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도건 컬럼] '왼쪽(left)이 옳은쪽(right)이다?'
[임도건 컬럼] '왼쪽(left)이 옳은쪽(right)이다?'
  • 노익희 기자
  • 승인 2017.01.17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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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left)이 옳은쪽(right)이다?'

▲ 임도건 교수

오른쪽(right)이 옳다(righteous)는 편견은 절대 진리가 아니라 오른손잡이 주류 사회가 만들어낸 일종의 관습(custom)이다. 아니 ‘학습된(learned) 보편’에 가깝다.

일상의 익숙함이 뿌리 내렸는데 이를 바로잡는 사회적 비용이 더 든다면, 차라리 평상시 관행을 보편기준으로 삼는 게 옳다. “짜장면”이 ‘자장면’으로 바뀌었다가 환원된 것처럼 말이다.

사는데 지장 없으면 대부분 관행을 따른다. 불가피한 본질의 차이가 아니면 하위의 개별 문화는 차이를 띨 수밖에 없다. 이를 문화상대주의라 한다.

영미비교문학의 대가(guru)로 꼽히는 사이드(Edward Said, 1935-2003)는 'Out of Place'라는 저서에서 자신을 '정체성 상실자'로 소개했다. 그의 출생과 성장과정은 그야말로 다국적이다.

팔레스타인의 한 그리스도교 집안에서 태어났고, 유년기에 미국에 갔지만, 사업에 실패한 아버지를 따라 중동으로 옮긴다. 이어 고대학문의 발상지 카이로에서 고등교육을 받았는데, 당시 이집트가 영국 식민지였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집트 국/공립학교가 예외규정이 없는 한 영국식 커리큘럼을 따랐던 까닭에, 영국사 및 그에 따라 채색된 아랍역사를 배우는 것은 당연했다.

영국식 이름 에드워드(Edward)에, 아랍의 성씨 사이드(Said)가 조합된 것 또한 그의 정체성이 이종교배의 소산임을 뒷받침한다. 이런 점에서 이름, 성별, 직업, 사회적 신분, 종교, 인종, 민족주의를 개인의 정체성 형성에 포함시킨 것은 그리 새삼스럽지 않다. 문화상대주의가 공감을 얻는 이유다. 전문가수준이 아니어도, 우리는 주변에서 다양한 문화차이를 경험한다.

일례로 서양인은 4박자에 익숙하고, 동양인은 3박자에 편안함을 느낀다. 전쟁으로 점철된 서양역사에서 4/4박자의 행진곡이 주를 이룬 반면, 동양, 그 중에서도 우리나라는 3/4박자와 6/8박자에 자연스레 반응한다.

모든 것이 삼세번, "3판 2승"제요 결정적일 때는 언제나 (하나/둘)-‘셋’에 힘을 쏟는다. 전통무예 택견이 그렇고 전통가락이 모두 3박자 리듬이다. 통행이나 도로규칙에도 동서양의 차이가 드러난다.

우리나라는 주(main)통행이 오른쪽이고, 부(minor)가 왼쪽인 반면, 영국은 반대다. 한국은 우측통행, 영국은 좌측통행이다. 영국의 차들은 모두 왼쪽으로 다닌다. 좌회전 신호를 없앤 대신 교통 정체구간에는 언제나 라운드어바우트(Roundabout, 회전교차로)가 눈에 띈다.

영국에선 ‘왼쪽(left)이 옳은(right)쪽’이요, ‘오른쪽’이 '옳은'쪽이 아니다. 적어도 차도(車道)에서는 그렇다. 차도의 문화차이에서 인식의 차도(差度)를 함께 느낀다.

인도는 어떨까? 인도(India)의 인도(人道)에는 사람은 물론 인력거와 자전거가 함께 다닌다. 차도와 인도의 경계는 달랑 보도블록 하나뿐이다.

이렇듯 '문화상대주의'에서 특정주장을 일괄 적용하는 일에, 성경의 권위 말고는 예외가 많지 않다. 비교의 대상이 상존하는 상대적 세계에서 불변의 절대기준은 없다. 설령 있다 해도 그것은 인간이 아닌 신에게만 해당된다.

상대적 인간이 루이XIV세(짐이 곧 국가다)를 흉내 내다 빚어진 사태가 오늘 우리사회의 현주소다. ‘절대 권력은 반드시 부패’한다고 경고했던 액턴(Lord Acton, 1834-1902)경의 외침은 여전히 유효하다.

기억할 것은 영국사의 64년 통치를 황금기로 장식한 빅토리아 여왕(1819-1901)이, 자신이 듣기에 거북한 말을 한 그에게 남작 지위를 부여했다는 점이다. 조그만 섬나라 영국은 산업혁명과 식민지 개척을 필두로, 1936년 수정궁에서 열린 최초의 국제박람회를 통해 ‘영원히 해지지 않는 나라’로 부상했다.

대영제국의 위용과 영국인의 자부심이 허세가 아닌 부러움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참 교육은 지식의 객관적 전수를 넘어 그를 통한 발전적 미래를 끌어내는 데 있다. 한국교육의 미래는 역사교과서의 궤에 달려있다.

컬럼니스트 임도건 박사(Ph. D)는 현재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초빙교수, 에세이 '눈물은 늙지 않는다(한울, 2015)' 저자, 경기도 인재개발원 초빙교수, 월드번역 1급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