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주택공급 시장의 변화
[사설] 주택공급 시장의 변화
  • 국토일보
  • 승인 2009.08.31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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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민용 주택공급 시장에 획기적인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정부는 지난 27일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해 2018년까지 단계적으로 추진 중인 수도권 개발제한구역 개발일정을 앞당겨 오는 2012년까지 모두 개발, 보금자리주택 공급물량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서민들의 내집 마련 기회가 보다 빨라질 수 있도록 도시 근교의 개발제한구역에서 저렴하게 공급되는 보금자리주택 공급시기를 대폭 앞당길 방침이다. 구체적으로는 수도권 개발제한구역에서 보금자리주택 약 20만호의 공급을 당초 2012년까지 총 12만호(연 3만호 수준)에서 총 32만호(연 8만호 수준)로 늘리는 획기적인 대책을 마련했다.

 또 개발제한구역내 보금자리주택 지구 외에도, 도심 재개발 등에서 8만호, 신도시 등 공공택지에서 20만호 등 총 28만호의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다. 지방에도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하되, 우선 기 지정된 국민임대단지를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전환해 공급하고, 미분양 해소 추이를 보면서 추가 지구개발도 검토하기로 했다.

 한마디로 서민용 주택을 더 많이, 더 빨리 그리고 더 싸게 공급하는데 초점을 맞춘 획기적인 주택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노무현 정부와는 달리 주택정책의 기조를 공급확대에 둔 격이다. 본보에서 여러 차례 지적했듯이 역시 주택정책의 근간은 공급주택을 늘리는 길임을 다시금 확인시킨 셈이다.

 튀어 오르는 집값· 전세값을 아무리 눌러봐야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선 뾰족한 해법이 없기 때문이다. 실상을 보면 그 해법은 더욱 자명해 진다. 지난해 부동산 경기 침체로 수도권의 주택건설(인허가 기준)은 19만8000가구에 그쳤다. 한 해 전에 비해 35% 급감한 규모다. 올 들어선 7월까지 6만1000가구만 인허가를 받아 지난해보다 22% 더 줄었다. 여기에 뉴타운 붐 등으로 멸실된 주택을 반영하면 턱없는 주택 부족을 실감시킨다.

 “집값과 전세값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살 만한 곳에 주택을 충분히 공급하는 것 말고는 사실상 다른 방법이 없다”고 실토한 국토해양부 장관의 언급에 우리가 공감하는 것도 원천적인 문제 해법의 길이기에 그런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번 조치가 그린벨트 훼손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주택정책의 정상화 측면에서 진일보한 것으로 보며 아울러 이 계획대로 추진된다면 공급 부족에 따른 주택난을 해소하고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을 더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물론 이번 조치로 최근 일부 지역의 집값 상승과 전세난을 완화시키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아무리 보금자리주택을 빨리 짓는다 해도 주택 공급이 실제로 늘어나는 시점은 앞으로 2년 후쯤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공급 확대를 통해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원칙을 분명히 하고 이를 차질 없이 시행하는 것은 그동안 왜곡된 주택정책을 바로잡는다는 면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다만 걱정스런 점은 단기간에 싼 값의 주택을 대량으로 공급하는 데 따른 부작용을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가이다. 우선 분양가를 주변 시세보다 초대 반값까지 낮추기로 함에 따라 예상되는 투기 과열을 막는 일이 시급하다. 시세차익이 큰 만큼 청약통장의 불법 거래와 불법 전매의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하기야 정부에서도 여러 가지 근절 방안을 마련키로 했으나 전문 투기꾼들은 정부 대책의 틈을 비집고 들어와 곧잘 부동산 시장을 교란시켜 왔기에 하는 말이다. 서민주택 분양시장이 투기장으로 변해 당초 취지가 무색해지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대비해야 할 것이다.

 주택 건설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돼 토지보상비가 한꺼번에 풀릴 경우 시중에 부동자금이 늘어나 다시 집값 상승과 투기 열풍을 부추길 가능성도 엄계(嚴戒)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수도권 여러 지역을 한꺼번에 개발하는 바람에 주택 품질이 떨어지고 도로 등 기반시설이 부실해지는 일이 없도록 하는 데도 유의해야 마땅하다.

특히 이번 조치로 그린벨트에 대한 투기 조짐이 가시화될 공산이 짙다는 점과 이를 의식한 그린벨트 훼손 행위 및 불법적인 난개발의 위험성도 각별히 경계해야 할 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