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전세대란의 교훈
[사설]전세대란의 교훈
  • 국토일보
  • 승인 2009.08.27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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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전세대란은 또 한 번 ‘과연, 부동산 정책이 어디로 가야하는가’라는 근원적인 문제  의식을 일깨워 주고 있다. 이는 주택공급 확충이라는 원천적이고 중장기적인 대책의 지속성이 수반되지 않는 당장의 시장 안정 대응만으로는 불씨를 이연시킨 채 오히려 화(禍)를 키우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한 전세가 상승세는 수도권의 전지역으로 확산되면서 집값 상승세까지 촉발하는 악재로 화(禍)를 키워가고 있는 사례가 그렇다. 부동산 전문 연구기관 조사에 따르면 지난 8월17일부터 23일 사이에 서울 및 수도권의 아파트 매매가는 서울 0.13%, 신도시 0.05%, 경기 0.06%씩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 시장의 상승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전세 거주자들이 매입 수요로 돌아설 수 있어 매매가 상승세를 촉발할 가능성을 예고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정부의 긴급 대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전 지역에서 아직은 어느 한 곳도 하락세를 보이는 곳이 없을 정도로 전세가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는 점도 우려감을 증폭시킨다.

이미 적지 않은 전문가들이 지적했듯이 국토해양부가 최근 발표한 ‘전세시장 안정대책’은 단기적 응급 처방의 성격이 짙다는 점에서 우선 그 효과에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서울지역 전세금 30주 연속 상승하고 그 여파가 수도권으로 확산되는 상 황에서 당장 진통을 가라앉히는 대증(對症) 차원 대책을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전세자금 대출을 늘리는 대책만 하더라도 전세 세입자들이 외곽으로 밀려나는 고충은 잠시 덜 수 있겠지만, 전세금 상승세를 굳히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공급대책으로 내놓은 원룸 등 도시형 생활주택 및 ‘주거용 오피스텔’의 신축 방안도 최소 6개월의 공기를 감안하면 내년 봄에나 시장에 반영되는 한계를 지니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전세시장의 주력이 중형 아파트인데 1· 2인용 소형 공급을 확대한다는 부분도 진단과 처방의 부조화로 읽혀지는 대목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조치에서 오피스텔을 사실상 주택으로 인정한 처사도 논란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짙다. 오피스텔이 탈세와 투기를 조장하는 측면이 짙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정부는 지난 2004년 6월 오피스텔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자 바닥 난방을 금지하면서 업무용으로만 쓰도록 한 바 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또다시 오피스텔을 주거용으로 사용토록 하는 것은 근본적인 대책이 아닌 만큼 오피스텔의 법적 성격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사실 전세난은 공급이 수요를 좇지 못하는 시장의 한 단면이다. 예컨대 올해 입주 또는 입주 예정인 서울지역의 아파트 물량은 지난해(5만1200여 가구)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여기에다 참여정부 시절의 강남 재건축 동결 등으로 원천적으로 공급이 묶인데 이어 강북을 중심으로 재개발 붐이 일면서 이주 수요는 많아졌으나 이에 대한 대비가 사전에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결국 정책 당국으로선 수요와 공급의 시차까지 계측하면서 정책의 치밀한 조합을 꾀해야 한다는 뜻이다. 부동산 시장이 이처럼 냉· 온탕을 반복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즉흥적인 처방과 대응이 결국은 부동산 시장의 왜곡으로 이어지는 사례를 우리는 수없이 경험했기에 더욱 그렇다. 이번 사태도 경제위기에 대응하느라 부동산 규제를 갑자기 완화하면서 재건축· 뉴타운 등이 한꺼번에 진행돼 신규 전세 수요를 크게 촉발한데 기인한 것이다.

따라서 이제 정부는 더 이상 잦은 정책 변경으로 인한 시장의 쏠림 현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중장기 주택공급 대책도 보다 치밀하게 손질해야 할 것이다. 주택시장의 특성상 2~3년 앞을 내다보고 수급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미리 대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우리가 목도했듯이 이번 전세대란은 지난 4~5년간 수도권의 신규 주택 공급이 줄어든데 근본원인이 도사려 있었다. 그렇다면 역시 시장 안정대책의 근간은 주택공급의 확대에 맞춰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정책에는 기조적인 흐름이 중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