를 주장한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원칙적으로 신의칙에 반하지 않는다는 입장임을 참고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